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우먼 La mujer murcielago (1968)


[더 배트우먼]이라는 영화를 보았어요. 1968년에 나온 멕시코 영화입니다. DC 영화 아닙니다. 배트우먼 캐릭터는 1950년대부터 나왔지만 이 영화의 배트우먼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주인공 이름이 배트우먼이고 애덤 웨스트스러운 가면을 쓰고 있으니 당연히 의도한 짝퉁이지요. 기예르모 델 토로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영화래요.

아카풀코가 무대입니다. 전세계에서 운동선수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카풀코에도 희생자가 나옵니다. 사건을 수사하던 특수요원은 배트우먼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배트우먼은 부유한 독신자 겸 가면 쓴 레슬링 선수로, 여유 시간에 가면을 쓰고 다니며 악당을 퇴치합니다. 배트우먼의 정체를 아는 건 두 남자 특수요원 뿐이고요.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배트우먼이 정체를 감추는 건 그냥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심지어 악당들도 가면을 쓰지 않은 배트우먼을 단번에 알아보는 걸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봐야 합니다.

계속 레슬링 선수들이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건 이곳이 레슬링 슈퍼 히어로 영화의 고장, 멕시코이고 [더 배트우먼]도 이 장르에 속해 있으니까요. 배트우먼도 액션을 하지 않을 때는 꾸준히 경기에 나가요. 웃기는 건 레슬링 선수일 때는 회색 속옷 같은 옷으로 몸을 가리는데, 악당과 싸울 때는 파란색 비키니를 입고 다닌다는 거죠.

그렇다면 영화의 악당은 누구냐. 에릭 윌리엄스라는 미친 과학자입니다. 이 사람의 목표는 물고기 인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운동선수의 송과체에서 뽑은 액체를 물고기에 주입해서요. 전 당연히 운동선수를 물고기 인간으로 만드는 줄 알았는데, 역시 미치광이 과학자는 사고방식이 달라요. 처음 만든 물고기 인간은 바비 인형보다 조금 큰 사이즈라 농담하나 싶었는데, 바닷물에 조금 담그니까 사람보다 커지더군요. 델 토로가 이 영화를 좋아한 것도 혹시 이 물고기 괴물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취향이 참 꾸준하다고 할 수밖에. 하여간 윌리엄스 박사는 배트우먼이 자꾸 방해를 하자 물고기 인간에게 배트우먼을 납치해 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액션은 당연히 레슬링 기반입니다. 배트우먼의 능력은 좀 왔다갔다하고 영화 만드는 사람들도 이 캐릭터에게 어느 정도의 능력을 주어야 할 지 잘 모르는 거 같습니다. 일단 자주 잡혀요. 그런데 또 쉽게 빠져 나오기도 하고요. 종종 옆에 있는 남자들의 도움도 빌리고요. 그러다 나중에 물고기 인간에게 잡혀갈 때는 그냥 '위기에 빠진 여자'가 됩니다. 그럭저럭 배트우먼은 사건을 해결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 뒤에도 배트우먼에게 '나약한 여자'의 느낌을 남겨놓고 싶어합니다. 마지막 농담은 어이가 없죠. 배트우먼이 갑자기 나타난 작은 쥐에 기겁하면서 두 남자들에게 당장 저것을 죽이라고 고함치고 남자들은 "여자들이란!"하고 껄껄 웃어댄단 말이에요.

시대의 산물입니다. 그걸 염두에 두고 보셔야 해요. 그렇게 본다고 이 영화의 퀄리티가 상승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 특유의 뻔뻔스러운 재미를 즐기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죠. 멕시코 레슬링 슈퍼 히어로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은 제가 많이 놓쳤을 장르 관습들을 즐길지도 몰라요. (23/08/14)

★★

기타등등
얼마 전에 디지털 복원판이 나와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전 무비에서 봤어요.


감독: René Cardona, 배우: Maura Monti, Roberto Cañedo, Héctor Godoy, David Silva, Crox Alvarado, Armando Silvestre, Tony Roca, 다른 제목: The Batwoma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235608/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72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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