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2025-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판)

Frankenstein  프랑켄슈타인


미국-영국-멕시코, 2025.           ☆☆☆★★


A Bluegrass Films/Demilo Films/Double Dare You Co-Production. Distributed by Netflix (US & Worldwide). 화면비 1.85:1, 2시간 29분. 


Director & Screenplay: Guillermo del Toro. Based on a novel by Mary Shelley, “Frankenstein: A Modern Prometheus.” 

Music: Alexandre Desplat. Cinematography: Dan Lausten. 

Production Design: Tamara Deverell. Costume Design: Kate Hawley. 

Prosthetics/Special Makeup Effects: Alexandra Anger, Steve Newburn, Mike Hill, Ruth Parry, Monica Pavez, Richard Redlefsen, Michael J. Walsh. 

Visual Special Effects: Industrial Light & Magic, Herne Hill, Mr. X, Hotspring, Ticketvfx. 


CAST: Oscar Isaac (빅터 프랑켄슈타인), Jacob Elordi (아담), Mia Goth (엘리자베스 할란더/클라라 프랑켄슈타인), Christopher Waltz (할란더), Charles Dance (레오폴드 프랑켄슈타인), Felix Kammerer (윌리엄 프랑켄슈타인), David Bradley (맹목의 노인), Lars Mikkelsen (안데르손 선장), Ralph Ineson (크럼퍼 교수), Burn Gorman (사형집행인), Christian Convery (어린시절의 빅터), Sofia Galasso (안나 마리아). 


FRANKENSTEIN 2025- NEFLIX POSTER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2017년에 [아마존의 반어인] 을 [The Shape of Water] 라는 시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창조했을 즈음, 유니버설 고전 영화의 몬스터들— 미이라, 드라큘라, 늑대인간 등— 을 하나씩 자신만의 시각으로 업데이트하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를 불러 일으켰었더랬다. 물론 그런 상상속의 기획들은 실현되지 않았고, 팬들에게 마른침을 삼키게 만들었던 러브크래프트 원작 [광기의 산 속에서] 의 영화화 등의 기대주 프로젝트들도 언론 보도로만 알려졌을 따름이다. 그러나 2025년도 저물어지는 지금 넷플릭스를 통하여, [악몽의 뒤안길] 리메이크와 [피노키오] 그리고 안솔로지 호러 시리즈의 수작 [Cabinet of Curiosities] 를 프로듀스하는 등 바쁜 와중에서도 델 토로는 자신만의 프랑켄슈타인 서사를 일구어낸다는 목표를 방기한 일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넷플릭스에서 전면적으로 지원해서 제작된 (제작비는 1억2천만달러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델 토로판 [프랑켄슈타인] 은 [패시픽 림] 이나 [헬보이] 시리즈와는 완연히 다른 방향성을 지닌 한편이다. 메리 셸리의 원작 뿐만 아니라 유니버설과 해머를 위시한, 고전적 호러영화로서의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캐릭터를 깊이 천착한 결과물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파악이 가능하다.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재능이 넘치는 영화작가가 오랫동안 하나의 문학작품이나 다른 소스를 붙잡고 갈무리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영화사의 걸작들 중에는 “원작” 과의 일정의 정서적-철학적인 거리를 두는 것으로부터 궁극적인 공력을 얻어낸 예도 상당히 있다.  델 토로 작품 중에서는 [크림슨 피크] 의 화려하면서도 과포화상태의 고딕적 감성의 계보를 잇는 [프랑켄슈타인] 에 메리 셸리 원작의 “충실한 영화화” 라는 식의 평가는 딱히 부적절하지는 않더라도, 그리 적확하다고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원작을 (영어로 또는 아주 정확한 한국어역으로) 읽어 보신 분들의 감상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델 토로 감독이 원작의 이지적이고 드라이한 철학적인 부분— 19세의 어린 여성 셸리가 집필한 [프랑켄슈타인] 이 30년 넘게 아일랜드의 연극계에서 활동해온 프로 작가 브람 스토커가 50세의 나이에 써낸 [드라큘라] 보다 훨씬 덜 “감성적” 이고 “로맨틱” 하다는 것은 이 두 작품을 읽어본 분들의 대부분이 인정하실 것이다— 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 것이 잘 드러나 보였다. 


