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우먼 Una Mujer Fantástica (2017)

낮에는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밤에는 클럽 가수로 일하는 마리나는 올란도라는 나이 지긋한 남자와 동거 중입니다.
하지만 마리나의 생일날 밤, 올란도는 급사하고 말아요. 이것만으로도 슬픈 일이지만 마리나의 수난기는 막 문이
열렸습니다. 경찰과 올란도의 가족들을 포함한 전우주가 마리나를 괴롭힐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요.
카운터테너 프리마돈나. 세바스찬 렐리오의 [판타스틱 우먼]의 주인공 마리나는 이 두 마디로 설명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마리나의 이야기는 거의 오페라스러워요. 몇 세기 전부터 수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써먹었던 설정이라 더 이상 진부하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죠. 죽은 연인의 가족에게 구박당하는 비련의 여자주인공요. 단지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 여자주인공을
괴롭히는 건 계급차인데, 이 영화에서는 호모포비아입니다. 마리나는 트랜스젠더거든요.
당연히 현대 칠레에서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겪을 수 있는 온갖 수난이 총동원됩니다. 거의 백화점 상품처럼 전시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거예요. 마리나는 모범적인 오페라 프리마돈나가 그렇듯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숨기지 않으며 고난을 피하지도 않습니다. 반대로 이 모든 것들을 장엄하고 현란하게 과시하지요. 그리고 후반부터 카운터테너 프리마돈나가 더 이상 은유가 아닙니다. 마리나는 클럽 가수로 일하고
있지만 클래식 트레이닝을 받은 카운터테너이고 그녀의 고난은 진짜 예술로 승화가 됩니다.
이 냉소주의의 시대에 [판타스틱 우먼]은 드문 영화입니다. 과장된 멜로드라마이면서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몸을 숨길 변명 따위는 찾지도 않죠. 종종 과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이런 영화에서 그 과함이 단점이 되지는
않죠. 전 이 영화를 보고 그의 차기작 [불복종]이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망해도 심심한 영화는 안 나올
거예요.
최근 트랜스젠더 소재 영화들의 캐스팅에 대한 논란이 있었죠. 이 영화는 실제 트랜스젠더 배우 다니엘라 베가를
캐스팅하면서 정면돌파했습니다. 그리고 베가는 캐릭터와 완전히 일체가 된 훌륭한 배우예요. 인재는 찾으려 노력하면
어디서건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17/10/30)
★★★☆
기타등등
베를린에서 베가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어도 좋았을 거예요. 상은 김민희에게 돌아갔고 전 여기에 조금의 불만도 없습니다만.
감독: Sebastián Lelio, 배우: Daniela Vega, Francisco Reyes, Luis Gnecco, Aline Küppenheim, Nicolás Saavedra, Amparo Noguera,
Trinidad González, 다른 제목: A Fantastic Woman
IMDb http://www.imdb.com/title/tt563935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9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