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고독한 예술혼은 좋은데... '몰락한 신들의 우화' 간단 잡담입니다

 - 2020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32분. 스포일러는... 뭐 일단 적어는 보죠. 맨 끝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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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보고 싶어지는 포스터 아닙니까? 아님 말구요... ㅋㅋㅋ)



 - 뭔가 아포칼립스까진 아니고 그 직전 쯤 되는 듯한 분위기의 디스토피아 '느낌' 나는 황량한 도시를 트럭 한 대가 달립니다. 흑백 남자 둘이 타고 슝슝 가다가 길거리에 널부러진 시체, 죽어가는 사람을 집어다 짐칸에 실으며 계속 달려요. 왜 이러는지는 안 알려줍니다. 그러다 둘이 낄낄대며 각자의 꿈 이야길 시작하는데... 그렇게 서너 가지 정도의 짧은 꿈 이야기를 두서 없이 보고 나면 다시 이 남자들로 돌아와서 어쩌고 저쩌고 하며 마무리 되는. 그런 식의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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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를 책임져 주시는 2인조. 온통 비호감 인간들 밖에 안 나오는 이 영화에서도 최강 비호감을 담당해 주십니다.)



 - 뭐 길게 적을 것도 없구요. 장점을 말하자면 일단 비주얼입니다. 감독님이 뮤직비디오 쪽에서 이름 날리던 사람이래요. cg 같은 것 없이 걍 세르비아와 에스토니아에서 적절한 장소를 찾아 찍었다는데 아니... '왜 이런 장소가 존재하지?' 라는 생각이 드는 참 황량하고 기괴하면서 거대한 느낌. 그런 장소를 기가 막히게 골라서 또 기가 막히게 잘 찍어 놨어요. 색감도 미장센도 훌륭하고 소품들이나 배우들 차림새 설정도 다 좋아서 되게 비싸게 잘 만든 디스토피아 SF를 보는 기분이 들지요.


 덧붙여서 음악도 꽤 좋아요. 레트로 느낌의 신서사이저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뭐 이런 방식 자체는 흔하지만 그게 되게 잘 되어 있습니다. 우울 절망 음울한 쪽으로 멋지게 잘 찍어 놓은 화면, 계속해서 황당하고 부조리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스토리와 아주 잘 어울려요. 좋습니다. 아주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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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세르비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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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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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을 로케로 해결이 가능한 거죠. ㄷㄷㄷ)



 - 스토리가... 사실상 없다시피 합니다. ㅋㅋㅋ 근데 그게 뭔 의민지 모르겠는 폼나는 '상징적' 영상들이 연속으로 이어진다거나 하는 식이 아니구요. 차라리 그런 방식이었으면 눈호강이라도 했구나... 했겠는데. 음. 그러니까 모든 이야기가 딱히 결론이 없습니다. 매번 황당하고 부조리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게 '황당한 상황 속에 던져진 인간의 탐구' 같은 이야기가 되질 않아요. 왜냐면 황당한 상황에서 황당하게 반응하는 괴상한 사람들이 나와서 황당함을 증폭시키다가 갑자기 결론 없이 뚝. 하고 끊어지며 다른 이야기로 이어져 버리니까요. 어라? 왜 이 타이밍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아니 쟤는 왜 저러는... 어? 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자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려는 거지? 음? 왜 또 다른 이야기... 이러다가 끝나 버립니다. ㅋㅋㅋ 


 뭐 감독님에겐 큰 그림이 있으셨겠죠. 일단 계속해서 빈부 격차, 해체된 가족, 몰락하는 가부장... 같은 테마는 반복이 되거든요. 근데 무언가의 상징이나 비유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괴상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다 말아 버리니 '아 뭔데. 왜 이러는 건데!!?' 라는 생각만 하다 끝이 나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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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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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만 공격하는 것이 컨셉 하난 확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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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부장'들이 거의 공감도 안 가고 이해도 안 가는 짓들만 하다가 공감도 안 가고 이해도 안 가는 방향으로 인생 꼬이니까 그게 참...) 



