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의 선율 (2024)

최종룡의 [수연의 선율]은 대구 영화입니다. 대구가 무대이고 대구에서 촬영되었으며 대구의 구체적인 지명이 언급되고 보여집니다. 감독도
대구출신이고요. 옛 대구 동성아트홀 팬카페의 영화제작 소모임 출신이라고 합니다. 방과후 교실 강사 일을 꽤 오래 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가
그 경험의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수연의 선율]이라니, 음악 영화 제목 같지만 사실은 수연과 선율 모두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영화를 끌어가는 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수연이지요. 영화가 시작되면, 이 아이는 유일한 보호자나 다름 없던 할머니를 잃었습니다. 할아버지, 부모 모두 생사를 알 수
없고, 몇 안 되는 친척들은 애를 받아줄 생각이 없습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보육원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영화 초반에 그 기적 비슷한 것이 일어납니다. 수연은 멀지 않은 동네에 사는 부부가 하고 있는 브이로그에 대해 알게 됩니다.
부부는 얼마 전에 선율이라는 여자아이를 입양했고 한 명을 더 입양할 생각입니다. 목표가 정해지자, 수연은 선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합니다. 그리고 수연의 교활한 계획은 성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여기서부터
진짜로 겁에 질리게 됩니다. 어린아이들의 계획이 정말로 먹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입니다.
[수연의 선율]은 제가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장르적 호러라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빨간머리 앤] 호러라고 부르는 것이 영화를 지배합니다.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전 [빨간머리
앤] 초반 페이지를 몇 년 동안 못 넘겼습니다. 앤이 거부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그만큼이 컸어요, 결국 그 아이가
받아들여져야 소설이 진행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요. [수연과 선율]에선 이런 두려움이 영화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더 무서운 건 최악의 일이 일어나기 전에 수연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반전이 있는 건 아니고 후반에 다시 돌이켜보면 자연스러운 전개인데, 그래도
영화 내내 관객들을 불안하게 할 정도로는 충분합니다. 영화 전체가 그렇습니다. 거의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고전적인 어린이 주인공 서사를 풀어가고 있는데, '전에도 이런 조합을 보았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조합이 낯설어 보입니다.
그 전통성과 낯섦은 대부분 수연과 선율이라는 두 아이의 캐릭터에서 나옵니다. 영화는 두 아이에게
어떤 종류의 전형성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딱 그 나이 또래 애들이
그럴 법한 단단한 현실성을 유지하고 있지요. 이건 아이들을 깊이 이해하고 연민하면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정확한 관찰자의 작품입니다.
(24/12/02)
★★★☆
기타등등
한국 개신교도들에 대한 은은한 야유가 영화 전체를 지배합니다. 대단한 악의 대신 무심한 비겁함과
무책임함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정말 끔찍한 존재는 남자청소년들이고 종종 이들은 영화를
진짜로 장르 호러/스릴러로 만들어버립니다.
감독:
최종룡,
출연:
김보민, 최이랑, 김현정, 진대연,
다른 제목: Waterdrop
IMDb https://www.imdb.com/title/tt34386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