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슈라우즈 The Shrouds (2024)

The Shrouds 슈라우즈 (수의들)


캐나다-프랑스. 2024.     ☆☆☆★★


An SBS Productions/Prospero Pictures/Saint Lauren Co-Production in association with Sphere Pictures/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Eurimages/Crave/Ontario Creates/Téléfilm Canada/Canal Plus/Centre national du cinéma et de l’image animée. Distributed by Janus Films (US) & SBS International (Worldwide). 화면비 2.39:1, 1시간 59 분.  


Director & Screenplay: David Cronenberg.  Producers: Said Ben Said, Martin Katz, Anthony Vaccarello, Steven Solomos.  Cinematography: Douglas Koch.  Music: Howard Shore.  Production Design: Carol Spier.  

Costume Design: Anne Dixon.  Prosthetics/Special Makeup Effects: Alexandra Anger, Shaun Hunter, Monica Pavez.  Visual Effects Supervisor: Peter McAuley, CGEV. 

CAST: Vincent Cassel (카쉬 렐리크), Diane Kruger (테리 겔런트/베카 렐리크/허니 [AI]), Sandrine Holt (수민 사보), Guy Pearce (모우리), Jeff Yung (로리 자오 박사), Jennifer Dale (뮈르나 쇼블린), Elizabeth Saunders (그레이 포너), 

Vieslav Krystyan (카롤리 사보), Steve Switzman (엑클러 박사).


THE SHROUDS- POSTER #1  


크선생님이 소설가로 전향하셨다는 얘기도 포함해서 이제는 은퇴하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던 2022년에 과거의 바디 호러 명작군을 연상시키는 수작 [미래의 범죄] 를 내놓으신 이후로, 결국 그 한편이 유작이 되는 게 아닐지 말 못하는 걱정을 한 팬분들이 꽤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3년이 채 못되어 신작을 공개하셨습니다. 그런데 [수의들] 은 [미래의 범죄] 와는 많이 다릅니다. 한 위대한 영화예술가가 인생의 종장을 맞이하고 느끼는 상념을 형상화하고 극화한, 누가 보더라도 그 작가의 “말기” 에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한편이기 때문이죠. 존 휴스턴의 [The Dead] 나 쿠로사와 아키라의 [마다다요] 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제반 관객들과의 의사 소통이라는 아젠다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크선생님의 배우자분께서 세상을 뜨고 나서 그때 느낀 감정을 살려서 써내려간 각본의 영화화라는 사실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수의들] 은 아주 크선생님다운 직설화법으로, 또한 사적 관심사에 크게 기울어진 형태로 “죽음” 이라는 주제를 다루어냅니다. 


