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 (2024)


김태양의 [미망]은 통일된 한자 제목이 없습니다. 영화에는 동음이의어인 세 단어가 소제목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중간에 서울극장에서 상영하는 박남옥 감독의 [미망인]이 잠시 나오기도 합니다.

원래는 [달팽이]라는 제목의 단편에서 시작된 영화입니다. 이 단편은 남자주인공이 을지로에서 옛 여자친구였을 수도 있는 지인을 만나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감독 김태양이 이 영화의 주연배우 이명화의 실제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감독은 하성국이 연기하는 남자주인공 처럼 드로잉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종로 근처에서 이명하를 우연히 만나 서울극장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대요. 그 뒤로 이 영화를 장편으로 확장할 계획을 세웠는데, 코로나가 닥쳤고 계획은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각 에피소드에 실제로 쌓인 시간이 반영되었지요.

카메라 앞에서는 엄청나게 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는 영화입니다. 영화 대부분은 두 사람, 또는 세 사람의 대화입니다. 1부에서 서울극장에 가던 여자주인공은 서울극장 폐관 행사에서 [미망인]에 대한 해설을 하고 그 행사 관련 직원과 대화를 나눕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이제 화가가 된 남자주인공, 여자주인공 그리고 두 사람의 친구인 남자 택시운전사는 대학선배의 장례식에 갔다가 광화문까지 택시를 타고 오고 두 주인공은 광화문의 소우라는 술집에서 그 술집 주인과 함께 대화를 나눕니다. 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들은 그 사이에 일어났겠죠. 예를 들어 여자주인공은 3부에 들어가기 전에 2부에서 만난 남자직원과 사귀는 사이입니다. 영화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잠시 멈추어서 과거와 현재의 삶을 반추하는 과정입니다.

매우 서울 영화입니다. 그것도 종로, 광화문, 을지로, 청계천 부분에 집중해있는. 잠시 장례식 때문에 서울을 벗어나 있던 사람들도 결국 자연스럽게 서울로 돌아와요. 그리고 서울의 구체적으로 생생한 묘사는 영화의 내용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이처럼 서울의 구체적인 지리성이 그려진 영화가 의외로 적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을 보편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도시의 구체적인 묘사에 게으르거든요. 이 영화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아무리 새 건물이 들어서도 옛 시대의 역사를 길에 묻고 있는 신화적 공간이지요.

그 결과물은 매혹적이고 몽환적입니다. 묘사가 정교하고 구체적일수록 오히려 꿈결같은 효과를 내지요. 많이들 [비포] 시리즈와 비교를 하는데, 이 영화의 대화는 [비포] 시리즈의 선명함과는 거리가 멀죠. 이 영화의 대화들은 캐릭터들의 삶을 그림자처럼 느슨하게 반영하고 있고 그런 모호함과 애매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24/12/09)

★★★☆

기타등등
수상쩍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2부의 남자는 왜 막 서울극장을 나온 여자주인공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거장을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거긴 대한민국에서 대중교통 수단을 가장 찾기 쉬운 곳입니다. 너무 괴상한 맨스플레인처럼 보여요.


감독: 김태양, 출연: 이명하 , 하성국 , 박봉준 , 백승진 , 정수지, 다른 제목: Mimang

IMDbhttps://www.imdb.com/title/tt2867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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