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랑켄위니

 

《프랑켄위니》는,장인이 된 Tim Burton 감독이 스스로의‘근본’을 어루만지고 자극할 목적으로 만든 영화입니다.그냥 대놓고 그런 영화에요.흑백 화면에,조용하고 괴짜같은 남자 아이 주인공에,괴물들까지 나오는걸요.상업적으로도 어린이 관객보다 기성 Tim Burton 관객들을 노렸을 가능성이 큽니다.‘예전만 못하다’소리나 듣고 앉아있는 전설이 다시 예전으로,자기 자신을 있게 만든 처음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하는 작품이니,〈가위손〉이나 〈크리스마스 악몽〉같은 영화들을 그저 하나의 영화가 아닌 ‘추억’으로 가슴에 품고 있는 관객들은 개봉 소식을 많이 기다렸을 겁니다.저도 그랬고요.


흑백 Animation인데 3D인 영화입니다.‘최첨단 기술과 향수의 만남’같은 촌스런 문구가 떠오르지만,보고 있으면 영화의 기술적 선택이 단순히 ‘흑백 영화를 3D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가벼운 질문 끝에 나온 것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어요.중간 중간‘아,흑백 영상물만 있었던 시기엔 사람들이 흑백 화면을 보고 이렇게 느꼈겠구나’싶어지는 순간들이 많이 있습니다.단순히 화면이 흑백인 것 가지고는 그런 느낌 내기 어렵죠.

 

제작 목적과도 맞아 떨어집니다.‘흑백’이라는 화면이 주는 상징성은 그 자체로 ‘Tim Burton 의 근본’를 의미하고,‘최신 유행’인 3D화면은 ‘21세기의 눈으로 그 세계를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하죠.무엇보다,이런 저런 의미와 상징을 떠나서,그냥 근사합니다.그것 만으로도,작품이 흑백 3D여야만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기술 외적으로는 아쉬움이 큽니다.Tim Burton의 세계를 확실하게 짚어 주기는 해요.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싶더군요.선량한 주인공이 부당한 집단 폭력을 당하고,괴물을 사랑하는 미녀가 등장하기는 합니다.하지만 이미 우리는 Tim의 걸작들을 수차례 보아 왔고,그의 세계를 알고 있습니다.구태여 다시 짚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듭니다.뻔하고 밋밋해요.한식 본연의 맛을 느끼겠답시고 맨밥 먹는 기분이랄까요.

 

‘처음으로 돌아가보자’는 감독의 결심이나,‘Tim Burton 세계의 민낯을 보여주면 어떨까’하는 제작자들의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전 저명한 악기 연주자들이 애들 교본에나 나올 연주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좋아합니다)다만,〈프랑켄위니〉의 작품성이 한 예술가의 근본을 담아낼 만큼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 정도는 해도 될 것 같군요.‘기본 맛’을 내는 것이 더욱 어려운 법이니까요.

 

그래도,이 영화를 그저 그렇게 본 저 역시 Sparky의 매력 만큼은 부인하지 못하겠군요.자기 무덤을 자기 발로 찾아가 킁킁대고 낑낑대는 그를 보세요.아,얼마나 이상하고 아름답습니까!

ㅋㅋㅋㅋ

    • 3D는 최신유행이 아닙니다. 레트로 유행이죠. 50년대 관객들은 검은 산호초의 괴물 같은 흑백 3D 호러 영화를 즐겼답니다.
      • 지적 감사합니다.당시의 3D도 지금과 기술적으로도 같았나요?
    • 두 종류가 있었는데 하나는 지금처럼 편광 렌즈를 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파란색과 빨간색 렌즈를 쓰는 anaglyph 기법이었죠. 50년대에도 전자가 쓰였습니다. 하지만 3D 유행이 사라지면서 한동안 후자만 남았었다죠. 고로 편광렌즈를 쓰는 당시 50년대 영화는 지금과 크게 다를 게 없었겠죠. 하긴 이런 기술은 빅토리아 시대 발명품이니까요. 당시에도 레트로였죠.

회원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810 [영화] 국제첩보국 The Ipcress File (1965) 123 04-29
809 [영화] 2025 년 최고의 블루레이와 4K UHD 블루레이 스무편 1 246 04-10
808 [영화] 츠바키 산주로오 Sanjuro (1962) (4K UHD Blu Ray) 300 01-14
807 [영화] 킬 미 (2009) : Kill me too, I'm depressed 257 01-13
806 [영화] 위 리브 인 퍼블릭 (We Live in Public, 2009) : 인터넷은 프라이버시를 모른다 124 01-13
805 [드라마] 여름향기 2 128 01-01
804 [영화] 슈퍼 인프라맨 Super Inframan (1975) 157 12-22
803 [영화]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2025-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판) 326 11-13
802 [영화] 데인저러스 애니멀스 Dangerous Animals (2025) <부천영화제> 310 08-16
801 [영화] 엘스 Else (2024), V/H/S 비욘드 V/H/S Beyond (2024) <부천영화제> 238 07-21
800 [영화] 작전명 좀비 Operation Undead (2024)- 어글리 시스터 The Ugly Stepsi… 293 07-10
799 [영화] F1 더 무비 - 이빨 빠지고 발톱 빠진 늙은 사자의 공허한 포효 274 07-07
798 [영화] 더 슈라우즈 The Shrouds (2024) 1 273 06-06
797 [영화] (에밀리 드켄 추모) 엠마누엘 무레의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2020… 253 04-14
796 [영화] 2024년 최고의 블루 레이/4K UHD 블루 레이 스물한편 4 589 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