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셉션 (스포)



내용상 분명히 꿈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메카니즘을 알 수 없는 기계와 약물을 이용해 창출한 가상의 시공간이고, 일반적인 꿈과는 달라요.

우리가 경험하는 꿈의 세계는 혼잡하고 두서 없는 기억과 이미지들이 불연속적으로 나열되는 것입니다. 거기에 의미와 줄거리를 부여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가동되는 꿈 만들기 과정들로 인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에 비해 '인셉션'에서의 꿈은 지극히 매끄럽고 단단한 시공간이네요. 설계자가 설계한 곳입니다.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기 위해 '인셉션'이 사용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중첩된 시공간입니다.  '꿈 속의 꿈'이 가능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은 한 순간 추락하는 차의 뒷자석, 호텔 엘리베이터 안, 산사태 나는 설원의 요새 등 각기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흐르는 여러 공간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게 되지요. 이 다층공간에서의 개별적인 존재들이 사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마침내 각기 다른 속도로 흐르는 시간들이 클라이막스의 한 점을 향해 수렴되면서, 한계점에 다가갈 수록 관객의 심박수는 좌악 올라가다가 카타르시스로 펑 터져버리는 것입니다. 어쩌면 관객들의 심리적 시간도 이에 동조하여 좌악 느려지다가 현실로 팍 돌아오는지도 모르겠어요. '인셉션'의 진정한 전략은 이 다층 우주의 경험에 있는 것이고, 꿈을 공유한다는 것은 다만 이 중첩된 시공간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된 설정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가상의 다층 시공간은 여전히 꿈인 척 하면서, 지금이 꿈일까, 현실일까? 하고 물으며 영화를 끝맺습니다. 영리하다고나 할까요.. 꿈이 아니지만, 영화는 그것을 꿈처럼 다루고 있긴 해요.


전작을 생각해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는 메멘토,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에 이어 이 인셉션까지, 마치 건축가가 집을 짓듯 치밀하게 설계된 구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어쩌면 이 사람, 이 시점에 이정도 중량의 정서적 충격을, 그리고 그 반응까지 정확하게 예측하고 계산하면서 콘티를 짜고 액션들을 배치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하기야 감독이라면 누구나 그렇게들 하고 싶겠지만, 성공의 비밀은 그 예측이 정밀하고 정확한 데 있지 않을까요.


배트맨은 거대한 검은 박쥐입니다. 어릴 때 배트맨 만화를 본 사람들이 커서는 배트맨 영화를 보는데요, 이에 따라 배트맨 캐릭터도 같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팀 버튼이 만든 배트맨은 무의식적 트라우마를 가진 이중인격자입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에서 이 모순된 영웅에 '공포'라는 집단무의식 차원의 원초적 정서랄까, 그런 것을 결합합니다. 호러와 영웅판타지의 만남. 그리고 '다크 나이트'에서는 이 모순된 인물에게 반대항을 제공합니다. '다크'의 반대항으로 백기사인 젊은 법조인을, '나이트'의 반대항으로 절대악 조커를 대비시키지요. 그리고 각자는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각기 모습을 바꿉니다. 조커는 말하자면, 지옥에서 몸소 찾아와 배트맨을 통합된 사악함의 세계로 굳이 초청하지만, 배트맨은 이를 거부하고 모순된 이중인격자, 밤의 영웅의 길을 선택하네요. 그러니까 배트맨이었지요.


인셉션에서는 이런 둔중한 충격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대신 청룡열차에 몸이 묶인 채 이리저리 신나게 정신 없이 흔들리다보니 어느덧 끝나있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것도 좋았습니다. 두 번 세 번 타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지만, 저는 한 번으로 족한 것 같습니다.

    • 맨 마지막 줄 공감 100%에요. 다크나이트는 둔기로 맞는 느낌이고 인셉션은 글러브로 잽을 연타로 맞는 느낌? 비유가 좀 이상한데

      느낌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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