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바다 갈매기는 (2024)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불도저에 탄 소녀]를 감독한 박이웅의 두 번째 영화입니다.
범죄물이에요. 이 영화에서 그 범죄는 보험사기입니다. 강원도 해변마을에 사는 용수라는 어부가 베트남인 아내 영란과 어머니 판례에게
보험금을 주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위장합니다. 이 정도면 대충 그 뒤의 내용이 보이는 거 같습니다. 경찰과
보험조사원은 이 사건을 믿지 않고 수사망은 좁혀오고. 이런 이야기의 익숙한 서스펜스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길을 안 갑니다. 일단 용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에요. 주인공은 용수를
고용한 선장인 영국입니다. 그리고 영국은 이 범죄를 통해 얻는 게 전혀 없어요. 용수의 가족도
아닙니다. 그냥 잘 아는 사이지요.
그렇다면 왜 이 남자가 자기에게 아무 이익이 없는 이 범죄에 그렇게 진심인가라는 미스터리가
주어집니다. 캐릭터 탐구가 되는 거죠.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저런 사람이고 저런 사연 때문에 저 범죄에 가담했나보다' 정도의
이해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건 동기에 대한 정확한 정답은 아닙니다. 우린
영국의 내면에 완벽하게 들어가지는 못해요. 그게 가능한 것인지, 꼭 필요하긴 한 일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영국을 특별히 호감가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입이 걸고 성격 안 좋고 툭하면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베트남전 참전군인입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특별히 다를 건 없는데, 아무래도 이건 개인 성격보다는
거의 붕괴되어 가는 마을의 분위기와 관련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남은 사람들에게도
미래가 없고. 사람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그냥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외국인 이주민의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 없이는 마을이 돌아갈 수가 없는 상태지요.
여기서 그 사람들을 대변하는 건 용수의 아내 영란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이 영화의 실질적인 '여주인공'이에요. 이 영화를
끌고 가는 동기, 욕망, 서스펜스 대부분이 영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관객들이 원하는 것도 단 하나입니다. 영란이 과연 보험금을 타서
무사히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영란은 대놓고 박해당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일단 가족 안에서 사랑받고 있는 게 보여요. 마을 사람들도 특별히 험악하게
굴지 않고. 하지만 영화는 그 다음 단계의 차별을 꼼꼼하게 그립니다. 대놓고 폭력적이지는 않지만 은밀한 악의와 경멸을
담고 있고 일단 재수가 없지요. 용수의 가짜 죽음은 이 사람을 둘러싼 보호막이
얼마나 얄팍한지 드러냅니다. 게다가 이 사람은 마을에 정말 얼마 안 되는 '젊고 예쁜' 여자이다 보니...
도입부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영화는 아주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묵직한 드라마를 끝까지 끌고 갑니다.
그리고 영국은 끝까지 주인공으로서의 에너지와 위엄을 잃지 않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럴 수 있는 구체적이고 의미있는
동기와 감정이 있습니다. 적어도 벌여놓은 일이 대충 끝날 때까지는요.
윤주상의 첫 영화주연작입니다. 그리고 판례역의 양희경과 함께 우리가 중견배우에게서 기대하는 전통적이고
노련한 연기를 보여주며 그 울림이 아주 큽니다. 이런 연기여야 먹히는 영화와 캐릭터들이 있죠. 영란역도 예고편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비중이 큰 역이라 이 캐릭터를 연기한 카작의 존재감도 예상외로 큽니다. 이 배우는 캐스팅될 때까지
한국어를 거의 못했다고요.
(24/12/02)
★★★☆
기타등등
시나리오는 [아침바다 갈매기는]이 [불도저에 탄 소녀]보다
먼저 나왔다고 합니다. 두 작품에서 느껴지는 가족 유사성은 완성되지 못한 채 아이디어와 내용이 비벼진
결과겠지요.
감독:
박이웅,
출연:
윤주상, 양희경, 박종환, Khazsak,
다른 제목: The Land of Morning Calm
IMDb https://www.imdb.com/title/tt33832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