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하늘에 묻는다 (2019)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허진호의 두 번째 사극입니다. 이번 주인공은 세종과 장영실이에요. 영화는 그 운없는 어가 사고 사건으로 시작해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두 천재의 관계를 그립니다. 그리고 이 모든 비극적인 사건에는, 우리만의 달력을 갖는 것으로 시작해 우리의 문자를 발명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세종의 문화적 독립의 야망이 깔려 있습니다.

잘 만든 영화인데, 전 그렇게까지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완성도보다는 영화가 역사와 캐릭터를 다루는 방법이 저와 잘 맞기 않았기 때문이죠.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세종과 장영실의 알페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알페스가 밍밍한 건 소비자가 먹고 싶은 것만 골라서 주기 때문이죠. 이 영화를 이끄는 논리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세종대왕님이 장영실에게 그랬을 리가 없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거야!" 그 설명을 위해 '역사적 상상력'이 동원됩니다.

그 결과는 21세기를 사는 요새 관객들의 '캐해석'에 그럭저럭 잘 맞습니다. 영화의 민족주의적인 주제와도 맞고요. 단지 모든 게 지나치게 편리합니다. 모든 이야기가 세상의 이해를 받지 못하는 고독한 두 천재 이야기에 맞추어지다보니 두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납작해지고 주인공들 역시 조금씩 평평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캐해석'에 그럴싸하게 잘 맞는 '역사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해결책에 대해 말하라면, 세종이 당시 시각장애가 있는 뚱뚱한 남자였고, 그런 일을 할 손기술 따위는 있을 리가 없다는 걸 다들 조용히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사극이 과거를 그대로 재현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하지만 이 익숙한 이미지와 해석에 안주하는 이야기들은 점점 심심해지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구미에 복종하는 이미지 밖에서 이야기와 인물들을 볼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합니다. (19/12/31)

★★★

기타등등
한국 사극의 대사들은 여전히 불만스럽습니다. 역시 당시 언어를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고증은 필요합니다. [천문]의 대사는 어설프게 현대적이라 자꾸 씹혀요.


감독: 허진호, 배우: 최민식, 한석규,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김원해, 임원희, 오광록, 박성훈, 전여빈 다른 제목: Forbidden Dream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49803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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