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능력자] [페스티발] [이층의 악당]
영화 [초능력자](감독 김민석)는 두 가지 면에서 흥미를 끈다. 강동원과 고수라는 당대 최고의 ‘꽃미남’ 캐스팅이 첫 번째라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놉시스가 두 번째다. 눈빛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는 초인(강동원)과 유일하게 그의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임규남(고수)의 대결. 충분히 색다른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2006년 최고의 신인감독은 누가 뭐래도 이해영, 이해준 두 감독이었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여성이 되고싶은 씨름 소년 오동구(류덕환)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성장-코미디였다. 이해준 감독은 2009년 ‘김씨표류기’를 찍으며 조금 결이 다른 작품을 내보였지만 이해영 감독은 이번에도 섹스와 코미디를 들고 돌아왔다. 영화 [페스티발](감독 이해영) 역시 전작처럼 너무나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섹스-코미디다.
작품 속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겉모습은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지만 그들 모두 남과는 조금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한복집을 운영하는 순심(심혜진)과 철물점 주인 기봉(성동일)은 피학과 가학을 즐기는 SM 플레이에 빠지고, 순심의 딸 자혜(백진희)는 고등학생임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상두(류승범)에게 섹스를 제안한다. 그러나 상두는 사람이 아닌 인형과의 관계에만 관심이 있다.
한편, 자혜의 담임 선생님인 광록(오달수)은 평범한 가정의 가장처럼 보이지만 아내와 아들이 집을 나갈 때면 여성들의 속옷을 입고 싶어 미치는(?) 특별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나마 가장 평범한 이성애자 커플로 보이는 장배(신하균)와 지수(엄지원)의 관계도 장배의 성기 크기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삐그덕 거리기 시작한다.
시놉시스로만으로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위험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듯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소재와 인물을 착취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소재와 인물에 가지고 있는 태도는 조금 지나칠 정도로 진지하고 올바르다. 어쩌면 영화는 섹스 코미디라기 보다 작정하고 만든 ‘교육 영화’같은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여고생 자혜의 팬티 속에 들어있는 곰인형이나 거대한 바이브레이터에 올라타 있는 지수의 이미지같은 것들이 신기할 정도로 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영화는 남들이 변태라고 쉽게 규정하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사실은 ‘귀엽거나, 귀엽지 않거나’ 즉, 취향의 문제임을 이해시키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스크린은 소재에 비해 오히려 밝고 예쁜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고, 편집 역시 통통 튀듯 경쾌하다. 각 배우들의 캐릭터에 대한 접근방식 역시 진지하며 앙상블 역시 좋다. 영화는 작심한듯 마초적인 남성 이성애자 장배를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이 역시 결말의 교육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재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더 자유롭게 풀어놓지 못한 점이다. 충분히 더 신랄하고 솔직하면서도 지금의 태도를 견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특히 장배 캐릭터는 그 시작과 끝이 너무 짜 맞춰져 있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말에 엄정화의 히트송인 ‘페스티발’이 흘러나오고 캐릭터들은 흥겨워 보이지만 정작 관객들은 노래 이상의 흥겨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천하장사 마돈나’처럼 긍정적 에너지를 낙관하고 싶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인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의 맞춤형 관람층은 청소년들인 것같다. 단언컨대, 충무에서로 나오는 영화들 중 이보다 더 교육적인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의 손재곤 감독이 돌아왔다. 그의 데뷔작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손 감독은 4년동안 침묵을 지켰다. 영화 [이층의 악당](감독 손재곤)은 4년의 기다림에 보상이라도 하듯이 기대치를 웃도는 성취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충무로의 기념비적인 코미디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