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tango (2024)


김효은의 [새벽의 tango]는… 아, 일단 이 영화의 제목은 [새벽의 탱고]가 아니라 [새벽의 tango]입니다. 그건 한 사람만 빼고 모두가 이걸 땅고라고 발음하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주연배우 권소현도 인터뷰에서 그렇게 발음하던데. 하긴 영어식으로 발음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단어이긴 합니다.

영화는 공장이 배경입니다. 친구에게 배신당한 주인공 1번인 지원은 순전히 숙식이 보장된다는 이유만으로 이 공장에 들어와요. 공대출신이라 들어오자 마자 공동 조장이 되는데, 이전에 단독 조장이었던 한별은 척 보기만 해도 빨간불이 들어오는 그런 사람이에요. 지원은 혼자서 탱고를 연습하는 주희와 룸메이트가 되는데,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이 사람이 조금 뜬구름 잡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영화가 중반으로 접어들 때 공장에서 사고가 일어납니다. 여기서 일차 책임은 공동조장인 한별에게 있죠. 하지만 한별은 은근슬쩍 책임에서 빠져 나가고 주희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씁니다. 지원은 그런 주희가 갑갑하지만 이 사람은 남의 일까지 그렇게 꼼꼼하게 챙겨줄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도 중반을 넘어가면 주희의 탱고 파트너가 되어 주고 둘의 관계는 지원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깊어집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인물은 영화 내내 악역 포지션을 유지하는 한별입니다. 그건 이 인물이 특별히 깊이 있게 다루어지기 때문은 아니에요. 한별은 우리가 오로지 표면만 알고 있고 그 표면 때문에 싫어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닮았습니다. ‘얄미워요‘.

그에 비하면 지원과 주희는 호구입니다. 친구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진 호구가 아니었다면 지원은 여기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그럭저럭 상황에 맞서면서 상황을 해결하려는 지원과는 달리 주희는 타고난 피해자처럼 보입니다. 그 사람이 태생적으로 선한 사람이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더 답답하죠. 사실 따지고 보면 가해자인 한별도 우리가 보지 않는 곳에서는 호구일 수 있고 우린 그 힌트를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데, 그래도 그렇게까지 알고 싶지는 않지요.

하여간 영화는 이 세 사람을 중심점으로 잡고 도저히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좀 친숙해요. 사디스틱한 작가가 이 험한 세상이 어울리지 않는 아름답고 착한 여자주인공을 끝까지 몰고가는 옛날 고전 멜로드라마를 보는 것 같죠. 영화의 결말을 지배하는 회한의 감정 역시 매우 익숙해요. 옛 멜로드라마에서 이런 건 주로 남자 주인공의 몫이긴 합니다만.

구식 퀴어 로맨스의 공식에 기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지원과 주희의 관계는 끝까지 정의가 되어 있지 않고 특히 주희에 대해서는 확신을 할 수 없죠. 하지만 이연이 연기하는 지원은 어느 각도에서 봐도 스스로를 부정하는 퀴어 캐릭터처럼 보이며 감정의 흐름도 그 길을 따릅니다. 정말 고풍스러운데, 그런 이야기가 주는 아름다움과 재미가 또 있단 말이죠. (25/04/24)

★★★

기타등등
주희를 연기한 권소현의 얼굴에서 아이돌의 느낌이 전혀 보이지 않아 신기했습니다. 있었다면 안 어울렸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이 사람도 벌써 서른. 어른 권소현의 얼굴을 보고 있었어요.


감독: 김효은, 출연: 이연, 권소현, 박한솔, 이동훈, 다른 제목: Tango at Dawn

IMDb https://www.imdb.com/title/tt33967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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