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의 대가 (2025) [TV]


[자백의 대가]는 좀 헛갈리는 제목인데. 대가는 代價인가요, 大家인가요.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代價가 맞아요. 영어 제목은 더 명확합니다. [The Price of Confession].

굉장히 시간을 끄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중학교 미술교사 안윤수는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체포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김고은이 연기하는 모은이라는 여자가 고용주인 치과의사 부부를 살해한 죄로 체포돼요. 둘은 같은 구치소로 들어가는데, 모은이 윤수에게 제안을 하나 합니다. 어차피 자기는 살인범이니 남편을 자기가 죽였다고 자백하겠대요.

그러니까 아주 위태로운 재주를 부리는 드라마입니다. 하나의 살인사건을 다루는 것도 쉽지 않은데 두 개의 사건을 동시에 다뤄요. 그리고 이 사건은 추리소설 형식 안에서 종류가 완전히 다릅니다. 안윤수의 사건은 '후더닛' 그러니까 살인범의 정체가 중요한 장르에 속해있죠. 하지만 모은의 사건의 '와이더닛'. 그러니까 범인의 동기를 밝히는 게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드라마는 윤수와 모은을 엮으면서 이 둘을 하나로 섞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엄청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이걸 끝에서 완벽하게 정리를 했느냐. 그건 그냥 불가능했던 거 같아요. 이 드라마엔 설명되지 않은 구멍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모은은 왜 마지막 살인을 직접 저지르지 않았던 걸까요? 어떻게 보면 가장 먼저 저질러야 할 일인데. 물론 제가 모르는 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이 이야기가 결국 시청자들을 만족시킬만큼 맺어졌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죠. 그러느라 모은을 거의 한니발 렉터 수준의 천재로 만드는 무리수를 두긴 하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연속극'입니다. 매 에피소드는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클리프행어로 끝나고 뒤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건 우리가 한동안 윤수의 결백도 확신할 수 없다는 거죠. 어디로든 튈 수 있는 이야기의 재미가 드라마 전체를 지배합니다. 그러니까 믿음이 안 가는 두 인물이 주인공인 드라마죠. 당연히 배우들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결말이 꽤 재미있어요. 황금기 추리소설이라면 금지했을 법한 범인 트릭을 쓰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불공정해 보이지 않습니다. (비슷한 트릭을 [품위있는 그녀]에서도 썼는데, 그것도 괜찮았죠.) 그리고 아무래도 이 드라마 속 범인(들)을 보다보면 현실세계의 누군가(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어요,

19세기 프랑스 모험 소설처럼 과장된 이야기지만, 드라마 전체는 의외의 사실성이 지배합니다. 물론 전 그 동네 사람이 아니니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묘사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검사, 변호사, 형사, 기타 사법체계 전문가들은 모두 자기 인생이 있고 자기 직업을 진지하게 여기는 진짜 사람들이 갖는 무게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이야기의 환상성을 통제해요.

연출자인 이정효는 [라이프 온 마스]와 [굿 와이프]의 한국판을 연출했고 [사랑의 불시착]에도 참여한 모양인데, 제가 본 게 별로 없어서 이 정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각본가인 권종관은 [이발소 이씨]라는 인상적인 단편을 만들고 [S 다이어리], [새드 무비] 같은 영화를 연출한 사람인데, 제가 본 작품들은 이 드라마와 접점이 전혀 없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제가 본 적 없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가 아무래도 [자백의 대가]의 세계와 연결점이 있는 거 같아요. (25/12/27)

기타등등
[새드 무비]가 드라마 중간에 잠깐 나옵니다.


감독: 이정효, 출연: 전도연, 김고은, 박해수, 진선규, 다른 제목: The Price of Confessi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37218592/

    • https://x.com/winterrr_01/status/1564132016115056640

      원래 송혜교, 한소희 캐스팅이었는데 제작방향에 대한 의견차로 무산됐다고 하더군요. 김고은이 제작발표회에서 자기도 당시 이 대본을 읽고 재밌어서 하고 싶었는데 다른 스케쥴 때문에 못했다가 이번에 하게 됐다고
      • 그 캐스팅이었어도 재미있었을 거예요. 지금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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