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요짐보 用心棒 [블루 레이-4K UHD 정보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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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오짐보오   用心棒

 

일본, 1961.    ☆☆☆☆★

 

A Toho Production.  1시간 50. 화면비 2.35:1

 

감독: 쿠로사와 아키라 黒澤明 

각본: 쿠로사와 아키라, 키쿠지마 류우조오 菊島隆三 

촬영감독: 미야카와 카즈오 宮川一夫 

조명: 이시이 쵸오시로오 石井長四郎 

음악: 사토오 마사루 佐藤勝 

 
캐스트: 미후네 토시로오 三船俊郎 (쿠와바타케 산주로오), 나카다이 타츠야 仲代達也 (우노스케), 야마다 이스즈 山田五十鈴 (오린, 세이베이의 아내), 토오노 에이지로오 東野英治郎 (주막집 할아버지), 카와즈 세이자부로오 河津清三郎 (세이베이), 사잔카 큐우 山茶花究 (우시토라), 카토오 다이스케 加東大介 (이노키치), 시무라 타카시 志村喬 (양조주 토쿠우에몬), 후지와라 카마타리 藤原釜足 (명주상인 타자에몬), 와타나베 아츠시 渡辺篤 (관쟁이), 츠치야 요시오 土屋嘉夫 (코헤이), 사와무라 이키오 沢村いき雄 (파출소장 한스케), 츠카사 요오코 司葉子 (누이, 코헤이의 아내), 라쇼오몬 츠나고로오 羅生門綱五郎 (칸누키), 후지타 스스무 藤田進 (혼마 센세이)   


영화학자 스티븐 프린스가 쿠로사와 감독을 두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영화의 역사라는 나무에서 뻗어나간 가지들이다. 그러나 쿠로사와는 이 나무의 줄기 (몸통) 에 해당되는 감독이다. 그의 존재를 발판삼아 수많은 영화작가들이 가지를 쳐나갔다.”   정확한 인용은 아닙니다만, 쿠로사와 아키라라는 이 감독의 작품군을 세계 영화사에서 자리매김할때 이러한 평가—단순히 “일본” 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예술가” 라던가 “액션영화의 거장” 이라는 등의 수사를 얄팍하기 그지 없는 선전문구로 보이게 만드는—가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21세기에 사시는 여러분들—특히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하신 분들—이 보시는 망가, 영화, TV 드라마를 포함한 영상 매체에서 모든 굵직한 윤리적이고 사상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관객들을 긴장과 서스펜스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액셀러레이터를 지지밟으면서 질주하는 그런 “서사적 마력” 을 지닌 아이템에는 이미 기본적으로 유전적인 레벨에서 쿠로사와 대선생님의 숨결이 거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쿠로사와 감독은 20세기의 중요한 영상 예술가요 스토리텔링의 마스터이며,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서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진정한 인문적인 예술작품을 만드는 데 성공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거는 혼자서 '내가 몸소 보니까 쿠로사와 별거 아니더라!' 하고 (김용옥 선생이 '내가 하바드 가보니까 별거 아니더라!' 라고 성토한 것처럼) 박박 우긴다고, 아닌게 되는 그런 레벨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생님께선 오히려 “진정한 예언자는 고향에서 홀대받는다” 라는 구약성경의 메시지처럼, 자기 나라 일본의 평론가들과 지식인들에게서 “양놈들 취향의 영화를 만든다” 라든가 “뻔한 내용의 영화에 집요하게 설교조 톤의 메세지를 어거지로 우겨넣는 계몽주의감독” 이라는 둥 “봉건적 가치관을 옹호하는 마초 성향의 우파 감독” 이라는 둥의 먹물성 비판을 받으면서 (마치 한국의 모 감독이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영화를 만든다” 라는 웃기지도 않는 종류의 “비판” 을 당하면서 활동해야 하는 것처럼),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완전히 돈줄이 끊긴채로 자살 기도까지 해야 할 정도의 “푸대접” 을 받아왔던 것입니다.   