 - 저는 이렇게 욕을 해놓았지만 사실 썩은 토마토 지수 83%를 뽐내는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리뷰들이 근사한 시각적 성취, 현대 문명에 대한 비관적인 비전을 담은 이야기들, 실험적인 형식... 등을 칭찬하며 호평을 해놓았는데요. 

 글쎄요. 아주 좋게 봐서 감독이 생각하는 현대 유럽의 비관적 부분들을 단편적인 스냅샷 식으로 모아 놓은 이야기... 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좋게 봐 주기엔 그 이야기들이 너무 매력이 없는 데다가 쌩뚱맞아서 말입니다. 제 기준으론 그저 '누가 이 감독님에게 제대로 된 각본을 던져 주세요!' 라는 정도가 최선의 평가가 되겠습니다. 능력자이신 건 알겠는데 그게 이야기 쪽은 아니랄까요. 

 혹시 다른 분들께서 보시고 아주 호평, 극찬을 하셔도 딱히 반박하거나 부정할 맘은 없습니다만. 음. 제 기준에선 이건 많이 아니었어요. 그냥 감독님의 능력치는 맘껏 뽐내셨으니 다음 작품은 좀 더 저 같은 사람도 좋아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마칩니다. 추천은 하지 않아요!! ㅋ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만 저도 제가 뭘 본지 모르겠어서 말이죠.


 그래서 그 흑인, 백인 남자의 꿈 이야기였죠. 


 첫 번째는 어느 신축 아파트에 사는 장년 부부의 이야깁니다. 갑자기 낯선 남자가 자긴 11층 주민이라고, 무슨 문제가 생겨서 집에 못 들어간다며 좀 재워달라 그래요. 그리고 부부는 참으로 상냥하게도 기꺼이 거실 소파에 침구를 갖다 주며 재워주는데요. 이 망할 남자가 하룻밤만에 부부 중 아내를 사로 잡아 버리구요. 둘이 대놓고 하트 뿅뿅 분위기를 만들자 남편은 질투하고 화를 내다가 오히려 남자에게 싸대기까지 맞아요. 남에게 상냥하라고!! 엉!!! 남편은 그 기세에 압도 당하고 급기야는 아내가 그 남자랑 섹스하는 꼴까지 보게 되죠. 그런데 그 다음날, 아파트 업자를 만나서 '네? 그 동엔 고갱님 부부 말곤 아무도 안 사는데요?'라는 말을 들어요. 그래서 이놈 너 뭐야! 하고 부엌칼을 들고 화를 내고, 불청객은 갑자기 아내에게 '너랑 한 섹스는 시체랑 하는 것 같았어. 넌 시체야!!!'라고 폭언을 하더니 당당하게 집을 나가 엘리베이터에 타는데, 화를 참지 못한 남편은 칼을 휘두르며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에 뛰어드는데... 잠시 후 지하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그 안엔 피투성이가 된 남편의 시체만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입주 상담하러 왔다가 그 엘리베이터 속 시체를 목격한 부녀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냥 시체를 봤을 뿐 아무 연관은 없구요. 결국 그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아빠가 딸에게 자기 전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로 끝이에요. 그 이야기인 즉...


 아주 먼 옛날, 현대보다도 수십 년은 전으로 보이는 그 도시에 세상 무엇보다 딸을 사랑하지만 더럽게 장사하는 사업가가 있었답니다. 이 사람에게 어떤 과학자가 와서 자기가 발명한 걸로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하는데 우리 사업가님은 그 아이템의 탁월함을 알아 보고는... 거절합니다. 그리고 설계도를 빼돌려서 자기가 혼자 돈 벌 계획을 세워요. 근데 다음 날 딸이 유괴 당하구요. 과학자님이 지정한 곳으로 딸의 남자 친구와 둘이 쳐들어간 사업가님은 어두컴컴한 건물 속을 성냥불에 의지하여 애타게 헤매다가... 수상한 문짝을 보고는 억지로 열고 튀어나가 굴러떨어지는데 그게 도입부 액자의 그 미래 디스토피아 도시입니다? 그리고 꿈 얘기 하던 두 남자가 나타나서 다짜고짜 둘을 몽둥이 찜질을 하고는 사업가는 신선한 고기로 팔고 딸 남자 친구는 노예로 팔자면서 히히덕대요. 그리고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그 딸 남자 친구는 팔려간 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얼마 못 가서 피를 토하고 죽어요. 그런데 그 장소의 어떤 남자는 노예들에게 주는 복권에 당첨 되었다며 자유를 얻네요. 하지만 완전히 맛이 가서 아무 감정도 생각도 없이 질질 끌려 나가는데...


