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밤 Night on Earth (1991)

[지상의 밤]은 짐 자무시의 옴니버스 영화이고 다섯 개의 챕터가 하나의 규칙에 따라 전개가 됩니다. 무대는 택시 안. 주인공은 택시
운전사와 승객(들), 시간은 밤. LA, 뉴욕, 파리, 로마, 헬싱키가 무대이니, 일종의 세계일주이기도 하죠. 기왕 세계일주를
할 거라면 비서구권 도시도 하나 정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자무시는 이미 [미스터리 트레인]에서
비서구권 배우들을 신기할 정도로 잘 다룬 적 있고, 도시 선정은 일하고 싶거나 인맥이 있는 배우들의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베아트리스 달과 일하고 싶다면 무대를 파리로 잡아아죠.
다섯 이야기의 성격은 모두 조금씩 달라요. LA 파트는 젊은 여자 운전사의 택시에 탄 캐스팅 전문가의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은 운전사를 배우로 캐스팅하며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은 다른 인생 계획이 있죠. 뉴욕 파트에서
흑인 승객은 간신히 택시를 잡는데 동독에서 왔고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운전사는 차를 어떻게 굴리는지도
모르는 거 같고, 결국 승객은 직접 운전대를 잡습니다. 파리 파트에서는 흑인 운전사가 시각장애인인 백인
여성을 태우고요. 로마 파트에서는 수다쟁이 운전사가 신부를 태우는 게 그 결과는 치명적입니다.
헬싱키에서는 우울한 운전사가 술취한 승객들을 태우는데, 그 운전사가 왜 그러고 있는지는 후반에
밝혀집니다.
모두 야심없이 짧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캐릭터만큼이나 도시가 중요한 역할을 해요. 자무시야
미국인이니까 LA와 뉴욕은 잘 다룰 수 있었겠지만 다른 도시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아마도
이 사람은 영화를 통해 본 도시들을 자기 식으로 재현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로마
파트에서 사용된 재료들은 그 도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선입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너무나도 당연한 듯
자기 자리에 있습니다. 그건 이 세계의 이야기를 모두 자기식으로 이야기하는 짐 자무시가
일종의 소스처럼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요. 보다 보면 노인네가 된 지금의 자무시는
그 시절을 그리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25/12/31)
★★★☆
기타등등
배우들이 다들 참 젊어요. 그리고 살아있고.
감독: Jim Jarmusch
출연:
Winona Ryder,
Gena Rowlands,
Giancarlo Esposito,
Armin Mueller-Stahl,
Rosie Perez,
Isaach de Bankolé,
Béatrice Dalle,
Roberto Benigni,
Paolo Bonacelli,
Matti Pellonpää,
Kari Väänänen,
Sakari Kuosmanen,
다른 제목:
IMDb https://www.imdb.com/title/tt0102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