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고딕 Got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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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러셀 영화 중에서 악명높은 Devils가 손꼽히고 음악영화 중에서는 차이코프스키 전기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 The Music Lovers를 본 사람이 많은데 저는 엉뚱하게 1986작 공포영화인 <고딕Gothic>을 자막도 없는 케이블 영화로 보고 홀딱 반했었더랍니다.


이 영화가 마침 블루레이로 나왔기에 같은 소재를 다룬 최근 영화인 <메리 셸리>랑 비교해 보았습니다. 역사적 인물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켄 러셀 영화는 전기영화랑은 거리가 멀고 80년대풍 막나가는 공포영화라 비교가 불가능하더라고요. 영화는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쓰게 되는 운명적인 밤을 다루는데, 셸리, 바이런, 메리, 클레어, 폴리도리 박사 5인의 잘 차려입은 시대인물들이 응접실에서 문학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엉겁결에 귀신을 불러들인다는 데서 영감을 얻습니다. 그리고 이 귀신에 홀린 사람들이 악몽과 환상에 시달리며 밤새 뛰어다니고 그 기괴함이 고취되는 순간 역시 80년대풍 요란한 전자음악이 배경을 채고요. 주인공 5명이 다양한 조합으로 성적인 교류를 나누고, 누드(에 준하는 차림으)로 지붕에서 지하실까지 휘젓고 다니는 건 기본이고요. 여기에 놀랄만큼 그럴듯한 스트립댄스를 추는 자동인형과 디저트 접시에 담긴 거머리까지 나오게 되면 이게 무슨 전기영화야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지요.


하지만 메리 셸리 영화랑 연결해서 보면 꾸민 이야기같던 클레어의 야경증은 사실이었던 것 같고, 바이런이 원숭이와 염소 등이 포함된 사설 동물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허구는 아니더라고요.


블루레이에 실린 각본가 인터뷰를 보면 이 운명적인 밤에 대한 전기적 자료들을 충분히 연구해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사람들이 말도 안된다고 불평하는 부분 중에는 실제로 바이런이 한 행동을 묘사한 부분들이 있었다고도 하니 이 사람들이 정말 기괴한 밤을 보낸 것이 맞나 봐요.


저는 영화 <고딕>만 보았을 때는 주요 모티브가 되는 그림인 푸셀리의 <악몽>이 워낙 주제랑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 이미지만 빌린 줄 알았는데 정말 바이런이 이 그림을 가지고 있었나 보군요. 이 화가가 메리의 어머니인 유명한 울스턴크래프트의 애인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참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실화인것도 맞아요.


참, 이 영화에서 바이런은 가브리엘 번이고 셸리는 바로 전해 <전망좋은 방>에서도 누드를 자랑했던 줄리안 샌즈입니다. 클레어 역을 한 Myriam Cyr 배우의 휘둥그래한 눈동자가 일품이었는데 이 영화 말고는 별로 출연작이 없네요. 그리고 우리의 메리 셸리는 작고한 나타샤 리차드슨이 맡고 있습니다. 23살 때 영화 데뷔작이었다고 하네요. 지금 개봉한 영화의 엘 패닝에 비해서 촬영당시 나이는 4살이 많기도 하지만 훨~씬 어른스러워서 좋네요. 블루레이 커멘터리에서는 어머니인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나온 Devils와 많이 비교하는데 이 영화를 못봐서 할말이 없어요. 하지만 이 괴짜 감독의 기괴한 영화들에 우아한 영국배우로 유명한 모녀가 둘 다 출연했다는 것도 좀 신기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켄 러셀은 자신 영화속의 여성 연기자들의 과격하고 일견 착취적으로 보이는 배역들과는 달리,-- 그리고 결혼 다섯번인가 한 엉망진창의 사생활과는 달리-- 의외로 그분들의 신용도가 높았나보더군요. 이 분 자신이 어렸을때 발레 댄서가 되고 싶었다고 하고. 좀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런 예술가가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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