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박차 The Naked Spur (1953)

[운명의 박차]도 안소니 만과 제임스 스튜어트 콤비가 만든 서부극이에요. 제목에 나오는 박차는 포스터에도
볼 수 있습니다. 그건 도입부에도 나오고 영화 후반 액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전체 영화를 놓고 보면 그냥 제목을 멋대로 지어놓고 박차를 삽입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박차 없어도
영화 스토리 진행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박차가 아닌 다른 걸 쓰고 그걸 제목에 넣으면 되겠지요.
제임스 스튜어트가 현상금에 걸린 로버트 라이언을 추적하는데, 그러는 동안 금광 광부인
밀러드 미첼과 기병대에서 쫓겨난 랠프 미커를 만나요. 라이언은 자넷 리를 데리고 있고요.
[윈체스터 73]에서는 토니 커티스가 있었는데. 이 영화는 1953년작이니 두 사람은 이미 부부였죠.
큰 의미가 있는 정보는 아닌데.
액션 중간부터 시작하는 영화예요. 당연히 캐릭터에 대한 사전정보는 없죠. 제임스 스튜어트는
그 동안 쌓아놓은 이미지가 있으니, 첫 등장 때 별 의심을 안 하는 관객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이 영화에는 완전히 '선한'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일정 비율 이상 어두운 면이
있고, 어느 누구도 결정적으로 정의의 편은 아니에요. 오로지 자기 이익만이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중심 없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각본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도덕적 구심점이
아주 약해서 명확한 선악 구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게 영화에서는 장점으로
기능합니다. 이야기가 흐르는 방향을 예측할 수 없으니 다들 늘 긴장하게 되지요. 그러는
동안 캐릭터와 드라마는 입체적이 되고요. 그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서부극을 배경으로 한 필름 누아르라는 느낌도 종종 듭니다.
그래도 옛날 영화라 마지막에 가면 최소한의 도덕은 챙기긴 합니다만.
영화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이번에도 선주민 묘사. 이 영화에는 블랙풋 전사들이
나오는데 모두 백인 주인공에게 몰살 당해요. 근데 진짜로 어이가 없는 것이,
이 사람들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요. 그냥 추장 딸에게 나쁜 짓을 한 백인
남자를 쫓아온 것 뿐입니다. 그 남자를 그냥 내주었다면 정의 실현되고
아무도 안 죽었어요. 이 사람들은 이런 장면을 찍으면서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을까요. 아니면 그냥 자기네들이 그린 어두컴컴한 그림의
일부일 거라고만 생각했을까요.
(25/08/05)
★★★☆
기타등등
자넷 리는 분명 헤어스타일리스트가 공들여 꾸며주었을 게 분명한, 예쁜 50년대 짧은 머리를 하고
있는데요. 설마 이게 '남장'이었을까요.
감독:
Anthony Mann,
출연:
James Stewart, Janet Leigh, Robert Ryan, Ralph Meeker, Millard Mitchell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44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