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킬 미 (2009) : Kill me too, I'm dep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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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에 작성한 리뷰를 재포스팅합니다. 참고로 감독은 [사람과 고기]의 양종현입니다.


킬 미 (2009) ☆1/2


 [킬 미]에겐 유야무야라는 말보다 적절한 표현이 없을 것입니다. 사람 죽이는 일이 관련되어 있으니 어두워야 하지만 영화는 충분히 어둡지 않습니다. 로맨스라고 하기엔 영화는 충분히 정감가지도 않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야기는 그저 두 주인공들만 보여주기만 하고 뭘 할 줄 모른 가운데 성의 없이 맴돌기만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결국에 가서, 영화 전체를 통틀어 제가 유일하게 관심을 제대로 기울인 것은 영화 속 주인공들 덕분에 여러 번 고생해야 할 화장실 변기였습니다. 그 전에도 얼마나 많이 고생했을까 생각하면 더 불쌍해지는군요. 



 겉은 평범하게 보일지언정 노총각 현준(신현준)은 그에게 업무를 배당해주는 사람도 있는 전문 킬러입니다. 그의 임무는 그저 죽이면 될 것 같지만, 고객들은 꽤 까다로운 사람들인가 봅니다. 단순히 목표 대상들만 지정해주기만 될 것을, 어떻게 죽여야 할지도 정해주는 것도 부족해서 임무를 완수했다는 증거로 사진까지 찍어오라는 지시까지 하기도 합니다. 잠시 생각 좀 해 봅시다. 어떻게 죽일 지도 정해주었으니 맡긴 일을 잘 수행했다는 건 금방 알 수 있는데 왜 그런 쓸데없는 짓까지 하라고 합니까? 그에게 맡겨진 일들 중 하나는 경찰과 대치한 탈옥수를 처리하는 일인데, 의뢰인의 목적은 과연 무엇인지 전 궁금해 졌지만 킬러는 고용인들에게 동기를 묻지 않는 법이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일을 계기로 현준과 진영(강혜정)은 살짝 연결되지만, 그들은 나중에 직접 대면하게 됩니다. 현준에게 맡겨진 일들 중 하나는 시시하게 보였지만, 밤중에 목표물이 사는 어둑한 집에 들어가서 잠든 남자를 죽이러 와 보니 목표물은 남자가 아니라 진영이었습니다. 7년 동안 사귄 애인에게 실연당해서 그녀는 자살을 결심했지만, 영화 처음에서 보여 지다시피 그녀는 그렇게 간단한 지하철 자살에도 실패했습니다. 아니, 자살할 생각에 빠져서 ‘지금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전광판도 확인 안 하다니 서울 시민이 맞습니까? 어쨌든 간에 이런 쪽팔린 실패 이후 그녀는 사채로 돈을 빌려서 자신을 청부 살인시키려고 한 것입니다. 



  일은 금방 끝날 수 있었겠지만(그리하여 영화가 금방 끝나서 우릴 구원해줄 수 있었겠지만), 현준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에 이어 둘은 서로에게 험하게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뭐야, 그럼 이거 자살이야?” - “자살이든 타살이든 무슨 상관이야?” 이런 식으로 그들은 서로에게 쏘아 붙입니다. 이 정도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지만, 그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계속 서로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런 동안 현준은 곤란한 처지에 빠진 진영을 보호해주기도 하고 진영은 술을 끼고 사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현준의 외로운 생활에 들어옵니다. 



 한데 그들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들 간에 과연 감정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하면 막막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각본에 의해 그들의 경로는 그 사건 이후로 너무나 많이도 겹쳐집니다. 그건 봐 줄만 하지만 둘 간의 감정은 두루뭉술할 뿐 둘은 그저 가만히 같이 있을 따름이고, 별안간 이치에 안 맞는 행동을 하기도 하면서 이유가 안 보이니 우린 어리둥절할 따름입니다. 신현준과 강혜정은 그냥 보는 것으로 만으로도 호감 가는 배우들이고 그들이 그저 가만히 있을 때도 코메디의 가능성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그저 카메라 앞에다 두고 낭비하니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이들의 이른바 로맨스에 대해 지루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영화는 그 외 다른 것들을 엉성하고 느려터질 정도로 섞어놓으려고 하니 더 지루합니다. 킬러로써의 생활상 고민을 얘기하려고 하지만, 직업상 스트레스나 다른 킬러와의 경쟁과 같은 식상한 소재들이나 던져 놓기만 할 정도로 게으릅니다. 진영의 과거와 관련된 부분도 마찬가지로 그리 좋지 않지요. 후반부에 이 둘을 엉성하게 연결시키는 것도 아주 나쁩니다. 이야기 전개는 가다가 뚝 끊어지기도 해서 괴리감이 들기도 하는 가운데, 개연성이나 그럴듯함이 전혀 없고 복선 제공도 형편없습니다. 초반에 별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추어지면 당연히 그는 나중에 중요한 조연이 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다 알 수 있습니다. 영화는 정작 이마저도 잘 못하는데, 이야기를 잘 맺는 게 가능하겠습니까?   



 아마 신현준이 전에 나왔던 [킬러들의 수다]와 같은 코메디를 표방했겠지만, 영화는 별로 웃기지도 않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현준과 진영의 첫 대면 장면은 그나마 웃기긴 했지만, 그 이후로 영화는 계속 내리막길을 가면서 여러 가능성들과 조연들을 그냥 냅다 버리니 찌꺼기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화면 밖에 쌓여 가는 것을 우린 지켜봐야 합니다. 전 영화 속 경찰들의 썰렁한 무능함에 정말 어이없어 하기도 했지만(누가 마스크 쓰고 사진 찍으려고 하면 잡지 않고 뭐합니까?), 한심해 보이기만 하지 웃기지도 않습니다. 그러다가 후반부에 이야기는 짐짓 심각해지는 가운데 어두워지려고 하고 눈물을 흘리려고 하다가 별안간 밝은 결말을 어색하게 갖다 붙입니다. 



  이미 우리는 올해 초에 [킬러들의 도시]를 접했고, 그 영화는 우리들과 기준이 다른 킬러들이 만들어내는 어두운 코메디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내었습니다. 그와 달리 [킬 미]는 느와르도 아니고 로맨스도 코메디도 아닌 김빠진 작품입니다. 어두운 영역으로 가는 것을 주저하면서도 밝은 영역에서도 뛰놀지도 못할뿐더러, 두 주인공들을 화면에 같이 두려는 것만 빼면 목표 의식이 전무한 가운데 질 나쁜 코메디들만 하려고 합니다. 편집은 어설픈 구석이 보이기도 하는 가운데, 음악과 음향은 부적당한 구석들이 많습니다. 이런 구제불능의 영화는 웃음보다는 우울증을 안 길 확률이 많을 것입니다. 영화 제목은 제대로 붙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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