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령 Gekijô rei (2015)


나카타 히데오의 [극장령]은 두 젊은 여자가 귀신 들린 마네킹에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뒤늦게 나타난 아버지는 마네킹의 몸을 부수고 불을 지르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제지당하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봤던 저는 당연히 이게 극중극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하잖아요. 설정부터 성의가 없는 티가 팍팍 나는데. 이건 당연히 소모품 아이디어이고 보다 진지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떡밥이겠죠. 근데 그게 아니었어요. 이 프롤로그는 극중극의 폭로 없이 그대로 본론까지 이어집니다. 정말로!

내용. 영화의 주인공 사라는 주로 호러 영화의 희생자 N번을 연기하는 무명배우입니다. 오디션을 보고 엘리자베트 바토리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에서 마을 처녀 역으로 캐스팅되는데, 리허설 중에 스태프가 수상쩍은 상황에서 죽고 엘리자베트 역의 주연배우가 옥상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는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일의 중심에는 엘리자베트 바토리의 분신이란 핑계로 무대에 놓여있는 마네킹이 있는 것 같단 말이죠.

[극장령]의 이야기는 서양 문화를 필사적이고 절실하게 흉내내는 20세기 동아시아 무대 예술가들이 주인공인 멜로드라마의 전형성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구시대적이고 인위적이며 그 진지함이 솔직히 좀 웃깁니다. 당연히 농담이어야 할 텐데 영화는 마치 자신이 [블랙 스완]이라도 되는 것처럼 시종일관 심각하게 굴고 있으니 어리둥절해지죠. 그 태도 자체가 농담일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닙니다만... 아닐 거예요.

호러물로서 영화는 더 어이가 없습니다. 이 영화의 괴물인 뱀파이어 마네킹은 설정무터 정말 대충이거든요. 없애기도 쉽고요. 자, 귀신 들린 마네킹 머리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머리를 부수면 되지요. 무슨 핑계가 있어서 그래도 안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게 순서인 겁니다. 근데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그 간단한 일을 안 합니다. 극장 안에서 비명을 질러대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마네킹이 따라다니며 죽여대는 후반부는 더 한심한 게, 희생자들이 얼마든지 달아날 수 있는데도 일부러 잡혀주고 일부러 죽는 티가 역력하거든요. 이 영화엔 성공한 호러 효과가 단 하나도 없고 모든 게 어설픕니다. 혹시 이건 농담인가요? 제발 농담이라고 해주세요.

재미가 없느냐. 그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장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어이없는 재미에 가까운 것이라 추천하긴 어렵군요. 나카타 히데오의 이름을 단 영화라면 실패작이어도 이와는 다른 종류일 거라고 생각했죠. (16/09/26)

★☆

기타등등
보면서 [인형사] 생각이 종종 났습니다. 벌써 잊힌 영화가 되었지만.


감독: Hideo Nakata, 배우: Rika Adachi, Keita Machida, Haruka Shimazaki, Riho Takada, 다른 제목: Ghost Theater

IMDb http://www.imdb.com/title/tt428929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4109

    • 생각해보면 링은 소설이 워낙에 대단했던 거였는데 나카다에게 너무 기대를 많이 하였던게 아니었나 싶기도
    • 흐미 하나반 레알 소름 ㅋㅋ
    • 이 감독의 옛날 호러물 링, 검은 물 밑에서, 여우령... 이런 영화들은 아직도 일본 호러물의 수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최신작은 정말 별로인가 봐요. 전 극장령이 여우령과 뭔가 조금이라도 이어진 영화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전혀 상관없는 영화인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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