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2024)

양주연의 다큐멘터리 [양양]에서 양양은 지명이 아닙니다. 미스 양. 그러니까 양씨 성을 가진
젊은 여성을 가리킵니다. 감독이 학부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 아버지가 술에 취한 상태로 전화를 걸어 '너는
고모처럼 살지 말아라'고 했대요. 감독은 어리둥절했습니다. 자신에게 고모가 있다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알았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그 고모는 대학 때 자살했습니다. 그 뒤로 가족은
죽은 고모에 대한 기억을 묻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거죠. 아버지의 술주정이 없었다면
고모는 정말 다음 세대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영화는 고모의 인생을 추적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그리고 영화 중반에 고모를
자살로 몰고 갔고, 가족이 수치스러워했던 그 사건의 진상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더 이상 가는 건 좀 힘들어요. 조금 더 밀고 나가서 당사자와 직접 관계된
사람들을 밀어붙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못된 짓이고, 감독의 캐릭터와
맞지도 않습니다. 저 같으면 상상력을 조금 더 발휘해서 고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허구의 영역으로 넘어갔을 거 같은데, 그건 또 이 영화의 윤리학과 맞지
않아요.
대신 감독은 두 가지 길을 택합니다. 하나는 고모의 이야기를 가부장제도 밑에서
불평등을 체험하며 살았던 한국 여자들의 일반적인 이야기 안에 통합시키는
거죠. 그건 분명 의미가 있는 작업인데, 단지 개인사의 특별함을 묻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고모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가족사 안에
편입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영화로 담겼고 관객들에게 보여졌으니
고모의 이야기는 조금 더 질긴 생명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빈 공간이 조금 남는데, 영화는 이걸 감독의 환상을 담은 애니메이션으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영화적 허구'에 가장 가까운 부분일 거예요. 죽은 고모에 대한 감독의
연민이 이 영화의 원동력이었으니 그건 당연한 사실의 일부겠지만.
(24/12/06)
★★★
기타등등
서독제 상영작이고 내년 개봉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감독:
양주연,
출연:
양지영 , 양주연 , 양철원 , 이복숙,
다른 제목: My Missing Aunt
KMDb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A/12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