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2024)


현문섭의 [사흘]은 사실 2020년에 촬영된 영화입니다. 그 이듬해에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밀렸어요. 그러다가 창고 영화 방출 시즌인 지금에야 가까스로 풀린 거죠. 영화의 시대배경은 2023년으로 되어 있는데, 아마 후반작업 중 수정이 개입되었겠지요.

가톨릭 페티시물이고 장기 이식 호러입니다. 이 두 개가 묶여 있는 걸 전에 제가 본 적 있었던가요? 아닌 거 같고요. 하여간 영화는 딸을 잃은 아버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흉부외과의사인데, 얼마 전에 자신의 딸에게 직접 심장이식수술을 했어요. 수술 결과는 좋았는데, 그 이후 딸이 이상해집니다. 결국 딸은 가톨릭 구마의식을 받다가 죽어요.

영화의 제목은 딸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사흘을 가리킵니다. 딸이 죽었다고 끝이 난 게 아니죠. 무언가 사악한 것이 딸의 몸을 통해 세상으로 기어나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구마의식을 집행했던 사제는 그걸 막으려 하고 아직 딸이 죽지 않았다고 믿는 아버지는 어떻게든 딸을 살리려고 합니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에겐 둘 다 미친 놈들처럼 보이지요.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장기 이식 호러가 가톨릭 호러와 결합되는 경우는 그렇게 잦은 편이 아니니까요. 이건 다른 영화들이 그렇게 자주 가지 않는 길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영화가 이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거죠. 한 마디로 영화를 긴 호흡으로 끌고갈만한 드라마의 재료가 없습니다. 가톨릭 호러 영화의 클리셰들이 제대로 묶이지 못한 채 여기저기 굴러다닐 뿐입니다.

결국 영화는 배우의 연기력에 의존하는데, 이것도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합니다. 일단 이 영화는 죽은 십대 딸의 시체에 집착하는 중년남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니 필연적으로 징그럽습니다. 그 남자는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원한을 발사하고 다니니 당연히 짜증나고요. 이 부정적인 재료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호러니까요. 하지만 이것들이 의미있으려면 최소한 중반부터는 긴 호흡의 드라마가 이어져야 하는데, 영화는 그게 없단 말이죠. 영화가 끝날 무렵엔 어떻게든 사건이 해결되긴 하는데, 그 과정으로 이어지는 길은 중년남자의 불쾌한 난동의 연속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니 그게 잘 연기되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죠. (24/11/18)

★★

기타등등
감독인 현문섭은 [악몽선생] 시리즈를 감독한 적 있고 장편 영화는 처음입니다.


감독: 현문섭, 출연: 박신양, 이민기, 이레, 김기천, 윤종석, 태인호, 박민정, 김남우, 우민지, 길해연 다른 제목: Devils Stay

IMDb https://www.imdb.com/title/tt12663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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