진정한 거목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아보려면 어느 정도 거리를 떨어져 봐야 하듯이, 영화에 대해 지식이 생기고 안목이 쌓이고 실제로 영화를 만들어 보는 경험을 거치면 거칠 수록 쿠로사와 감독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점점 더 실감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선생님의 대다수의 작품들이 두뇌 근육의 힘을 다 풀고 의자에 기대어서 팝콘 씹으면서 “영화를 즐기고자” 하는 분들의 수수한 바램을 배신하는 그런 예술틱한 그림들이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무슨 얘깁니까? 스필버그 카메론들이 다 지네들 영화 기똥차게 만드는 기술을 누구 작품을 보고 뿅가서 연마한 줄로 아십니까? 쿠로사와의 신파는 죽여라 울려주고, 쿠로사와의 스릴러는 심장이 딱 먿을 정도로 서스펜스가 넘치며, 쿠로사와의 액션은 무슨 CGI니 나발이니 떠들기가 챙피할 정도로 강력하고 스피디합니다.  


아무튼, [요오짐보오] 는 선생님께서 [라쇼오몬] 을 만든 후11 년이 지난 뒤 토오호오에서 더이상 너처럼 재정상 위험 부담이 따르는 감독은 돈 못대주겠다라고 협박 비스드름하다시피 굴어서 독립 프로덕션 “쿠로사와 프로” 를 제작하여 갈라져 나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 부터 [붉은 수염] 에 이르기까지의 쿠로사와 프로 출품 연작들은 다 흥행에 성공했고 토오호오에서는 악랄하고 철저하게 그 수익의 대부분을 챙겨갔습니다) 이후 사회비판 스릴러/필름 느와르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 의 다음에 만든 영화입니다. 


여기서 내가 일단 주목하고 싶은 것은 [요오짐보오] 의 각본에는 [라쇼오몬], [7인의 사무라이] 그리고 [이키루] 의 각본의 대부분을 쓴 하시모토 시노부와 쿠로사와의 글쓰기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오구니 히데오 각본가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하시모토 시노부 각본가는 (미국 작가중 예를 들자면) 리 브라케트나 윌리엄 골드먼처럼, 완성작과 전혀 상관없이 각본만 따로 읽어도 그 논리적 치밀함과 인간 관찰의 예리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는 일본 역사상 최고 각본가중의 한 분 입니다. 이분의 각본의 특징은 적확하고 넘쳐남이 없는 절제된 대사에서 배어나오는 날카로운 칼로 베는 것 같은-- 특히 일본 사회와 정치의 ‘위선’ 을 다룰 때의—비판정신과 아무리 엄청나게 미로같은 복잡한 스토리를 다룰 때에도 결코 적당히 넘어감이 없이 명료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관객들을 압도하는 구성력에 있습니다. 당연히 마츠모토 세이초오 같은 대작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물의 각색에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죠.  


거기에 더해서, 이분은 [라쇼오몬] 의 원작자 아쿠타가와의 문학적 계보에 속해 있는 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라쇼오몬] 으로 제작된 아쿠타가와의 [덤불 속에서] 를 영화화하자는 아이디어도 쿠로사와가 아니고 이분이 낸 겁니다. 그의 실력은 ‘스스로가 정의와 도덕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악인’ 의 캐릭터를 다룰 때 정말 빛을 냅니다만, [요오짐보오] 에는 그런 날카로운 사회적 비판정신이나 캐릭터들의 위선을 차갑게 비꼬고 냉소하는 ‘작가적’ 자세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쿠로사와 감독과 프로듀서 키쿠지마 류우조오가 집필한 각본이 널널하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어찌나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이쪽에서 이렇게 나오면 저쪽에서 저렇게 받아치고 하는 주거니 받거니의 상황 전환이 바삐 이루어지는지 현대 영화의 정신없는 편집으로 단련이 된 관객들도 집중의 강도를 낮출 수 없습니다.


