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2024)


우민호의 [하얼빈]을 보았습니다. 보기 전엔 당연히 김훈 소설의 각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거 같더라고요. 하긴 김훈은 이 소재나 제목에 대한 독점권이 없습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해야죠.

우리가 아는 안중근 이야기입니다. 단지 영화는 그렇게까지 전기영화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안중근의 캐릭터나 동기, 위인스러움을 부각할 생각은 없습니다. 심지어 주연배우 현빈을 우리가 아는 안중근과 비슷한 모습으로 꾸밀 생각도 없습니다. 아마 많은 관객들은 언제 안중근이 턱수염을 밀지 궁금해 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역사영화로서의 성격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보다 영화는 허구의 정치적 사건을 다룬 필름 누아르처럼 보입니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이 영화에서 고전 필름 누아르의 많은 재료들을 갖고 왔습니다. 피곤한 얼굴을 한 옛날 남자들이 램브란트 조명을 받으며 성냥으로 불을 붙인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 모습을 보세요.

안중근을 포함한 모든 인물들은 캐릭터 묘사가 최소화되었습니다. 추가된 허구의 인물들은 모두 누아르 장르의 이야기에 맞게 삽입되었고 인간관계 역시 그렇습니다. 누아르적 성격과 정치적 실화 소재 때문에 장 피에르 멜빌의 [그림자 군단]이 떠오르는데, 직접 레퍼런스로 삼지 않았어도 영향을 안 받았을 리는 없을 거 같습니다.

단지 이 영화에는 역사의 구체성이 최소화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애국심, 배신, 의무감을 보편적인 소재로 다룬 영화처럼 보입니다. 이런 절제 때문에 애국신파 느낌이 팍 줄었지만 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가 실제 역사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킨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민호의 영화라고 하면 대충 생각하는 기대의 상한치를 훌쩍 넘기는 영화입니다. (25/01/17)

★★★

기타등등
1. 국내 최초로 아이맥스 화면비를 반영한 영화라고 들었는데, 아쉽게도 계속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놓쳤습니다. 아, 어쩔 수 없죠.

2. 음악에 돈을 많이 썼네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3. 절제하는 내용에 비해 앞뒤에 나오는 자막은 여전히 매우 애국적입니다.

4. 제가 [그림자 군단]의 영향을 본 20세기 초 배경 한국 시대물이 하나 더 있었지요.


감독: 우민호, 출연: 현빈,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박훈, 유재명, 이동욱, Lily Franky 다른 제목: Harbin

IMDb https://www.imdb.com/title/tt2363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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