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소설] 89' 헤매기

  방에 누워있었다. 옷을 챙겨 입었다. 옷을 입는 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바지가 다리에 닿는 게 거슬린다. 벗고 나가면 편하겠지만, 입고 나가는 게 낫다.

화장실이나 부엌에 먼저 갈까 생각했지만, 나중에 하기로 했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그런 건 안 해도 된다. 나중엔 뭐가 메인인지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밖으로 나갔다. 햇살이 대각선으로 가로지르고, 언덕 아래엔 제3 신도시 아파트가 솟아있다. 이 광경을 보고 싶었다. 언덕을 내려갔다.

  낮이라 그런지 동네엔 사람이 없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20대 여자 한 명이 지나갔다. 목적 없이 계속 걸었다.

 

  막다른 길로 보이는 곳에서 여자 한 명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나오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편에 출구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계속 들어갔지만 반대편으로 나오는 길은 없었다. 앞으로 갈 수는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없었다.

  들어올 때 마주친 여자에 대해 생각했다. 그 여자는 여기서 어떻게 나왔을까. 적당한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다.

 

  부모님이 방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같다. 아마도 나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조용히 옷을 입고, 방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왔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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