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소설] 노란 모기

  전기세를 내러 은행에 가던 중이었다.  옆으로 지나가는 차도 보고 사람들도 슬쩍 구경하면서 걸어가던 중에, 공중전화가 신경 쓰였다.  가까이 가보니 노란 모기 한 마리가 공중전화기에 붙어 있었다.  샛노란 모기는 아니고 약간 거무스름한 노란 모기였다.  노란 모기는 처음 보기도 하고, 불길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공중전화의 수화기를 들고 귀에 대보니 동전을 넣지 않았는데도 여자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들렸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누군지 모를 사람이 웃고 있으니 기분도 묘해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여자 한명이 내 앞에 걸어가는 게 보였다. 빨간 상의에 검정색 치마, 빨간 하이힐을 신었다. 뒷모습의 인상이 강렬해서,  시카고 불스 팬일까 생각하면서 얼굴이 보고 싶어져서 앞질러 갔는데, 고개를 돌려 볼 순 없어서 제대로 얼굴을 보진 못했다.


  그 날 저녁에 친구를 만났다. 그 시절의 난 많이 우울했는데, 친구들 만나서 떡볶이 먹고 노래방을 가는 게 삶의 낙이었다. 친구 한명이 나한테 와서 정색을 하더니 뭔가를 물어봤다.


겉이 노란 물고기의 속이 무슨 색인지 아냐?


  난 잠시 생각하고 정색하면서 검정이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하고 맞다고 했다. 난 속으로 역시 노랑이면 검정이지. 공사장에도 위험 표시로 노란색과 검정색을 쓰니까. 노래방에 들어가서 너바나 노래, 산울림 노래 등 이런저런 노래를 부르고 각자의 집에 갔다.


  몇 년 후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라디오에서 우연히 그 물고기가 붕어빵 이라는 걸 들었다. 

    • 추천단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본문을 흐리고 싶지 않아서요.
      계속 보고 싶어요.

창작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51 [7분소설]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와 커피를 마시는 일에 관하여 2 3,398 09-16
50 [2분소설] 순대국 그녀 (19?) 4 7,091 09-07
49 [음악동화] 곱추소년의 여행기 05 2,061 09-06
48 [음악동화] 곱추소년의 여행기 04 2,096 09-06
47 [음악동화] 곱추소년의 여행기 03 2,210 09-06
46 [음악동화] 곱추소년의 여행기 02 2,100 09-06
45 [음악동화] 곱추소년의 여행기 00-01 2 2,431 09-06
44 [캘리그라피] 화장실낙서 2,670 09-05
열람 [1분소설] 노란 모기 2 3,498 09-04
42 [1분소설] 태아 1 3,238 09-03
41 [그림] 팬아트들 (태양 외) 3,516 09-02
40 [1분소설] 식스 센스 2,650 09-02
39 [1분소설] 내비게이션 4,714 09-01
38 [받아쓰기] 오정희의 글 3,304 09-01
37 [1분소설] 자리비움 5,606 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