[요오짐보오] 는 당시까지의 시대극을 지배하던 ‘목에 뜨거운 것이 걸린 것 같은’ 감동을 관객들에게 일으키는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비장미’ 의 추구를 완벽하게 부정하고, 쿠로사와 자신이 주인공 산주로오와 넘버 원 악당 우노스케의 대립을 일컫듯이 “들개와 뱀이 서로 사냥감을 놓고 쌈을 벌이는 것을 구경” 하는 것 같은, 권선징악 따위는 개천에 발로 차서 처던져 버리는 쿨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기본적인 [요오짐보오] 의 “방자한” 태도를 씨니시즘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쿠로사와 선생님은 제가 누차 말하는 것이지만 제가 아는 모든 영화 작가들 중에서 설익은 씨니시즘을 가장 강도높게 밟아 짓이기는 작품군을 만드신 분입니다. [요오짐보오] 에서도 주인공 산주로오가 악인이 아닌 이유는 마지 못해서 선행을 한다고 해서가 아니라, “선” 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악” 을 모르는 척 우물쩍 넘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정상적” 인 우리의 삶 그대로인가를 뼈저리게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 때문에 보상을 받지 않은 선행은 고대로 주인공의 “약점” 이 되고 악당한테 잡혀 죽을 위기에 직결되는 것이지요. 선행을 하는게 이렇게 죽을 각오를 해야 된다는 점을 뺨따구 때리듯이 직설적으로 우리에게 말하시고자 하는 분께서, 과연 “권선징악” 적인 위선적 날라리를—시대극이던 액션영화건 간에-- 읊으실 생각이 나시겠습니까?

 

그밖에도 [요오짐보오] 의 그 이전과 그 이후를 아울러서 이 작품의 독창성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요소들을 지적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일본의 제리 골드스미스 사토오 마사루의 삼바와 맘보와 하프시코드가 난무하는 “서양적 고상함” 에 대한 비웃음이 담뿍 담긴 “퓨전” 스코어부터가 다릅니다.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토오호오 로고가 찍히는 순간부터 긁적긁적, 아웅 부시럭하고 졸린 고양이가 마지못해 사료 그릇을 향해 움직이는 것 같은 미후네 선생의 뒷모습에 맞추어 산주로오의 테마가 경쾌하게 깔리기까지 길어야 한 45초간의 음악에 얼마나 정확하게 이 영화의 성격과 내용과 사상에 대한 코멘터리가 함축되어 담겨있는지 오직 놀라울 뿐입니다.

 

카부키 식으로 폼을 재면서 주인공 무사가 칼을 휘릭하고 휘두르면 악당이 “오옷 ~” 하고 맴을 뺑뺑 몇번 돌다가 픽 쓰러지던 양식적인 “찬바라” 칼싸움을 배제하고, 1초에서 2초도 안되는 시간에 서너번씩 칼을 휘두르고 (물론 육안에는 그 움직임이 잡히지도 않습니다), 또 칼을 맞는 순간에 통닭의 배를 가르고 와리바시를 채운 뒤 식칼로 푹 찔러서 만들어냈다는 소름끼치는 “퍽” 하는 몸 잘리는 음향을 삼입한다는 혁신적인 스타일의 액션은 또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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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더해서, 등장인물들이 마구 험한 깡패식 대사들을 뱉으면서 으스거리고 다니게 하면서도 (한국의 조폭코메디들과는 너무나 다르게), 스스로의 허세를 통해 자기 자신의 어리석음을 폭로하게 만드는 뱀처럼 교활한 위트. 그러면서도 이 세계의 악당들은 비겁한 겁쟁이는 겁쟁이대로, 머리가 石石인 친구는 石石인대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하는 방관자는 방관자대로 다 자기들의 논리에 충실하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감독이나 각본가들이 무슨 정치적인 포인트를 지르거나 사회적인 전형을 까기 위해 일부러 얄팍하게 빚어놓은 그런 캐릭터는 [요오짐보오] 에는 없습니다.

