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드 Nv Hai Bu Ping Fan (2025)


트레이시 초이의 [걸프렌드]는.. 사실 이건 [걸프렌즈]라고 써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 록의 여자친구는 여러 명이고 바로 그게 영화의 내용이란 말이에요.

록은 30대 중반의 마카오 출신의 영화감독입니다. 홍콩에서 여자친구와 살고 있고 제법 유명한 영화를 한 편 만들었어요. 하지만 차기작을 내는 건 쉽지가 않죠. 영화에서는 준비 중인 두 번째 영화의 내용이 뭔지 안 나오는데, 아무래도 퀴어 소재인 거 같습니다. '중국 본토에도 못 팔고, 말레이시아에도 못팔고...' 같은 소리를 투자자가 웅얼거리는 걸 들어보면. 하여간 영화를 만드는 대신 숏폼에만 열을 올리는 학생들이나 가르치고 있으니 삶이 그렇게 만족스럽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아직 잘 풀리지 않는 배우인 여자친구는 슬슬 집을 사고 정착하고 싶어하는데, 록이 그걸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부터 록은 과거로 빠져듭니다. 그리고 영화의 삼단 구조가 만들어지죠. 먼저 이 사람은 대만에서 영화학교를 다니던 20대 초반을 회상합니다. 그리고 마카오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고 처음으로 여자를 짝사랑했던 십대 시절로 또 거슬러 가요. 홍콩, 대만, 마카오라는 세 공간이 다른 시대의 팔레트를 통해 묘사되고 아마 중국어권 관객들은 그 뉘앙스의 차이를 더 잘 느꼈을 거 같습니다. 특히 언어요.

물론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 이야기입니다. 록은 언제나 사귀는 여자나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고 이 여자들의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록의 다른 고민 상당수도 따지고 보면 여기서 파생되는 거 같고. 아마 이 사람이 첫 영화도 퀴어물이었겠죠. 아닐 리가 없습니다. 물론 동아시아에서 여자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의 어려움, 타지에 사는 마카오 사람의 정체성, 안정적이고 평범한 삶과 예술가로서의 자유의 대립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다 이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동성애자 여성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거죠. 이건 감독인 트레이시 초이도 마찬가지일 거고. 얼마나 사실을 반영한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는 자서전적인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깊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솔직히 전 록의 삶이 그렇게까지 힘겨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트하우스 영화 만드는 건 당연히 힘들고 불만족스럽죠. 하지만 이 사람은 경제적인 안정망이 있고 늘 우등생이었고 무엇보다 주변에 언제나 여자들이 꼬입니다. 이 사람은 성인이 된 뒤로 늘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해 왔어요. 게다가 회상이 끝나면 영화는 록에게 완벽하지는 않아도 상당히 좋은 해피엔딩을 줍니다. 그건 이 사람이 포르투갈 시민권자인 마카오 사람이라는 것과 연결되어 있지요.

아트하우스 영화지만 대충친화력이 좋고, 배우들도 잘 쓰고 있습니다. 회상을 핑계로 주연 배우를 세 명이나 쓰고 있는데, 흐름이 좋고요. 편안하게 로맨틱 코미디처럼 봐도 괜찮겠어요. 하지만 수입이 될 거 같지는 않고요. (25/12/29)

★★★

기타등등
얀 얀 막의 [나비]가 잠시 나옵니다. 이게 과거 장면에서 회상될 정도로 옛날 영화가 되었나요.


감독: Tracy Choi, 출연: Fish Liew, Jennifer Yu, Elizabeth Tang, Natalie Hsu, 다른 제목: Girlfriends

IMDb https://www.imdb.com/title/tt35683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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