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Wake Up Dead Man: A Knives Out Mystery (2025)


[웨이크 업 데드 맨]은 라이언 존슨이 [나이브스 아웃] 이후 두 번째로 만든 브누아 블랑 영화입니다. 이것으로 존슨과 넷플릭스의 계약은 끝이 났어요. 존슨은 계속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한데, 요새 같은 시대에 괴짜 명탐정이 나오는 영화 시리즈를 세 편이나 만들었다니 지금까지의 성취만으로도 놀랍긴 합니다.

불가능 범죄 이야기입니다. 여러 모로 악명 높은 윅스 신부가 미사 이후 제단 밑 창고에 들어갔다가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신부가 들어가고 시체로 발견되기까지 어느 누구도 그 창고 안에 들어가지 않았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무엇보다 왜 범인은 무슨 이유로 굳이 이런 불가능범죄를 저지른 것일까요. 얼마 전에 이 성당에 보좌신부로 온 뒤로 계속 살해된 신부와 충돌해 왔던 주드 신부가 용의자가 되고 브누아 블랑이 수사에 나섭니다.

정말 대놓고 만든 밀실추리물입니다. 물론 지금은 황금시대처럼 진지하게 밀실추리물을 만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작가가 일본어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면 말이죠. 영화는 대놓고 존 딕슨 카의 [세 개의 관(할로우 맨)]을 가져오며 이 살인사건이 추리소설을 기반으로 한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이 성당의 독서 클럽에서는 이 책을 포함한 수많은 황금기 고전들을 읽었기 때문에 용의자 모두가 이 책들을 기반으로 한 불가능범죄를 짤 수 있습니다. 영화가 이 리스트에 오른 책들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영화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의외로 밀도가 높은 가톨릭 영화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무신론에 기반을 둔 반종교적인 태도로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블랑은 그런 입장의 사람이고 영화 끝까지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신심 깊은 주인공인 주드 신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냉소 없이 진지하게 다룹니다. 주드는 제가 최근에 본 가톨릭 신자 주인공 중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이 영화가 그리는 무신론자와 가톨릭 신자의 대화는 상당한 철학적 깊이가 있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놀랍습니다. 물론 이건 무신론자의 작품이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솔직히 상대가 개신교도였다면 비슷한 배려가 어려웠겠지요.

영화의 진상은 정말로 복잡해요. 그리고 이 복잡함 안에는 고전 추리소설의 오마주와 가톨릭 주제가 배배 꼬인 채 들어있습니다. 블랑이 후반에 명탐정 강의를 포기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너무 복잡해서 추리 과정이 강의에서 다 반영되면 진상 설명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자백으로 가야죠.

여러 모로 교활한 작품인데, 그 교활함은 추리소설 플롯의 교활함과도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캐릭터를 통해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중반의 특정 통화 장면에 잠시 나오는 캐릭터는 너무 잘 설계되어서 보다 보면 '윽, 분하다, 작가에게 당했다'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25/12/29)

★★★☆

기타등등
1. 주드 신부 역 조쉬 오코너는 대니얼 크레이그가 추천했다고 합니다. 그 전까지 라이언 존슨은 오코너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도 몰랐대요.

2. [스타워즈] 악성팬들에 대한 존슨의 원한은 이 영화에도 남아있습니다.


감독: Rian Johnson, 출연: Daniel Craig, Josh O'Connor, Glenn Close, Josh Brolin, Mila Kunis, Jeremy Renner, Kerry Washington, Andrew Scott, Cailee Spaeny, Daryl McCormack,Thomas Haden Church.

IMDb https://www.imdb.com/title/tt14364480/

    • 두 번째 문단 마지막 문장. '이 성당에 부제로 온'에서 부제는 사제 이전 단계이고 주드는 사제입니다. 보좌 신부로 왔다고 해야 맞습니다.
    • 재미는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감동까지 받을 거란 예상은 못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 통화씬은 정말 많이들 언급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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