 

최소 세개의 카메라를 동시에 돌리면서 아무리 먼거리에 있는 등장인물이라도 반드시 포커스를 맞추어야 한다는 쿠로사와 감독의 생떼에 가까운 요구를 다 소화해낸 미야가와 카즈오 촬영감독이 진두지휘한 기막힌 흑백 촬영에 대한 언급이 없을 수 없겠군요. 저는 [요오짐보오] 를 주막집 신의 대부분에서 미후네 선생이 상투 꼭대기만 남기고 화면에서 아주 잘려나가는 비참한 화면비 및 화질의 VHS 판부터, 대학교 시절 기숙사에서 슬라이드 보여줄 때 쓰는 흰 천막 쳐놓고 돌리면 크레딧이 “더 보디가드!” 하고 영어로 깔리는 16밀리미터판, 그리고 이제는 크라이테리언의 블루 레이, BFI 의 4K UHD까지 수많은 판본으로 봐왔습니다만 [카게무샤] 나 [란] 보다도 이 작품과 [천국과 지옥] 이야말로 그 빛과 그림자의 아름다움이 깨끗한 프린트나 디지털 트랜스퍼로 보았을 때 너무나 그렇지 않을 때와의 차이에 감동을 받게 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언젠가 한번은 반드시 플롯 따라가기를 완전히 방기하고 샷 하나 하나를 스틸 사진 보듯이 음미하면서 관람하시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그러니 결국 집에서도 보고 극장에서도 보기를 추천드릴 수 밖에 없어요. 사실 HD 마스터니 블루 레이니 하는 것은 [요오짐보오] 같은 영화 감상하라고 존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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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쿠로사와 감독이 스탠리 큐브릭처럼 정치하고 치밀한 구성력과 밀도를 지닌 작품을 만드는 설계력과 실행력, 거기다가 남이 감히 따라넘볼수 없는 시각적인 비젼을 지닌 영화작가 였다, 여기까지만 하셨더라도 거장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쿠로사와 선생님은 거기에 더해서, 큐브릭이라도 제가 볼때는 선생님의 횡경막 언저리 근처밖에는 도달할 수 없었던 능력을 하나 더 구비하셨습니다. 뭐냐하면 “배우들의 연기” 의 감독으로서의 능력이죠. (괜히 [닥터 스트렌지] 같은 작품 예를 들어서 시비 걸지 마시고… [배리 린든] 의 라이언 오닐 같은 예도 같이 들어야죠.  난 원작자 스티븐 킹과는 달리 큐브릭판 [샤이닝] 을 존경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거기에 나오는 잭 니콜슨과 셀리 듀볼의 연기가 각자의 최고 수준이라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이 측면에서 쿠로사와 감독의 연기 감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일종의 “민주적인” 어프로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시시껄렁한 역할을 맡은 연기자들이라도 감독의 손길이 반드시 가 닿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그런 연출임과 동시에 (한국 감독들 중에서는 봉준호감독이 제일 비슷한 분위기를 지녔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이건 물론 연기지도에 대한 접근방식에 한정된 얘기구요), 주연배우들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캐릭터를 강력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반드시 주지만 영화의 흐름과 리듬을 깨는 방향으로는 절대로 갈 수 없게 통제하는 지휘력도 발휘를 하십니다. 그런 고로 쿠로사와 영화는 야심 많고 비교적 덜 알려진 배우들이 꼭 출연하고 싶어하는 작품이 된 것이죠. 단역이라도 출연만 하면 자신의 기력과 스킬을 맥시멈으로 뽑아내는 감독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미후네 토시로오와 나카다이 타츠야 연기자님들에 대해서는 따로 입방아를 찧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네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시면 되고요. 그래도 말을 늘어놓자면 미후네 연기자는 [라쇼오몬] 때부터 그러했지만 진짜로 “큰 고양이과 동물” 을 연상시키는데요. 도무지 주위에 벌어지는 일들의 멍청함과 한심함에 공감할 수 없는 대호 (大虎) 나 표범의 지루하고 게을러 보이는 몸사위가 일순에—고양이가 이빨을 드러낸 독사의 머리를 뱀이 깨무는 속도보다 몇 배 더 빠르게 후려쳐 버리듯이— 표독스러운 민첩함으로 돌변하는 연기는 단순히 멋있다를 넘어서서 우아하고도 아름답습니다. 쓸데없는 얘기지만 미후네 선생님께서는 키가 172 cm 였습니다. 그런 체구의 분이 이 영화에서 보면 아놀드 슈와체네거라도 단칼에 두동강을 낼 것임을 도저히 의심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미후네 선생님의 액션은 고사하고 표정연기만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이 작품 보는 본전은 다 뽑습니다. “저놈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처치해 버려” 라고 등에 칼을 박을 계획을 세우고 있는 세이베이 가족의 뒷담화를 엳듣다가 혀를 메롱~ 하기 직전의 미후네선생의 “놀고 있네” 표정 같은 것은, 일본인이거나 말거나 다른 연기자들에게서 본 기억이 별로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카다이 연기자님은 정말 카멜레온 이십니다. 코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작품에서 목숨을 내던져서 인간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 보이는 청년으로 나올 때, 고샤 히데오 감독의 작품에서 독사 같은 깡패 두목으로 나올 때, 이치카와 콘이나 테시가하라 히로시 감독의 작품에서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도회적인 댄디로 나올 때 그 모습들이 너무나 다 다르고 다 각자 개성적으로 멋있습니다. 이렇게 “멋있다” 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연기자분도 동서양 통털어서 정말 드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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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오짐보오] 와 [산주로오] 같은 예를 보면 이창동감독이 문화부장관 시절에 비슷한 말씀 하셨듯이 “오락영화” 와 “예술영화” 로 나눠서 보고 그런 행위는 무익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예술영화” 라는 규정에 맞으려면 우리가 [월E] 나 [다크 나이트] 같은 영화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재미” 는 없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냥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재미” 가 전혀 없는 영화가 “예술” 이 될수는 (드물지만) 있어도, “예술” 인 영화는 반드시 “재미” 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아시겠죠?  