단, 크선생님의 오래된 팬들은— 나로 한정해서 말하더라도, 처음 VHS 로 [스캐너스] 와 [비데오드롬] 을 보고 광팬이 된 지 이미 4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군요— 잊어서는 안되는 사실이, 선생님께서는 어떤 소재와 주제를 다루던 간에,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적 유물론자” 이자 영화인인 크로넨버그 고유의 시각을 통해서 접근하고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죽음”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을 다루는 영화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기대할 수 있는 멜로드라마나 표현주의적 기법에 기댄 “영혼과의 교류” 같은 것은 [수의들] 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세상을 뜬 이와의 꿈 속에서의 대화” 라는 설정이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지니는 함의가 여느 영화들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다르고, 역설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전통적인 크선생님의 바디 호러적이고 즉물적-육감적인 성격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방생 카셀이 연기하는 주인공 카쉬는 CF-기업용 영상제작으로 명성과 부를 쌓은 사람인데, 아름답고 명석한 아내 베카 (다이언 크루거) 를 암으로 끔직하게 사별하게 된 연후, 그레이브테크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첨단 3D 이미징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매장 문화의 트렌드를 선도할 기획을 합니다. 카쉬가 개발한 기술이란 고인의 사체를 중세기 철 갑옷처럼 보이는 특수한 “수의”에 감싸서 매장한 뒤, 그 시체가 부패하는 양상을 실시간으로 수의의 이미징 기능을 통해서 묘비에 장치된 (또한, 당연하게도, 스마트폰에 연동된) TV를 통해 고인의 유가족이 “감상”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카쉬는 추정상 북아프리카계 프랑스인인 듯 한데, 아내인 베카는 유태인이고, 방부처리, 화장, 사체보존을 금지하고 수의에 시체를 감싸서 “흙으로 돌려보내는” 유태인의 장례 의식에서 그레이브테크를 창안하게 된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영화의 기본 골격은 미스테리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만— 누군지 알 수 없는 자들에 의해서 베카의 무덤을 포함한 그레이브테크 묘지가 훼손되는 데서부터 본론이 시작되니까요— [수의들] 은 시놉시스나 예고편이 뭐라고 하건 간에, 미스테리가 아닙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믿고 읽는 크선생님의 광팬 (겸 놀란 빠돌이) 닥터큐를 한번 믿어보세요. 미스테리라고 생각하시고 보시면 반드시 실망하실 겁니다. [미래의 범죄] 와 유사하게, [수의들] 에는 상당수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심지어는 베카 동생의 전남편 모우리가 카쉬의 컴퓨터에 설치해준 AI 아바타 “허니” 도 꽤 중요한 캐릭터로 기능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된 정치적인 음모론, 환경옹호론자들과 테크 브로 대기업 총수들과의 대립 등 여러가지 변수들이 개입됩니다만, 이런 요소들은 카쉬가 스스로의 욕망과 슬픔을 가누고 챙겨서 하나의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 유용될 뿐이고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카쉬에게 그레이브테크 묘지에 관한 고객상담을 하는 헝가리 출신의 대부호 카롤리의 캐릭터 설정 등을 통해 테크 올리가키에 관한 풍자적 시각등을 읽어내는 것도 가능하긴 합니다만, 그렇게 영화를 읽는 것은 오히려 정제된 형태로 카쉬의 (역설적으로 유물론적이고 육체적인) 내면세계에 집중하는 [수의들] 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전작 [미래의 범죄] 에 비교해서 [수의들] 의 약점을 구태여 찾자면, [수의들] 은 여전히 뛰어난 프로덕션 디자인 (여전히 수많은 크선생님영화와 협업해오신 캐롤 스파이어의 담당) 과 촬영 ([미래] 부터 같이한 캐나다인 기사 더글러스 카치) 등 일류 스탭들의 공헌과 크선생님의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전작의 괴팍스럽고 강렬하게 SF 적인 디자인 센스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유려하고 말끔하게 빠져나온 한편이지만, 크선생님이 지닌 “아무리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아이디어와 개념이라도 문자 그대로 현상화시켜서 보여주는” 특수능력을 발휘하여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입니다. AI 와 스마트폰 등의 정보통신 테크놀로지가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시류에 적합하지만, 이러한 “첨단을 가는” 영상들이 [엑시스텐즈] 의 버추얼 리얼리티 게임처럼 솔직히 널널하고 싸구려로 보인다는 것은 의도된 전략일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데는 그렇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의들] 이 나한테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여전히 무모하리만치 우리의 일반적인 상상력의 범주를 넘어서는 크선생님의 압도적인 사상적 위력과, 선생님께서 (항상 그렇지만) 엄선한 연기자군들의 안정적인 연기에 힘입은 바 큽니다. 은발의 머리부터, 조곤조곤하고 이지적인 말투나 몸쓰는 방식까지, 누가 보아도 크선생님의 아바타로 등장하는 방생 카셀의 연기도 그렇고, 1인 2역으로 과격하게 훼손된 신체를 드러내보이는 전라의 연기와, 거꾸로 견공 미용사일을 하면서 음모론에 파묻혀 살고, 또 죽여주는 음모론 이야기를 들으면 성적 욕구를 느낀다는, 글로 써놓으면 이죽거리는 코메디로밖에는 여겨지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다이언 크루거도 지극히 안정적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오히려 [데인저러스 메소드] 나 [동방의 약속] 쪽에 가까운, 비장르적이고 좋은 의미로 무대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아마도 가장 장르적인 연기는 편집증적인 AI 테크 직인 모우리 역의 가이 피어스가 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모우리 자신이 이런 사시나무 떨듯이 경련하는 편집증환자의 모습을 항시에 “연기” 하고 사는 것인지 아닌지 의문이 들고, 이 캐릭터의 포물선은 솔직히 약간 “어이없는” 방향으로 귀결이 됩니다.  


크선생님의 전작 중에서는 이 한편은 [더 브루드] 와 [크래쉬] 에 가장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육체적이고 생리적인 요소를 무시하고 이성적으로는 갈무리될 수 없는 인간의 감정관계를 그려낸 다는 점에서는 전자와 공통점이 있고, 상식적인 도덕관이나 사회적인 인정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것을 뛰어넘는 사람들의 행위를 동물들의 교미행위를 다룬 자연 도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냉철한 시선으로 관찰한다는 방법론 (특히 상궤를 벗어난 행태가 불러일으키는 성적 욕망에 대한 거침없는 직설화법) 에 있어서는 [크래쉬] 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쉬가 자기 아내의 무덤에 같이 묻히고 싶은 욕망을 결국 거부 또는 초극하고, 아내의 손상된 육체를 받아들이면서 다시 새로운 여성을 향해 마음을 (그리고 육체를) 열게 되는 [수의들] 의 결말은, 교통사고로 신체를 망가뜨리고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서로의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주인공 커플에 초점을 맞추는 [크래쉬] 의 엔딩처럼, 본질적으로는 희망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에 남는 감정은 하워드 쇼어 작곡가의 부슬부슬 내리는 빗살에 휩싸인 풍경같은 아름다운 선율을 동반한 엔딩 크레딧이 떴을 때 느꼈던 잔잔한 서글픔, 그리고 처음에 무참하게 부패하여 뼈만 남다시피 한 베카의 시체를 영상으로 크선생님이 보여주었을 때, 이상하게 내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정말 아름답다” 라고 읊조리게 만들었던, 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 이렇게 두 가지였군요. 

 
영혼도 하느님도 믿지 않는 위대한 영화작가가 우리 중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하여 진솔하고 담담하게 풀어낸 하나의 소고— [수의들] 은 그런 예술작품으로 규정할 수 있겠습니다.

    • 미래의 범죄들에 나온 레아 세이두가 빠지게 돼서 다이앤 크루거가 한 거더라고요

      저는 프랑스 잡지 프리미어에서였나 이 영화를

      혹자는 죽지 않는 뇌 the brain that wouldn't die와 비교하기도 하는 걸 본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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