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니아 Bugonia (2025)


[부고니아]는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만든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죠. 원래는 아리 에스터가 제작하고 장준환이 직접 감독할 계획이었는데, 장준환은 건강 문제로 빠지고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죠. 윌 트레이시의 각본 자체는 란티모스가 오기 전부터 모양이 잡혀 있었고요. 외계인으로 의심받는 CEO가 여성인 것도요.

큰 줄거리는 같아요. 정신이 그렇게 온전하다고 할 수 없는 남자가 CEO를 납치하죠. 그 사람이 자신 인생의 비극에 책임이 있는,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믿으면서요. 단지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 CEO가 여자가 되었고 남자의 공범자는 남자가 되었습니다.

[지구를 지켜라!]와 모든 면에서 반대인 영화입니다. [지구를 지켜라!]는 극도로 캠피하고 하고 싶은 건 그냥 아무 거나 다하는 영화지요. [부고니아]는 절제되어 있고 손쉬운 열광과는 거리를 둡니다. 관객들의 감정을 그렇게 자극하지는 않아요. [지구를 지켜라!]를 보았을 때 관객들은 주인공이 느끼는 억울함과 분노에 몰입하죠. [부고니아]에서는 그러지 않습니다.

이건 윌 트레이시의 스타일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냥 시대가 변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음모론에 빠진 젊은 남자'는 그 때보다 훨씬 공감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었어요. 거리를 둘 필요가 있고, 그러지 않아도 관객들은 이 사람을 훨씬 의심의 눈으로 볼 것입니다. 장준환이 만들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긴 한데, 이 기본 톤은 바뀌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그거야 말로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가 존재해야 할 이유겠죠. 특히 이런 남자들이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여성혐오를 그린다는 면에서요.

두 영화 모두 바로크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단지 [지구를 지켜라!]가 요란한 바로크 회화와 같다면 [부고니아]는 스카를라티의 키보드 소나타처럼 단아해요. 두 개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할 가치가 있죠. (25/12/31)

★★★☆

기타등등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제시 플레몬스의 엄마로 나오는 걸 보니 당황스럽고요.


감독:Yorgos Lanthimos, 출연: Emma Stone, Jesse Plemons, Aidan Delbis, Stavros Halkias, Alicia Silverstone,

IMDb https://www.imdb.com/title/tt12300742/

    • 네번째 단락, 마지막 문장은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이 아닐까 싶습니다
    • 감독 이름을 각본가 윌 트레이시로 써놓으셨네요. 살짝 바꿨는데 원작과 가장 크게 느낌이 달라진 부분이 엔딩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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