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빌라 (2024)


사전정보 거의 없이 김선국의 [원정빌라]를 보았습니다. 예고편을 극장에서 건성으로 몇 번 봤는데, 문정희 나오는 호러 영화 같았습니다. 그것만 해도 봐야 할 이유는 되지요. 그래서 봤는데,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무서운 영화인 건 맞는데, 장르 호러의 비중은 높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이 영화의 배경은 부산의 원정빌라라는 곳입니다. 근처엔 신도시 개발공사가 한창이고 이곳 사람들도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어요. 주인공인 주현은 공인중계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막 수술에서 회복된 엄마랑 조카와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윗집에 사는 신혜라는 여자가 매우 수상쩍은 소수종파교회의 신자가 되고 곧 주현을 제외한 빌라의 모든 사람들이 이 교회에 말려듭니다. 주현은 어떻게든 이 상황과 맞서 싸우려고 하지만 빌라엔 우군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소수종파개신교 교회가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공익영화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영화에서는 당연히 이단과 사이비(배우들은 자꾸 싸이비라고 발음하는데 무지 신경쓰입니다)라는 단어들이 계속 사용되고요. 근데 늘 하는 말이지만 주류개신교와 소수종파를 가르는 불연속면 같은 건 존재하지 않지요. 김선국은 개신교 신자라고 하는데, 영화는 굳이 주류 개신교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일단 주인공 주현부터가 무종교인이고. 그래도 어떤 분위기가 있습니다.

영화는 어떻게 소수종파교회가 사람들을 파괴하는지를 교과서처럼 보여줍니다. 챕터로 분류된 구성부터 교과서 같죠. 그러니까 이 영화 속 이야기는 전체를 대표하는 하나의 사례로서 존재합니다. 보면 너무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어떤 저항도 없이 빌라 주민 대부분이 종교에 넘어가는 것부터가. 하지만 전 한국 사람들이 어리석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사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짓은 안 하기로 했습니다. 단지 여전히 그렇게 그럴싸하지 않다는 말은 할 수 있지요.

종교를 다룬 공익영화도 좋을 수 있고,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원정빌라]는 여러 모로 투박합니다. 메시지는 확실하게 전달합니다만, 그 이상을 할 공간이 부족하지요. 일단 주인공 주현은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그 이상을 하지 못해요. 여기서 괜찮은 도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나중에 주현과 엮이게 되는 방민아의 캐릭터 약사 유진인데. 아쉽게도 영화는 이 캐릭터도 흔한 전형성에 가두어버립니다. 어떻게 봐도 아주 좋은 영화가 될 수는 없었을 거 같아요. 일단 만든 사람들에게 그럴 생각이 없었던 거 같으니까요. (24/12/12)

★★

기타등등
영화는 중간중간에 굉장히 티가 나는 AI 그림과 영상을 쓰는데, 아주 싫었습니다. 그런 것 때문에 영화가 좀 유튜브 동영상스러워지고.


감독: 김선국, 출연: 이현우 , 문정희 , 민아 , 성병숙 , 다른 제목: The Unrighteous

KMDb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37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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