아무튼 싫은 소리 안할테니까 액션이니 사무라이니 이런 거랑 아주 담쌓고 사시는 분들도 속는 셈 치고 한번 가서 보세요. 마음 아주 편하게-- [투사부일체] 보는 정도의 수준으로-- 먹고 보셔도 이 불후의 명작을 “이해” 하는데 아무 지장 없답니다.

 

PS: 이 [요오짐보오]를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 가 단순히 플롯이나 설정을 빌려오는 정도가 아니라 대사와 신의 배치까지도 다 표절해 베낀 것은 새삼스럽게 제가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요. [라이언 킹] 과 [흰사자 레오/정글 대제] 의 경우와는 달리 이 경우 토오호오에서 정식으로 고소를 했고 그 결과 쿠로사와에 이르기까지 관계자들도 합의금을 지불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요오짐보오] 는 대시일 하메트의 [붉은 수확] 을 베낀거니까 쎔쎔이다” 라고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전 [붉은 수확] 읽어 봤거든요? 이 작품과 [요오짐보오] 하고 닮은 점이라고는 주인공이 본명을 안 밝힌다는거 ([붉은 수확] 은 유명한 ‘컨티넨탈사 직원’이 주인공입니다) 와 여러 캠프의 악당들이 한 동네의 독점권을 노리고 서로 싸우고 있다는 설정 뿐입니다. 그걸로 시비 걸자면[로빈 후드] 도 장도리가지고 패고 그러는데 [올드 보이] 표절이다 그러고 모감독님께서 리들리 스코트 소송걸면 되겠슴. 그러니 앞으로 이런 말 하시는 분들 곧이 듣지 마시길.


