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리코르디아 Miséricorde (2024)


알랭 가로디의 [미세리코르디아]는 기본 설정만 보면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느낌이 나는 스릴러입니다. 누군가는 도스토옙스키를 떠올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설정만 보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주인공인 제레미는 한동안 일을 쉬고 있는 제빵사인데, 얼마 전에 자기가 일했던 빵집 주인이 죽어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장례식을 치르고 그냥 가면 되었는데, 주인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되었고 이웃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시작돼요. 그리고 제레미는 가는 곳마다 그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듭니다.

상황이 나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제레미가 퀴어이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감독이 알랭 기로디이고. 이 영화에서 제레미가 다른 남자와 갖는 관계는 단 한 번도 무난한 적이 없습니다. 폭력적이거나. 성적이거나. 둘 다거나.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제레미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중간에 제레미는 살인을 저지릅니다. 영화가 그런 상황으로 이 사람을 몰아가긴 하는데, 그래도 정말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엔 '굳이 저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하이스미스가 떠오르는 거죠. 이성으로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 갑작스러운 폭력.

제레미는 시체를 묻고 어떻게든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려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작은 마을이니 그게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습니다. 모두가 모두를 아는 곳이니까요. 다들 제레미를 의심하고 이 사람도 죄의식에 시달립니다. 여기서부터는 도스토옙스키로 갈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방향으로 가지 않습니다. 아니, 가긴 가는데 그 과정이 영 어이가 없습니다. 사실 방향이 올바른지도 모르겠어요. 이게 이상한 가장 큰 이유는 영화에서 제레미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품고 있는 욕망이 계속 엇박자를 내고, 그 남자에 대해 욕망을 훔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근데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그런 동네여서 그런 것일 수도.

그래도 주제는 다 있습니다. 가톨릭적인 자비, 죄의식, 물론 호모포빅한 세계를 살아가는 퀴어 남성의 개고생도 있지요. 단지 이게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해결될 거라고 예상한 관객들은 드물었을 거예요. 심지어 기로디의 팬이라고 해도. (25/08/04)

★★★☆

기타등등
모두가 버섯을 찾으러 산으로 가는 동네에서 시체를 산에 암매장을 할 생각을 하다니. 어이가 없죠. 제2의 리플리는 될 수 없는 친구였어요.


감독: Alain Guiraudie, 출연: Félix Kysyl, Catherine Frot, Jacques Develay, Jean-Baptiste Durand, David Ayala, 다른 제목: Misericordia

IMDb https://www.imdb.com/title/tt32085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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