FRANKENSTEIN 2025- LOOKING FOR THE BODIES


[엑스 마키나] 에서도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천재과학자를 연기했던 오스카 아이작이 맡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초반부에는 유니버설 영화판에서만 존재하는 조수 이고르를 주인공으로 삼은 2015년 영화판의 제임스 매커보이처럼 핀트가 안맞는 조증 (躁症) 코믹 스타일로 나가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베테랑 찰스 댄스 (댄스의 캐스팅은 아마도 멕시코 장르영화계의 아이콘이었던 클라우디오 브룩을 의도적으로 연상시키는 바가 있을 듯)와 “스폰서” 이자 여주인공 엘리자베스의 후견인인 할란더 (무기 상인이자 “테크 브로” 적인 이 캐릭터만 약간 돌출적으로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바도 없지 않다) 역의 크리스토퍼 왈츠와의 적절한 수준의 상호견인을 통해서 이런 문제점은 무난하게 넘어선 듯 하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자면 아이작이 빅터 프랑켄슈타인에 적합한 캐스팅이었느냐 하는 의문은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그가 지닌 분위기가 다른 연기자들이 발산하는 고전적이고 (해머영화의 주요 출연진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고딕적인 그것과는 아무래도 잘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올리버 리드보다는 랄프 베이츠 (이분은 1970년의 [프랑켄슈타인의 공포] 에서 프남작역으로 나온 적이 있다)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델 토로적인 취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영화의 설정시대인 19세기 중반부 (실제 원작에서는 19세기 초반) 의 해부학을 중심으로 한 과학설비와 신체 합성의 극명하면서도 요염한 묘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시퀜스에서는 굳이 원작의 지역적 배경을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로 옮겨서, 사형수들의 시체를 수집해서 신생명을 문자 그대로 짜집기하는 과정을 공을 들여 그려내고 있는데, 카톨릭 성당의 내부를 방불케 하는 인테리어를 위시해서 빅터의 환영속에 등장하는 붉은 빛의 죽음의 천사 등, 종래 영화판의 “인조인간” 제작의 양상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된 그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별로 중요한 사항은 아니긴 한데, 델 토로의 각본은 프랑켄슈타인을 제조한 당시 유럽의 “과학” 의 설정에 동양의학의 기맥 (氣脈) 컨셉을 적용시키는 등, 손쉽게 “하드 사이엔스” 적인 태도를 방기하고— 원래 감독의 성향에 잘 맞는— 신비주의적인 접근법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런 깐에는 해머 버전이나 제임스 웨일의 고전 유니버설판에서도 저변에 깔려있던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외람된 과학자” 적인 색깔은 의외로 약한 편이다. 이것은 이러한 보수기독교적 시각이 시대에 뒤떨어져서 취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처음부터 그의 개방적인 (우리가 볼 때 기괴하고 경외스러운 우주의 존재들도 ‘하느님’의 신비스러운 역사[役事]로 간주하는) 카톨릭적 세계관과 합치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델 토로 감독판의 고유한 강점이라면 어떤 것을 제시할 수 있을까? 나로서는 일단 제이콥 엘로르디가 연기한 “아담” (영화 안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은 이름도 지어주지 않는 듯 하지만) 즉 인조인간 캐릭터를 축조하고 표현해낸 방식을 제시하고 싶다. 장구한 역사를 지닌 프랑켄슈타인 영화 중에서, 이 “몬스터” 가 우우, 아아 하는 괴성밖에 내지 못하는 “원시적” 인 존재가 아니고, 창조자인 빅터와 맞먹는 지성의 소유자이며, 또한 외관적으로도 사실 빅터보다 (수많은 흉터와 시체를 연상시키는 혈색에도 불구하고) “잘생긴” 모습으로 묘사된 예는 이 한편 말고도 존재한다. 아마도 대표적인 예는 70년대 미남 배우 마이클 사라쟁이 연기한 아담 (이 한편에서는 레너드 화이팅이 연기하는 아주 젊고 미숙한 빅터가 아담이라는 이름을 달아준다) 이 등장하는 영국 TV 미니시리즈 [프랑켄슈타인: 진짜 이야기] (1973) 일 것이다. 그러나 후자와는 달리 이 한편의 몬스터는 작자 (1973년판의 경우는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의 “여성이 없이 생식을 할 수 있는 완전한 인간체” 라는 식의 사상적인 은유 대신, 문자 그대로 자식을 낳아놓고는 사랑은 커녕 자신의 인생을 재생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간주하는 못난 아비에게 버림받은 자식으로 묘사되고 있다. 


