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맨 (2025)


[기타맨]을 보았습니다. 김새론의 유작입니다. 다른 유작으로는 아직 [우리는 매일매일]이 남아있지만 마지막으로 찍은 작품은 [기타맨]이지요. 이 배우 경력의 끝인 겁니다.

성원제약이라는 곳에서 제작했습니다. 주력상품이 고체치약인 회사예요. 여기서 이런 영화를 만든 이유는 단 하나. 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이선정이 이 영화의 공동감독, 각본가, 주연배우, 작곡가이기 때문입니다. 검색해 보니 자기 이름을 건 밴드로 꽤 활동을 오래 했던 모양이고, 연예 기획사도 차려봤으며 카페도 운영했다고요. 이것들이 이 사람의 삶에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지만, 기타 치는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이 남자는 영화 초반에 라이브 펍에서 연주를 하는 볼케이노라는 밴드에 들어갑니다. 김새론의 캐릭터 유진은 이 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하고요. 둘은 중반을 넘어서면 연애를 하고,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그 남자를 도둑놈이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기타리스트라는 캐릭터 설정을 제외하면 이 남자에겐 어떤 장점도 없습니다. 성격은 더럽고 돈도 없고 외모도 별로인데다가 나이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영화는 이 남자가 예쁘고 젊은 여자 두 명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내용에 어떤 의심도 하지 않습니다.

형편없는 남자도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그 형편없음을 몰랐을 거 같지는 않습니다. 대놓고 과시하고 있으니까요. 자기가 별 가치가 없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게 남자의 고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 남자에게 관객들이 따라갈만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서부터가 착각입니다. 남자는 그냥 불쾌하고 거슬릴 뿐입니다. 그리고 그 자기연민은 그 사람을 더 불쾌하게 만듭니다.

대체로 1970년대와 80년대에 종종 나왔던 한국 영화들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당시엔 가수가 히트곡을 내면 그 노래 제목을 따고 가수를 주연으로 내세운 신파 영화들이 종종 나왔습니다. 단지 여기엔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저는.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선정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관객들과 영화를 연결시켜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영화의 촌스러움과 투박함을 대충이라도 넘길 수 있을 텐데요.

유일한 연결점은 아무래도 김새론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캐릭터는 한국판 매닉 픽시 드림 걸입니다. 관객들이 어떤 애정도 관심도 느낄 수 없는 남자에 대한 알 수 없는 사랑만이 읽하는 캐릭터지요. 우린 곧 그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잃고 배우 자체만을 보게 됩니다. 김새론은 영화 내내 환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종종 목소리가 이상하게 가라앉고 쉴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관객들은 그 때 그 배우가 어떤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는지 궁금해하게 됩니다.

이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식은 계속 나빠집니다. 후반엔 심지어 교통사고로 죽여버려요. 그리고 우리는 남주의 꿈속으로 들어가 김새론 캐릭터의 유령의 작별인사를 보게 됩니다. 이게 실제 배우의 이야기와 겹쳐져서 정말 기분이 나빠져요.

그렇다면 남은 밴드 멤버들이 김새론 캐릭터를 추모하는 공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음악 영화니까요. 실제로 그 사람들은 정말 그런 공연을 준비하고 표도 다 팔립니다. 하지만 남자는 공연 직전에 사채업자들의 칼을 맞고 영화는 거기서 끝이 납니다. 정말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남자였어요. 도대체 어쩌자고.

텅빈 상영관에서 혼자 이 영화를 보고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과연 저는 이렇게라도 김새론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려고 했던 이 사람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최악의 입장에 몰린 배우를 형편 없는 영화를 위해 이용한 사람들에 대해 분노해야 하는 걸까요. (25/06/02)

★☆

기타등등
이선정은 [홍어의 역습]이란 영화의 각본, 주연, 음악도 맡았는데, 이 영화는 김수미의 유작이라고 합니다.


감독: 김종면, 이선정, 출연: 이선정, 김새론, 김지은, 박태성, 박찬호, 한재혁, 박웅, 다른 제목: Guitar Man

IMDb https://www.imdb.com/title/tt37070533/

    • 새삼 다시금 고 김새론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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