90년대 홍콩 무협 좋아하시는 분은 넷플릭스 '구룡성채'를 보시기 바랍니다.

검색해 보니 24년 영화라 보실 분들은 보시긴 했겠네요. 당연하게도 홍콩 닭장 아파트 구룡성채가 배경이고요. 그래서 시대적 배경도 80년대에요. 하지만 시대 반영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는 영화는 아닌 거 같기는 해요. 


갱단 대립의 역사를 설명하며 시작하길래 전 처음엔 홍콩 느와르 일 줄 알았거든요. 근데 어쩐지 애들이 총이 아니라 도검류를 들고 있더라니 뒤로 갈수록 점입가경입니다. 처음부터 주윤발이나 성룡보다는 이연걸스러운 액션이 나오더니 뒤로 가니까 악역 중 하나가 금강불괴를 시전하더라구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또 황당하지만 저는 꽤나 즐겁게 봤습니다. 영화의 액션이 90년대 무협 영화의 아날로그 액션을 바탕으로 그 시절 영화들이 그 틀 안에서 기술적 한계로 인해 표현하지 못한 부분을 딱 한 발짝 넘어간 정도의 수위를 가지고 있어요. 사실 홍금보님을 대표로 그 시절에 전성기를 구가한 배우들이 와르르 나오는 점에서부터 방향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겠죠. 캐릭터의 면면이나 영화 전반의 '의리'를 강조하는 비장하고 끈적한 감성, 그에 따른 줄거리, 또 그로 인한 노잼 구간마저도 너무나 정직하다보니 이제는 반갑기만 하네요. 무협 영화들이 언제부턴가 헐리웃 스타일의 CG에 압도되어 점점 게임 데모보다 막나가는 비주얼이 되면서부터 발길을 끊었던 저에게 이런 영화는 매우 바람직하게 다가왔어요. 


액션 스타일을 봤을 때 전 처음엔 원래 무협으로 기획된 영화를 모종의 이유로 인해 근현대물로 바뀐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냥 동네 깡패들인 애들이 벽 타며 뛰어다니고 펀치 한방에 몇 미터 날아가고 그런 건 그나마 양해 되지만 갑작스레 점혈 짚고 칼 튕겨내는 건 좀 그렇잖아요. 이런 게 처음부터 무공 고수들끼리의 싸움이라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거든요. 그런데 원작 소설이랑 만화까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영화는 원작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근현대에 펼쳐지는 무공 고수들의 싸움을 그린 영화인 거였던 것이죠. 전 오히려 그걸 모르고 봐서 더 재밌게 본 거 같기도 합니다.


영화가 성공해서 시리즈로 제작이 될 예정이라고 하니 다음편들도 기대가 되어요. 슬슬 후속작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 구룡성채는 원전이 무협 만화고, 일단은 원작 만화는 국내 정식 발매도 되었습니다만 현재는 입수나 찾아보기가 좀 어려울 듯 합니다, 영화는 진짜 1부끝 느낌이고 속편은 나온다고 합니다만 과연 이 만큼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보고 쓴 글이 있긴 하군요. 메인 게시판 - 이것저것 본것 잡담 :DAIN_.

      • 원작 만화가 있다니 볼 수도 없겠지만 보고 싶은데 안보고 싶달까 그러네요. 속편은 딱 이만큼만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 안 그래도 전에 듀게에서 살짝 추천에 가까운 후기가 두 번인가 올라왔던 영화라서 찜은 해놨었죠. ㅋㅋ woxn3님까지 이렇게 적어 주시니 조만간 봐야겠습니다. 사실 그 시절 '무협' 영화들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유명한 건 다 보고 살았으니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 영화도 영화지만 딱 그 때 그 기분이 드는 게 반가운 점도 꽤 컸던 거 같아요. 재밌게 보시면 좋겠네요.
    • 재밌게 봤던 영화 입니다. 구룡성채 자체가 뭔가 무협이나 범죄가 자라나는 큰 화분 같았습니다. 

      • 영화 소재로 쓰기에 너무 좋죠. 영화 말미를 보면 거기 사람들은 우리나라 오래된 아파트 같은 아련한 느낌으로 기억하나보다 싶었어요. 스스로 범죄와 빈곤의 온상으로 묘사해두고서 뜬금 없다 싶었지만 살아보지 않았으니 뭐라 말은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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