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였다 (2025) [TV]

[당신이 죽였다]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의 [나오미와 가나코]를 각색한 8부작 넷플릭스 시리즈입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한 번 드라마로 만들어졌더군요. 그러니까 이건 드라마 리메이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같은 학교 동창이었던 두 여자 이야기입니다. 그 중 전업주부인 쪽은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지요. 백화점에서
일하는 친구는 남편을 살해하고 암매장하자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둘의 계획을 돕는 것 같은 기회들이 보입니다.
그들은 그 기회를 잡아요. 추리소설 캐릭터들은 작가를 믿어서는 안 되는데, 그들은 자신이 소설 속에 있다는 걸
모르죠. 중간에 그들은 결국 남편을 살해하고 암매장하지만 계획할 때는 상상했던 못했던 일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그 일들은 당연한 상식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완전범죄는 어렵고, 경찰은 아마추어인 살인범들보다 똑똑하고,
주변 사람들도 만만치 않다는 거죠. 이 모든 것들이 결말에 이를 때까지 두 주인공을 죄어옵니다. 무지 전통적인
도서추리소설이에요.
드라마는 당연히 한국이 무대이고 중반까지는 비교적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갑니다. 그래도 몇가지 눈에 뜨이는 차이가
있는데, 원작의 나오미인 조은수가 얽히는 중국인 절도범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입니다. 원작의 가나코인
조희수는 그림책 작가고요. 그리고 희수가 사는 집이 무지 크고 호사스러워요. 시댁도 나름 빵빵한 곳이고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한국 드라마/영화의 삐까뻔쩍화한 각색이 이 작품에도 있어요. 가장 마음에
안 들고 신경 쓰이는 부분은 드라마가 희수가 겪는 폭력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굳이 그걸 보여주어야 관객들이 두 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원작이 그리는 것보다 훨씬 폭력적인 살인(이 자체엔 별 불만이 없습니다)이 일어난 뒤로 드라마는
원작과 많이 다른 길을 갑니다. 원작이 사실주의는 많이 줄었어요. 대신 형사로 설정된 남편의
여자동생. 그리고 알리바이 조작에 동원된 남자가 악역으로 등장합니다. 남자는 당연히 그 기회를
노려 두 주인공을 협박하려 합니다. 여자동생은 대통령 경호팀의 자리를 얻으려 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이 깨끗해야 하기 때문에 오빠의 실종 스토리를 통제하려고 합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와는 상관없이요. 그리고 여기서 남자로 성전환한 중국인 절도범 진소백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들 맘에 안 듭니다. 협박범은 그럭저럭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사람을 너무나도 노골적인 '조선족 악당' 스테레오 타이프로 그리고 있는데 그게
그냥 마음에 안 듭니다. 형사 동생의 행동은 지나친 구석이 있습니다. 대통령 경호팀이
되는 건 중요하겠지만 여전히 이 사람은 출세가도에 있습니다. 그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무리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게다가 이런 식으로 이 사람과 유명한
작가라는 시어머니를 묶어 악역으로 몰자 드라마는 남자들의 폭력에서 재수없는
시댁 여자들에게로 분노가 옮겨가는데, 이건 (매우 한국적이긴 하지만) 그냥
주제를 흐리는 선택입니다. 가장 문제가 많은 건 진소백 캐릭터의 활용입니다.
이 사람은 두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등장하는데,
그 모든 장면들이 서스펜스와 주제를 까먹습니다.
가장 좋은 건 은수와 희수를 연기한 전소이와 이유미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든 장면이 좋아요. 그 좋은 것들을 탈선한 스토리가 엉뚱한 길로 몰아가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그건 완벽하게 탈색된 결말도 마찬가지입니다.
(25/12/08)
기타등등
시체 암매장하는 사람들이 무덤을 얕게 파는 걸 보면 늘 신경이 쓰입니다.
감독: 이정림,
출연: 전소니, 이유미, 장승조, 이무생, 이호정
다른 제목: As You Stood By
IMDb https://www.imdb.com/title/tt3355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