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도피 L'amour en fuite (1979)


프랑수아 트뤼포의 [사랑의 도피]를 보고 왔습니다. 원래는 작년 11월에 봐야 했던 영화지요. 표까지 사서 아트나인 극장까지 갔는데 그만 기기 이상으로 상영이 취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트뤼포 사망 40주년 기념으로 이 영화를 다시 틀어주었고 같은 극장에서 결국 보았어요.

앙트완 드와넬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그리고 저에겐 첫번째 또는 두번째로 본 드와넬 영화지요. 지상파 텔레비전에서 더빙판으로 본 유일한 드와넬 영화고요. 트뤼포 영화를 더빙으로 몇 편이나 보았던 걸까요. [아메리카의 밤]과 [마지막 메트로]는 기억이 납니다만.

시리즈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영화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이 영화는 독립적으로 설 수가 없어요. 드와넬 시리즈의 이전 영화들에서 따온 클립들이 영화 상당부분을 차지하거든요. [프렌즈]와 같은 미국 시트콤이 시간 채우기 위해 종종 이런 짓을 하지요. 당시 이 영화를 보면서 "와, 누벨 바그 거장인 아트하우스 영화감독도 이런 걸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어요.

다시 보니 그 때보다 지금 감상이 더 좋았습니다. 여전히 클립쇼인 건 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동안 전 이 시리즈의 맥락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전 클립들을 새 영화에 끼워넣는 테크닉이 더 잘 보였습니다. 더 자연스러운 영화로 보였지요.

이 영화에서 앙트완 드와넬은 결국 크리스틴과 이혼합니다. 그리고 이혼하기 전에 이미 사빈이라는 레코드 가게 직원과 사귀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변호사가 된 [앙트완과 콜레트]의 콜레트가 두 사람이 이혼을 하던 날 법정에서 앙트완을 알아 봅니다. 며칠 뒤 두 사람은 기차역에서 만나고 앙트완은 충동적으로 콜레트가 탄 기차에 올라타요. 그리고 두 사람은 앙트완의 책에 반영된 두 사람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자연스럽게 옛 영화의 클립들이 삽입되고요. 이 클립들은 기차 여행이 끝난 뒤에도 계속 나올 수 있는 다양한 핑계를 찾습니다.

영화의 목적은 당연히 앙트완의 일생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슬프게도 앙트완은 그 동안 제대로 성장을 못했습니다. 좋은 작가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여전히 좀 무책임한 불란서 남자지요. 아마 그 이후에도 그렇게 살았을 거 같습니다.

단지 주변의 여자들은 보다 냉철해졌습니다. 이건 이 영화의 각본에 여자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그럴 거예요. 콜레트를 연기한 마리-프랑스 피지에가 트뤼포의 파트너 쉬잔 쉬프망과 함께 이 영화의 각본을 같이 썼습니다. 그 때문에 콜레트가 [앙트완과 드와넬]에서 앙트완이 콜레트에게 강제 키스를 하려 했던 때를 회상하며 그게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선 그 장면을 연기했던 피지에 자신의 목소리가 느껴집니다. 여전히 여자들이 지나치게 이 남자에게 관대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여기서 재미있는 건 콜레트 역시 영화 한 편을 구성할만한 이야기의 재료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변호사가 자기 아들을 살해한 남자를 변호하는 이야기지요. 이 영화는 앙트완 드와넬이 주인공이라 우린 그 이야기의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어딘가엔 콜레트가 주인공인 법정 드라마가 있고 앙트완은 그 이야기의 단역일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인 수많은 영화들로 구성된 우주가 존재하고 우린 어쩌다 보니 드와넬이 주인공인 영화들을 볼 기회가 더 많았던 거겠지요. (24/11/01)

★★★

기타등등
1. 당시엔 옛날 영화의 클립처럼 보였지만 사실 아니었던 장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릴리안과 앙트완의 이야기 같은 거요. 콜레트가 딸을 잃은 날 묘사도 존재하지 않는 영화의 클립처럼 보이죠. 릴리안과 앙트완의 관계가 발각되는 부분은 역시 장 피에르 레오와 다니가 출연한 [아메리카의 밤]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2. 트위포가 이 영화를 만든 건 순전히 전작인 [초록 방]의 흥행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쉬운 길을 택한 거죠. 다행스럽게도 흥행엔 성공했는데, 트뤼포는 끝까지 이 영화에 자신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3. 이 영화에서 앙트완의 여자들로 나온 클로드 자드, 마리 프랑스 피지에, 다니는 세상을 떴습니다. 사빈 역의 도로테만 생존해있지요.


감독: François Truffaut, 출연: Jean-Pierre Léaud, Claude Jade, Marie-France Pisier, Dorothée, Dani. , 다른 제목: Love on the Ru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78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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