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Deadpool (2016)


전 [데드풀]을 다른 사람들만큼 재미있게 보지 못했는데요. 이유가 뭔지 다들 예상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몇 자 적어보죠.

일단 악당들의 몸이 조각나고 불타고 날아가는 19금 폭력이나 비속어가 날아다니는 대사 때문은 아닙니다. 그런 것 때문에 영화 자체를 싫어한 적은 없어요. R등급 영화라면 그 등급 안에서 자유롭게 놀아야지요.

근데 이 영화는 그 등급 안에서 충분히 잘 노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 코믹북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주인공 데드풀의 말빨부터가 그렇죠. 제4의 벽을 깨고 주연배우의 망한 전작을 언급하는 등, 온갖 시도를 다하고 있긴 한데, 이 농담들이 늘 조금씩 인위적이고 잘 흐르지를 못합니다. 농담이 캐릭터에서 나온 게 아니라 미리 세워놓은 캐릭터에 작가들의 농담을 맞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아무리 R등급 욕설과 폭력으로 범벅이 되어 있고 규칙을 깨는 것처럼 보여도 그 일탈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른 농담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틴에이저 소년을 보는 것 같달까.

이는 캐릭터의 성격에도 반영이 됩니다. 입이 험하고 마구 사람을 죽이는 걸 제외하면 데드풀은 심심할 정도로 멀쩡하죠. 그건 주변 친구들도 마찬가지이고 악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그를 기존 슈퍼히어로의 규칙에서 어긋나는 캐릭터로 만들려 하지만 요새 코믹북 세계에선 정통적이고 모범적인 슈퍼히어로가 오히려 드물지 않습니까. 멀쩡한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이 계속 튀려고 노력하는 걸 보는 건 그렇게까지 재미있지 않아요.

영화는 첫번째 슈퍼히어로 영화의 핸디캡에 발목이 잡혀 있기도 합니다. 바로 기원담 문제죠. 어떻게 시간대를 섞고 액자를 깔고 농담을 넣어 그 지루함을 커버하려고 하긴 했는데, 그래도 영화의 절반은 그 뻔한 기원담입니다. 그러다보니 농담이나 액션 절반이 의무병역 비슷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이런 문제점은 다음 편에선 해결되겠지요. 농담이나 캐릭터도 같이 나아지면 좋겠고. (16/02/21)

★★☆

기타등등
엔드 크레디트 뒤에 나오는 쿠키는 [페리스의 해방]의 패러디입니다.


감독: Tim Miller, 배우: Ryan Reynolds, Morena Baccarin, Stefan Kapicic, Brianna Hildebrand, Kyle Cassie, Ed Skrein, Michael Benya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43104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426

    • '어른 농담을 끈임없이 시도하는 십대소년(이고 싶은 미숙한 중년)'이 영화의 핵심인 거 같아요. 다만 만화에서는 존재감이 분명했던 어두컴컴함과 모호함을 안전하게 희석시켰다는 비판이 있는 듯. 말씀하신 알고보면 멀쩡한 놈이 튀려고 하니 재미없다는 게 그런 비판의 맥락과도 비슷하지 않나 싶네요. 저는 예상보다 훨 재밌게 봤는데 후편에서 풀린 나사 달그락거리는 웨이드가 나온다면 그것대로 대환영. 블라인드 알에게 코카인 옆에 실명 치료제 운운 처럼 관계에 바탕을 둔 꽈배기 유머가 많아지면 더 재밌겠죠. 반면 자살 중독 같은 것은 어디까지 밀고 갈 수 있을까 싶구요. 어쨌든 과연 나오긴 나오려나 싶었던 영화였는데 흥행이 되어서 다행이어요. 아이언맨이나 그 친구들같은 자뻑 중년에 질린 저 같은 관객들에게는 데드풀이 (시리즈를 기대할 수 있는) 대안이거든요. 고뇌하는 영웅은 배트맨으로 족하고.
    • 네이버 링크가 영화 순정으로 되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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