크라이테리언은 초창기부터 (영화 배급사 제이너스 필름스였던 시절부터) 쿠로사와 감독과는 깊은 유대를 유지해왔던 레벨이고, 그 때문에 [요오짐보오] 뿐만 아니라 다른 쿠로사와 작품들도 디븨디 시절부터 크라이테리언에서 도맡아서 출시해 왔고, 역시 미후네 연기자가 심통난 살쾡이 검객 산주로오로 등장하는 속편 [츠바키 산주로오] (1962) 와 묶어서 한정판 블루 레이를 2010년에 출시했고, 이 슬립케이스 애장판이 최근까지 [요오짐보오] 를 감상하는 데 있어서— 일본에서 출시된 엄청나게 비싸고 외국어 자막이 부재한 블루 레이를 도외시한다면—가장 우수한 화질과 음질의 광학디스크로 세계적 명성을 떨쳤습니다.


화질은 미국 Radius60 에서35밀리미터 네거티브 스캔본을 리마스터하여, 잡티와 필름의 왜곡부분을 디지털 방식으로 제거한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의 복원판이었고, 특히 콘트라스트 레벨과 어두운 장면의 디테일에서 실력을 제대로 과시한 바 있죠. 이 판본은 “퍼스펙타” 라는 당시의 토오호오 영화사에서 개발했던 스테레오 채널의 사운드를 DHS 3.0 채널로 재구성한 오디오를 차용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오리지널 모노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상기 스티븐 프린스의 기술적이고 사상적인 측면에 중점을 둔 코멘터리를 비롯하여, 모든 크라이테리언발 쿠로사와 영화에 수록되어 있는 토오호오의 자체 제작 도큐멘터리 [창조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創ると云う事は素晴らしい] (2002) 에서 45분 가량이 발췌되어 있습니다. 


2024년부터 British Film Institute 에서 연속적으로 쿠로사와 감독의 중기작의 4K UHD 블루 레이를 내놓고 있습니다. ([들개] 등의 초기작은 여전히 블루 레이 출시입니다) 이 2025년 3월 출시본은 크라이테리언처럼 [산주로오] 와 묶어서 내놓은 한정판입니다만, 토오호오에서 국내 출시용으로 새로 뜬 4K 네거티브 스캔을 원용하고 있고, 리마스터링은 뉴욕에 있는 Fidelity in Motion 에서 작업한 듯 합니다. 크라이테리언에서 2025년 1월에 내놓은 4K UHD 판본과는 비교를 하지 않아서,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분석할 수 없습니다만, BFI 의 4K UHD 는 크라이테리언의 블루 레이와 대비했을 때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는데요. 


75인치에 달하는 소니 브라비아와 65인치 OLED HD TV 의 두 스크린에서 감상했습니다만, 양쪽 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고요. 크라이테리언 블루 레이 버전도 명암의 표현 등에 있어서 뛰어난 화질이었지만, 4K UHD 는 그야말로 미후네 연기자의 상투 밑의 머리칼 한 올, 클로스업으로 잡힌 조역배우의 얼굴의 검버섯과 주름살까지도 극명하게 다 눈에 들어올 뿐 아니라, “비데오적” 인 “매끈함 “ 이 아예 빠져나가고 없습니다. 사운드의 차이는 그렇게까지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내가 듣기로는 사토오 마사루의 음악이 4K UHD 쪽에서 훨씬 더 유기적으로 청취가 가능했고요. 


