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랑데뷰 Le rendez-vous de l'été (2025)


[여름의 랑데뷰]는 방향이 바뀐 바캉스 영화입니다. 보통 이런 영화들에서는 파리 사람들이 바캉스를 즐기러 시골로 가잖아요. 우리의 주인공 블랑딘은 피아노 교사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노르망디의 작은 해변 마을을 떠나 파리로 옵니다. 그래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지요. 때는 2024년 여름. 파리에서는 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블랑딘이 팬인 수영선수 베릴 가스탈델로(실존인물입니다)도 출전할 예정이고요. 그리고 파리에는 오랫동안 만난 적이 없는 이복언니와 조카가 살고 있습니다.

단 한 번밖에 촬영 기회가 없는 영화입니다. 올림픽 기간 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저예산 영화이니 이 영화의 파리 올림픽 묘사는 모두 진짜지요. 블랑딘의 개인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찍어도 되었겠지만 영화의 올림픽 묘사는 다큐멘터리의 현장감이 넘칩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배경에만 그치지 않아요. 뻑뻑한 올림픽 시스템, 올림픽이 시민에게 주는 영향, 그에 대한 저항과 같은 것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것은 블랑딘의 개인사와 마찬가지로 이 사람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로메르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는 영화입니다. 블랑딘은 로메르 영화 속 숫기 없는 여자 주인공을 연상시키죠. 이 주인공의 차분한 행도와 심리 묘사도 그렇고요. 하지만 영화는 로메르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들도 담고 있습니다. 일단 로메르 영화에서라면 주인공은 훨씬 말랐겠죠. 이 영화의 블랑딘은 조금 과체중이고 외모에 자신이 없습니다. 둘째로 퀴어예요. 영화 초중반에 가면 관객들은 이 사람이 막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로메르라면 동시대의 정치 묘사를 이처럼 구체적으로 담아내지는 않았을 거예요.

블랑딘은 영화 내내 좀 딱한 사람입니다. 자신감이 없고 기가 약해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휘둘려요. 옆에 같이 있다가 대신 따지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합니다. 외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내적인 면도 조금 불안한데, 예를 들어 이 사람은 경기장에서 만난 남자직원의 접근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잘생긴 남자가 블랑딘에게 호감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걸 알면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영화에서 나쁜 일만 일어나지는 않아요. 계획했던 경기는 보지 못하고, 숙소에서는 쫓겨나고, 가족 상봉도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지만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사건들 역시 일어나니까요. 그것도 매우 프랑스 고전 영화스럽게. (25/12/08)

★★★☆

기타등등
올해 테디상 수상작입니다.


감독: Valentine Cadic, 출연: Blandine Madec, India Hair, Arcadi Radeff, 다른 제목: That Summer in Paris

IMDb https://www.imdb.com/title/tt35489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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