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이 선데이 Pinoy Sunday (2009)


호위딩의 [피노이 선데이] 이야기를 하려면 영화의 국적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영화의 공간: 타이페이' 온라인 상영작 중 하나니까 타이페이 배경의 대만 영화지요. 하지만 일본 자본이 들어갔고 감독은 말레이시아 사람이며 영화의 두 주인공은 필리핀인입니다. 각본가인 아제이 발라크리쉬난의 국적은 확인하지 못했어요. 하여간 '어느 나라 영화'라고 말하는 게 별 의미가 없는 영화예요. 중요한 건 영화의 국적이 아니라 타이페이라는 배경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제적 대도시에서 원주민만이 그 공간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이가 없죠. 그리고 원주민은 또 누군데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다도와 마누엘이라는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모두 필리핀에서 왔고 자전거 공장에서 일해요. 힘들지만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이들은 어느 날 길에 빨간 가죽 소파가 버려지는 걸 발견합니다. 숙소 옥상에 갖다놓고 앉아 맥주를 마시면 정말 좋겠죠? 하지만 타이페이 시내를 가로질러 소파를 숙소까지 가져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은 몇십 분을 충분히 커버할 만한 고난들이 이어지지요.

다도와 마누엘은 현실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욕망과 동기도 현실적이고 평범하지요. 단지 이들이 운반하는 빨간 소파는 이 정상성을 은근히 지워버리는 초현실적인 힘이 있습니다. 소파가 개입하면서 두 주인공은 지금까지 갇혀 있던 일상성에서 조금씩 벗어나는데, 그러는 동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다른 모양으로 보여지게 됩니다. 영화의 유머와 매력 대부분이 여기서 나오고, 타이페이 거주자들은 그 차이를 더 분명하게 느꼈을 것 같습니다.

맥 세넷 영화나 [로드 러너쇼]에 나올 법한 고전적인 슬랩스틱이 종종 등장하긴 하지만 대놓고 웃기려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중국어권의 대도시에서 힘겹게 사는 외국인들의 평범한 욕망과 꿈이 조금 다른 식으로 채색되어 녹아드는 영화를 상상하시면 되겠어요. 귀엽고 선량하고 조금 씁쓸한 영화입니다. (20/06/30)

★★★

기타등등
2010년에 부산에서 상영된 영화인가봐요. 아, 올해 영화제는 어떻게 될까요. 정상적인 개최가 가능할까요.


감독: Wi Ding Ho, 배우: Bayani Agbayani, Jeffrey Quizon, Nor Domingo, Dave Ronald Chang, Meryll Soriano, Alessandra de Rossi, 다른 제목: Taipei Sunday, Táiběi Xīngqítiān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21985/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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