특전영상도 예상을 뒤집고, 크라이테리언보다 더 충실한데, 재스퍼 샤프가 “요오짐보 (경호원)” 라는 아키타이프에 대해 설명한 25분 분량의 비데오 에세이가 [Sight and Sound] 비평진의 하나인 필립 켐프의 코멘터리에 더해서 첨가되어 있습니다. 4K 에 아직 발을 들여놓지 않으실 분들께서는 크라이테리언의 블루 레이가 스탠다드 물품이긴 합니다만, 4K 장비와 그것에 적합한 TV 를 갖추신 분들께는 BFI 버전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크라이테리언 블루 레이에는 우(優) , BFI 4K UHD 에는 수(秀) 등급을 부여하는 바입니다.

    • 전 이상하게 이번에 이작품 보면서 클린트옹의 용서받지못한자가 떠오르더라고요
      뭐 이영화가 서부극에 미치는 영향은 돌고 돌지만 이상하게 그작품이랑 느낌이 비슷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영화제를 보면서 느낀건데 대부분에서 주연으로 나오는 미후네님은 정말 외모가 계속 달라져서
      그런지 나오는 영화마다 느낌이 다다르더라고요 그만큼 연기를 잘한다는 얘기겠죠 ^^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리뷰 읽고 나니까 한 번 더 보러 가고 싶네요.
      '그런 고로 쿠로사와 영화는 아심 많고 비교적 덜 알려진 배우들이 우디 앨런 영화에 나오고 싶어하는 것과는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이유로 출연하고 싶어하는 작품이 된 것이죠.'에서 아심 → 야심인 것 같아요.
    • 감동/ 동림선생님도 쿠로사와 영화의 영향에 대해 말씀을 하신 바 있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쿠로사와 영화는 의외로 [붉은 수염] 이라고 하셨었죠. 예 미후네 선생은 정말 쿠로사와 영화에서 엄청나게 다른 역할들을 연기했었죠. 영화 자체로는 조금 떨어지지만 [살아있는 자의 기록]에서 미후네 선생의 노인 연기는 정말 기똥찹니다.

      Terry/ 지적 감사 반영하겠습니다.
    • 근사한 장면들이 많아서 말씀하신대로 샷 하나 하나 쪼개서 볼만할듯 합니다.
      이야기만 따지면 요짐보가 다소 답답하고 묵직해서, 저는 산주로 보기가 더 편하더군요, 그 가벼움이 좋습니다.
      며칠전에 키하치 오카모토의 '키루'를 다시 봤는데, 산주로 풍의 통괘한 이야기와 유쾌한 캐릭터 보기가 무척 즐겁더군요.
      여름가기 전에 좋은 사무라이 영화들 다시 볼 생각입니다, 특히나 키하치 오카모트의 다이보사츠 토게, 사무라이 자객 등등.
    • Q님, 스터전의 '섬 옵 유어 블러드' 리뷰보고 책을 읽었습니다. 꽤 재미있었습니다.
      스터전을 또 읽고 싶은데, 담으로 뭘 읽으면 좋을까요? (그냥 '킬도저' 보면 될까요?)
    • tori님/ [대보살 고개] 는 상당히 난해한 (?) 엔딩으로 끝난다는 점만 빼면 정말 무섭고 대단한 걸작이죠 강력 추천! (이 작품은 그런데 가볍지는 않습니다만;;;)

      스터전은 [More Than Human]으로 제일 잘 알려져있죠. 이거는 뭐 인류가 이때까지 쓴 최고의 SF 리스트 이런 거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작품이니까 더 말할 필요 없구요. 개인적으로 제가 읽은 단편 중에서는 [외로움의 비행접시] 가 특히 가슴에 남는데 그게 수록된 단편집을 추천해드리겠어요. 전집은 거의 다 절판이 되어서 구하기 힘드실듯...
    • '모어 댄 휴먼'을 시작하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대보살 고개' 전에 함 봤습니다, Q님이 추천해주신 덕분에, 다시 감사!!
      굉장히 강렬하고, 그만큼 재밌게 봤는데, 줄거리도 가물거리고 함 더 보려구요.
    • 정말 재미있어하며 쓰신 티가 마구 나네요.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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