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 숲속에 있다 The Ritual (2017)


요새 넷플릭스에서는 새 호러영화가 뜰 때마다 제가 좋아할 거라고 알림 메일을 보내주는데요. 사실 그 대부분이 그냥 그렇습니다. 올해 본 두 편의 영화는 그냥 그런 정도가 아니라 아주 나빴고. 하긴 좋은 호러 영화 자체가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죠. 원래 세상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늘 본 [리추얼: 숲속에 있다]는 상당히 좋은 호러였습니다. 아무런 내용도 없이 영화 모양만 간신히 유지하던 [템플]이나 [열린 문틈으로] 같은 영화들과는 달리 실체가 있는 재료를 갖고 따라갈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죠. 검색해보니 평판이 좋은 원작이 있더군요. 애덤 네빌이 쓴 호러 소설입니다.

네 영국 남자가 스웨덴에 와서 고생하는 이야기입니다. 원래는 정해진 하이킹 코스를 따라 갈 생각이었는데, 친구 하나가 다리를 다쳐서 근처에 있는 숲을 가로지른다는 멍청한 생각을 한 거죠. 당연히 그 숲에는 나무에 새겨진 이상한 문자, 나무에 매달린 사슴의 시체, 비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하는 수상쩍은 오두막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좀 [블레어 윗치]스러운 이야기인데, 더 이상 잘 먹히지 않는 파운드 푸티지 장치는 쓰고 있지 않습니다. 결말에 가면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의 진상이 뭔지도 드러나고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과 짐승들을 이유없이 죽이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안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보여주는 것과 안 보여주는 것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죠. 배경이 되는 숲이 여기서 큰 역할을 합니다. 무언가 음산하고 거대한 것이 지나가도 나무 때문에 잘 안 보이거든요.

[리추얼: 숲속에 있다]는 초자연적인 외부의 적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내면의 지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지옥의 재료는 편의점 강도사건으로 친구를 잃은 주인공의 죄책감과 자기혐오죠. 주인공은 안팎의 괴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는 셈인데, 영화는 이 기회를 최대한으로 활용합니다. 그 결과물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거나 독창적이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정직하고 단단한 알맹이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18/02/10)

★★★

기타등등
찍기는 루마니아에서 찍었더군요.


감독: David Bruckner, 배우: Rafe Spall, Arsher Ali, Robert James-Collier, Sam Troughton, Paul Reid

IMDb http://www.imdb.com/title/tt563864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7061

    • 무시무시한 존재의 생김새가 새로운데 참 이런 기분 오랜만이고 이와같이 독특한 디자인은 다른 영화에서도 좀 더 만나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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