 장면이 바뀌면 열심히 일 하지만 아내와 아들에게 전혀 인정 받지 못하는 너드 꼰대 아저씨가 나옵니다. 배경은 대략 현대 느낌인데요. 이 집에 갑자기 조금 전에 복권 당첨된 남자가 초현실적으로 툭. 하고 나타나서 앉아 있어요. 근데 알고 보니 이 남자가 이 집 아내의 남편이었대요. 갑자기 실종 되어서 죽은 줄 알았는데 15년만에 돌아왔다고 아내는 당황하지만 사실 자기가 사랑했던 건 이 남자이고 현 남편은 걍 먹고 살려고 잡은 거다. 라는 티를 내며 원래 남편에게 매달려요. 덤으로 아들도 복권 당첨남의 아들이라고... 뭐 그렇구요. 아내는 남편을 데리고 정신과에 가는데 병원에선 뭔 말도 안 되는 명상 책과 말도 안 되는 '치유 광선' 전등을 아주 비싸게 팔아 먹고선 그 책을 계속 읽어주며 빛을 쪼이면 금방 나을 거라네요. 그래서 아내는 그렇게 하고 현 남편은 더욱 더 미치고 환장할 기분인데... 직장 상사가 자신의 생일 파티에 불러서 참석하러 갔다가 술을 엄청 마시구요. 거기에서 주사를 부리다가 비참하게 쫓겨납니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랑 대판 말싸움을 벌이는데, 이때 그동안 내내 말도 없고 꿈쩍도 안 하던 남편이 갑자기 일어나서는 "당신들은 말이 너무 많아!!!" 라며 그 치유 광선 전등을 휘둘러 아내를 죽이고. 다음엔 남편도 아주 열심히 퍽퍽 내리쳐서 죽여요. 그러고 거실로 나가 새떼들이 날아다니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고. 잠시 후 아들이 들어와서 상태가 나아진 아빠를 보고 웃으며 말도 좀 걸고. 옆에 앉아 함께 티비를 보다가... 엄마 집에 있어요? 라고 물으니 아빠는 헤헤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엄마를 찾으러 간 아들은 곧 비명을 지르고...


 다시 액자의 그 2인조로 돌아옵니다. 방금 아내와 남자를 죽인 아저씨도 얘들이 주워다가 노예로 판 거였나 봐요. "만약 우리가 갸를 그렇게 안 했음 어떻게 됐을까? 우리 모두 가족처럼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이었다면 가능했겠지. 그 세상을 위해 건배!"


 이러고선 계속 차를 달려요. 그리고 끝입니다. 허허.

    • 포스터만 보고 유럽 애니매이션인 줄 알았는데 실사 영화군요. 굳이 볼 마음이 없어서 스포일러를 다 읽었으나 제가 뭘 읽었는지 이해하기 힘들군요. 나름 예술혼 영화를 좋아하지만 이번은 거르는 걸로;;;

      • 직접 본 저도 제가 뭘 봤는지 알 수가 없으니 자연스러운 반응이십니다. ㅋㅋㅋ 그나마 글로 적어서 저 정도지 실제로 보면 더 난감해요. 이야기가 끊어지는 타이밍, 리듬이란 게 도통 알 수가 없는데... 그래도 비평가들은 거의 칭찬 쪽이더라구요. 탁월한 비주얼과 분위기 말고도 다른 장점들을 느끼나 보던데 전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어지지도 않았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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