FRANKENSTEIN 2025- THE ANGEL OF DEATH 

이 몬스터는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잘생겼고 일면 매력적이기까지 한데, 델 토로가 설정적으로 부가한 부분은 아담의 육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여기에 합당한 과학적 설명은 상기 “기맥” 이 어쩌구 하는 신비주의적인 언설 이외에는 주어지지 않는다) 재생-재활이 초고속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이렇게 말하자면 무척 매니악하게 읽힐 지도 모르겠는데, 이 아이디어를 처음 정확하게 제시한 영화판은 일본의 특촬영화 [프랑켄슈타인 대 지저괴수 바라곤] (1965) 이다. 여기서는 오리지널 프랑켄슈타인 괴물의 심장이 나찌 독일에서 일본에 수송되는 와중에 원자폭탄에 피폭해서 거대한 괴수로 재생되는 상황이 묘사되고 있다. 즉 원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불사의 생명체인 이유는 에너지가 주어지기만 하면 세포 재생이 가능하다는 논법으로 설명이 되어진다. 흥미있는 것은 “과학적” 설정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델 토로 버전에서 오히려 아담이 죽고 싶어도 죽기가 너무나 힘든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유를 찬찬히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아담의 캐릭터성에서 이러한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 라는 비극적인 성격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한편의 아담이 파손된 (전쟁에서 죽은 군인들도 포함한) 시체들의 파편을 짜맞추어서 제작된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미적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거나 누추하고 너절한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게 델 토로 감독이 그렇게 디자인을 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한 평론가가 언급했듯이, 아담의 온몸을 뒤덮고 있는 흉터는 마치 금이나 백금 가루가 들어간 칠로 붙여서 수선하는 킨츠기 (金継ぎ) 기법으로 수선된 조각조각난 도기를 연상시킨다. 여러모로 보아도 이 한편에서는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에 대한 애정과 공감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이것이 단순한 덕질의 발현이 아니라 메리 셸리의 원작에도 제대로 맥이 닿아있는 어른스러운 사상적 고찰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FRANKENSTEIN 2025- THE DEMONSTRATION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 은 빅터의 성장과정과 인조인간 제작에 무게추가 실린 전반부보다도, 엘로르디가 연기하는 아담이 캐릭터로 형성되는 후반부가 훨씬 더 감동적이고 매력적이다. 철학적인 논의를 던져놓은 채 “문학적으로” 끝나 버리는 여느 영화판들의 엔딩과 달리, 이 한편은 감정적으로나 장르적으로나— 어디까지나 빅터의 스토리보다 아담의 스토리가 우위에 선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결말을 맞이한다. 오스카 아이작이나 미아 고스의 캐스팅 등, 불만이 없다면 거짓이 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역시 상당한 감동과 미적인 포만감을 가져다주는 일류의 작품이고, 델 토로 감독을 계속해서 지지하고 싶은 심정에 불을 지피는 데 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뜨거운 쑥뜸 팩 정도는 덮어주는 역작이었다고 주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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