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특급 (2025)


사실 오늘은 하정우의 [로비] 한 편만 보고 올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제 취향과 너무 거리가 멀었고 재미도 없어서 뭔가 다른 걸 보고 허기를 채워야 할 거 같았어요. 그래서 [공포특급]이라는 영화를 보았어요. 감독인 김진웅은 창감독 사단 출신이고 이 영화가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저에겐 이게 별 의미가 없는 정보지요.

[공포특급]은 옛날에 유명했던 호러 소설 시리즈의 제목이었는데, 그 책과 이 영화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공포특급]은 주인공 '쥬저링'이 운영하는 공포 전문 채널 이름이에요. 남동생과 미대 다닌다는 남동생 여자친구와 함께 폐가 방문 체험 같은 걸 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여기에 약간의 양념을 치고 있지요. [공포특급]은 역시 유튜버인 무당 마야를 데려오면서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는데, 전부터 유명했던 경쟁 유튜버가 쥬저링이 동영상의 상황을 조작(그러니까 요새 사람들 말에 따르면 주작)했다는 의문을 제기하자 인기가 뚝 떨어져 버립니다. 이러니 이 사람에겐 상황을 되돌릴 한방이 필요해졌죠. 이들은 전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폐가를 찾아내고 거기서 언제나처럼 약간의 조작을 곁들인 라이브를 시작합니다. 물론 이 집은 저번 것들과는 달리 진짜로 위험하고 무서운 곳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르가 유지될 수 없으니까요.

한국식 귀신 들린 집 영화와 7,80년대 할리우드 슬래셔 영화의 재료들을 결합한 것 같은 영화입니다. 단지 영화엔 양쪽 어느 것의 재미도 충분히 느낄 수 없습니다. 이건 순전히 수학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시간 반 정도. 주인공들이 폐가로 들어가는 건 영화 중반 즈음. 그리고 영화는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긴 플래시백을 넣습니다. 다시 말해 호러 효과가 들어갈 자리가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그 좁은 시공간을 채울만한 아이디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플래시백으로 설명되는 긴 사연 역시 별 재미도, 의미도 없습니다.

이야기의 재료가 부족한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쥬저링과 마야가 만나고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을 상당한 시간을 들여 그립니다. 폐가에 그렇게 늦게 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그렇다면 제대로 하지도 못할 관습적인 호러 효과와 신파스러운 사연으로 남은 시간을 채우는 대신 두 사람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게 낫지 않았겠어요? 일단 고이경와 오하늬의 화학 반응은 썩 좋은 편이니까요. 하지만 본격적인 호러 액션이 시작되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냥 끊어져 버립니다. 남은 건 어디선가에서 본 거 같은 호러 장면의 재활용 뿐이죠.

전 이 영화의 제목과 내용을 몇 달 안에 다 까먹을 거 같습니다. 비슷비슷한 영화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전 종종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일부러 망각을 의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광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처럼요. (25/04/02)

★★

기타등등
전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 정보를 검색하기 전엔 이게 주현영 주연 영화가 아닌가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 배우가 유튜버로 나오는 영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하지만 아니었어요. 그 영화는 [괴기열차]. 그냥 유튜버가 주인공인 영화가 지나치게 많았던 겁니다.


감독: 김진웅 출연: 고이경, 이태리, 오하늬 다른 제목: Horror Express

IMDb https://www.imdb.com/title/tt36097466/

    • 광분해성 플라스틱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도 요즘 나오는 한국 호러들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별 개성도 없고 아이디어도 없으면서 열의도 안 느껴지는 영화들이 많아요. 어떻게 투자 받아서 제작 완료하고 극장 개봉까지 했는지 모르겠더군요. 극저예산이라 가능한 건가...
    • 요즘 한국과 일본의 공포영화는 너무 못만들고 정말 볼 게 없어요.

영화 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349 헤레틱 Heretic (2024) 2 2,118 04-04
2348 계시록 (2025) 1,695 04-03
열람 공포특급 (2025) 2 1,511 04-02
2346 좁은 밀실 The Small Back Room (1949) 1 924 04-01
2345 컴패니언 Companion (2025) 1 2,149 03-25
2344 침범 (2024) 1 1,499 03-24
2343 플로우 Straume (2024) 1 2,508 03-02
2342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2023) 1,899 03-01
2341 써니데이 (2024) 1,380 02-27
2340 씽씽 Sing Sing (2023) 1,242 02-27
2339 악명 높은 여주인 The Notorious Landlady (1962) 1,338 02-10
2338 검은 수녀들 (2025) 2,884 02-05
2337 노스페라투 Nosferatu (2024) 2,474 01-22
2336 페라리 Ferrari (2023) 2,019 01-18
2335 하얼빈 (2024) 2,965 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