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아파트 (2024)


[럭키, 아파트]는 지금까지 주로 [이태원], [시국패미], [우리는 매일매일]과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주로 만들어 왔던 강유가람의 첫 장편 극영화입니다. 제목 검색이 조금 힘든 영화죠. 럭키, 아파트를 검색하면 실제 럭키 아파트들이 줄줄 뜨니까요. 이 영화는 저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되었는데 저는 그 때 놓쳤고,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 2024에서 개막작으로 틀어주어서 보았습니다.

선우와 희서라는 레즈비언 커플이 주인공입니다. 둘은 얼마 전에 돈을 탈탈 털어서 아파트를 하나 장만했어요. 하지만 선우는 한쪽 다리를 다치고 직장까지 잃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희서도 직장내 성차별 때문에 고생이 심하죠. 선우는 커밍아웃한 뒤에 부모에게 의절당했고, 희서는 부모에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감추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스트레스가 상당한 상황인데, 여기에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래층에서 계속 악취가 올라와 확인해 보니 그 건물에서 화분 할머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주민이 고독사한 시체로 발견되었던 거죠. 할머니의 가족이 계속 나타나지 않아 현장은 방치됩니다. 그러는 동안 계속 악취는 올라오고요. 선우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하려 하지만 소문이 돌아 집값이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이웃들의 눈밖에 납니다. 그러니까 정말 한국적인 설정인 거죠.

굉장히 선명한 메시지와 교훈을 갖고 있는 영화입니다. 선우와 희서의 고생 대부분은 한국 사람들의 호모포비아가 이유입니다. 사귄 지 9년이나 되었고 같이 아파트도 장만했는데, 여전히 이 두 사람의 삶은 불안정합니다. 영화는 이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아래층 할머니의 사연을 가져옵니다. 그 사연은 옛날 같았다면 일종의 경고였습니다("네가 계속 동성애자로 남으면 말년이 끔찍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LGBTQ에 속한 사람들 역시 이성애자들이 갖고 있는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근거로 제시됩니다.

그 때문에 여성영화제나 프라이드영화제와 같은 곳이 일반상영관보다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 합니다. 단지 이게 꼭 단점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창작자가 퀴어 시민의 보편적인 고민과 고통을 보여주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해야죠. 그리고 선우와 희서의 문제는 LGBTQ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주거문제, 경제문제, 대한민국 아파트 문화의 폐쇄성과 같은 다른 주제와도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남의 이야기처럼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상당히 좋은 서스펜스물입니다. 밑에서 올라오는 수상쩍인 냄새로 시작되는 도입부부터 그렇지만, 이게 선우의 사회적 고립, 연인과의 갈등으로 이어지는 과정 역시 관객들에게 효과적인 불안감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쌓은 불안감은 비교적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해결되니, 여러분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라는 말이죠. (24/07/17)

★★★

기타등등
후반 '장례식'의 구도는 밀레의 [만종]을 연상시키는데, 이 그림이 사실은 죽은 아기의 매장을 그린 것이라는 예술계의 음모론이 있지요.


감독: 강유가람, 배우: 손수현, 박가영, 다른 제목: Lucky, Apartment

IMDb https://www.imdb.com/title/tt32475217/

KMDb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36505
    • 이 감독님이 극영화를 만드셨군요. 상영관이 얼마나 잡힐지 모르겠지만 개봉하면 꼭 챙겨보고싶네요.
    • '가족이' 가 두번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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