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아직 멀어 Tengoku wa mada toi (2016)


[천국은 아직 멀어]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2016년작입니다. 러닝타임이 38분으로, 조금 긴 단편 정도예요. [해피 아워] 촬영 중에 찍었다고요. 지금 초기작 특별전의 일부로 상영되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유조라는 30대 초반의 남자입니다. AV에 모자이크를 붙이는 게 직업이고요. 척 봐도 무지 가망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고, 그 나이 또래 인셀 남자의 불쾌함이 은은히 스며나옵니다. 더 징그러운 건 이 남자가 미즈키라는 15살 여자아이와 동거중이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성적인 관계는 아닌 거 같아요. 밖에 있는 미즈키가 눈치채지 못하게 샤워기를 틀어놓고 욕실에서 자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징그러움은 잠시 뒤 어느 정도 정당화됩니다. 미즈키는 귀신입니다. 17년 전에 살해당했고 어쩌다 보니 귀신이 유조에게 들러붙었지요. 이 사람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여전히 징그럽습니다. 성적 판타지로 읽혀지지 않은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자신이 어쩔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제 20대 후반이 된, 미즈키의 동생 사츠키가 언니와 관련된 영화를 찍겠다면서 유조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유조는 미즈키의 귀신이 자기와 함께 있고 자기가 학교 때 벌였던 이상한 소동도 미즈키가 자신에게 빙의했기 때문이라고 사츠키에게 고백하죠. 사츠키는 그 말을 믿지 않지만 유조의 그 어처구니 없는 말은 모두 카메라에 기록됩니다.

유조가 미즈키의 귀신과 살고 있다는 것은 영화적 사실입니다. 우린 미즈키가 유조 옆에 있다는 걸 보고 있으니까요. 단지 과연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일까요? 이 모든 건 동급생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남자의 망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 뒤에 우리가 모르는 다른 사정이 더해졌을 수도 있고요. 중반 이후 이어지는 인터뷰는 이를 구분할 수 있는 어떤 정보도 주지 않습니다. 유조는 오직 미츠키만이 알고 있을 법한 정보들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기꾼 영매들도 마찬가지지요. 무엇보다 미즈키에게 빙의된 유조를 연기하는 오카베 나오의 연기가 완벽하게 중립적입니다. 어떤 여분의 연기가 개입되어 있지 않아서 가짜가 될 재료를 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걸 그냥 진짜라고 믿는 것도 그렇고요.

영화는 여기서 어떤 정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정답과 상관없이 유조와 사츠키의 드라마는 여전히 작동하거든요. 오히려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죽은 언니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상황이 여벌의 드라마를 만들어내죠. 그리고 그 결과물은 무심한 거 같으면서도 강렬합니다. (25/08/11)

★★★☆

기타등등
이 영화의 스틸은 하마구치 류스케 초기작 특별전 포스터에 쓰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유조는 아주 냉정하게 잘려나갔어요. 근데 그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 Ryusuke Hamaguchi, 출연: Nao Okabe, Anne Ogawa, Hyunri, 다른 제목: Heaven Is Still Far Away

IMDb https://www.imdb.com/title/tt8334322/

    • 오타 신고) 정상적인 싫을->삶을
      빙의되->빙의되어, 빙의돼
      여별의->여벌의
      동생 이름이 사츠키, 사스키 두 개로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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