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비군 사망

학생이라 혜택 받고 해서 3박 4일 동원 훈련은 딱 한 번 갔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거기 어딘 것 같아요 포천. 그리고 이맘때 5월.

오래전 일이지만, 돌이켜 보면 나 같은 사람은 사전 지식도 전혀 없고, 안내문 같은 것도 없습니다.

새벽에 모여 제공된 버스에 올라타 한 잠 자고 나니 무슨 야산에 우르르 내려줍니다.

그런가, 하는데 문제는 밤이 되니까 갑자기 추워지는 거에요. 전혀 예상 못했지요

도시보다 산지가 춥다는 것도, 그리고 봄이라도 밤에는 춥다는 것.

그 옛날 흔히 말하는 A자형 텐트에 아마 기억으로 그 녹색 군용 담요 한장을 줬던가.

그것 뿐입니다. 밑에 깔면 몸이 춥고 덮으면 냉기가 밑에서 올라와요

거기서 처음 보는 다른 예비군과 둘이서 자는 겁니다.

그래도 나는 야상에 깔깔이까지 챙겨갔지만 진짜 위아래 그 군복만 입고 온 사람도 많았습니다.

나이 좀 있고 경험 있고 성깔 있는 사람들은 욕지거리를 해대며 새벽에 튀어나와

근처 소나무를 마구 꺾어다 불을 피우기도 했는데, 어쨌든.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행군을 시킵니다. 익숙치 않은 군화에 갑자기. 그것도 총이니 군장이니 그런 거 짊어지고요.

나는 덩치 크다고 무반동총을 짊어졌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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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분명 나 같은 사람들이 있었을 거란 말이에요. 그냥 보통 가정에 어정쩡하게 자라서

어정쩡하게 대학 졸업 한 아직은 어린 친구들. 여기서 어정쩡하다는 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자기 목소리 내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뜻합니다. 

누가 뭐라 그러면 바로 모가지가 자라처럼 움츠러 드는 사람들.

그리고 평소에 운동 거의 안하고 그냥 돌아다니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갑자기 모아서 3박4일 군사 훈련을 시킨다?

신병 훈련소랑은 또 좀 다릅니다. 달랐습니다. 예비군은 약간의 자율을 주는 대신, 

거의 방치하다 시피 내버려뒀던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 뭐가 뭔지도 모르고, 뭔가 이상한 거 같은데 에이 참고 말지 그냥 뭐

그런 거 저런 거 겹치면 자기도 모르게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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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니 그때 욕하면서 불피우던 사람들이 이해가 안갔는데

'가만히 있지 왜 말썽을 일으키나...좋게 좋게 가지'

그 사람들이 당연히 정상이 아니었을까요. 아니면 나보다 생존 본능이 훨씬 뛰어났던가

추우면 춥다고 말하고,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하고, 대처를 해주지 않으면 알아서 자구책이라도 찾으려 하고.

어쨌든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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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조카딸은 외국에서 학교를 다닙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말끝마다 따박따박 대들기에

왜 저러냐고 동생에게 물었더니 그렇게 배운데요. 이해가 안가는 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건 무조건 그렇게 의문을 제기하라고. 교육 과정이랍니다. 












 









  

    • 자세한 기사를 보니 그게 그냥 예비군이 아니었더라구요. 애초에 좀 빡세게 시켜서 '준 예비 전력' 수준으로 관리한다... 뭐 이런 컨셉으로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부족을 어떻게든 커버 쳐 보겠다는 설정의 부대였다는데요. 뭐가 됐든 참 말도 안 되는 짓을 했죠. 역시나 군대는 참 안 변해요.

      • 차라리 좀 심사를 엄격하게 해서 일당 주고 정예 예비군 교육을 시키던가...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언제나 당한 사람만 억울 또 억울합니다

    • 우리 때는,  멀쩡한 사회인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쌩 양아치가 되었는데, 요새는 빡세게 돌리는 데가 있나봐요?  우리는 학창 시절 데모로, 전투력을 쌓아온지라, 개기는데 다들 전문가.......빡세게 하면 항의 하고,  으슥한 그늘에 짱박혀서, 시간만 떼우고, 필증 받아 퇴소했었는데... 규정이 바뀐 모양입니다. 안타깝네요. 예비군 훈련에서 사망하다니...
      • 그것도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만, 2000년 이후 예비군 훈련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습니다. 그러다 요 몇 년 사이 상황을 잘 살피지 않고 그냥 예비군도 훈련 강하게! 뭐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여러 잡음들이 있었지요. 그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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