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

 

눈 감으면 코를 베어가는 세상이라고 한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나는 쓰레기 봉지 사이에 쳐박혀 있었다. 무언가 집고 일어나려고 팔을 휘졌는데, 손 바닥에 물컹한 것이 느껴져서 보니 몇달이 지나 썩어 문드러진 무슨 과일 비슷한 것이었다. 각종 쓰레기들 사이에서 냄새 때문이라도 깨어났으련만 난 아무런 냄새도 맡을 수가 없었다. 내 코가 있어야 될 자리에는 알수없는 살뭉치만 매달려 있을 뿐이였다. 난 그날 코가 베어졌다.

 

경찰서부터 가야겠다는 생각에 여기가 어디인지 기억을 곰곰히 더듬어 보니, 어제 홍대 클럽으로 가서 신나게 놀다가 번호 딴 애들하고 따로 밖에서 술마시고 거기까지가 끝이였다. 그러고 나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도 없었다. 콩팥? 내 콩팥은 잘 있나? 다행히 등 뒤로 느껴지는 통증은 없었다. 없어진 것은 내 코 뿐이었다. 가끔 뉴스에서 코를 베어가는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당하고보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아니 어떻게 코를 베어갈 수가 있어.

 

지갑이 없으니 택시도 타고 갈수가 없었다. 핸드폰이 없으니 연락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물어물어 파출소에 가니 경찰서까지 태워 주겠다고 하는데, 냄새가 지독하니 그냥 앉지 말고 차에 신문지라도 깔고 앉으란다. 난 태워주는 것만해도 감지덕지로 생각하고 차 시트에 신문지를 두장씩 깔고 앉았다. 코로 숨을 못 쉬니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었다. 콧구멍이라도 뚫어야 되나 고민하던 찰나에 다왔다고 얼른 내리란다. 그렇게 김모 순경은 나를 경찰서 앞에 떨궈두고 가버렸다.

 

경찰서에는 나 같은 사람이 매일 두어명은 온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니 코가 없어졌다. 귀도 없어졌다는 사람이 있는데, 흔치는 않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귀를 유심히 쳐다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 훔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자고로 코는 성형 수술하려고 해도 몇백만원이 드는데, 남의 코를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백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암암리에 불법으로 시술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를 담당한 형사는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듯이 심드렁했다. 대충 접수하고나서 나중에 연락 준다고 하고 나를 돌려보냈다. 핸드폰 한통화만 할 수 있냐는 내 말에 저기 공용전화 쓰시라고 하면서 한 구석의 전화를 가리켰다.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전화번호가 생각이 안났다. 아 맞다. 번호는 다 핸드폰에 있었지. 다시 형사에게 가서 죄송한데 제가 기억하는 번호가 하나도 없어서... 인터넷 좀 쓸수 있을까요? 물어보니 이런 일은 한두번 겪은게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며 반대쪽 벽에 있는 공용 컴퓨터를 쓰라고 하였다. 10년도 더 된것 같은 컴퓨터였는데, 이상한 프로그램이 덕지덕지 깔려있는 것이 왠지 여기다가 아이디와 암호를 적었다가는 중국을 거쳐서 5분안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갈 것 같은 불긴한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대로 적어 넣었다. 그리고 친구 몇몇의 연락처를 찾아내어  전화를 걸었다. 놀라지 말고 나 좀 데리러 오라고.

 

나를 처음 본 친구는 두가지 반응이였다. 처음에는 약간 놀라는 듯 싶더니 그 다음에는 미친듯이 비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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