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자의 밤 (2014)


여주는 상담 콜센터에서 일합니다. 겉으로는 지나칠 정도로 완벽한 직원이지만 숨기고 있는 비밀이 두 개 있어요. (스포일러, 스포일러!) 하나는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몰래 빼돌리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여 년 전 종말이 온다고 소란을 떨었던 신흥종교의 생존자라는 것이죠. 어느 날 이 종교의 신자 중 한 명이었던 중년 남자가 여주를 납치하면서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과거의 상흔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척 봐도 아시겠지만 김성무의 [선지자의 밤]이 모델로 삼고 있는 건 1992년 다미선교회 사건입니다. 당시 그 소동의 현장에는 이 영화의 여주와 비슷한 역할을 한 소녀가 있었다고 해요. 감독은 그 소녀가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지 상상하다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독교 계열 신흥종교가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소동을 다루고 있지만 정확히 반 종교적이거나 반 기독교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에는 무시하고 넘기기 어려운 성경 인용들이 있어서 (예를 들어 여주가 '세 번 부인하는' 장면은 베드로를 떠올리게 하죠) 이들을 '이단'으로 보는 그냥 주류 기독교적인 영화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따지는 건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영화는 광신도들의 만행을 그리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믿음 속에서 위안을 찾았고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거기게 집착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결국 영화는 사람들을 그런 믿음으로 이끄는 사회 자체와 그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신흥종교 광신처럼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그보다 긍정적인 어떤 것일 수도 있어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결말을 다소 손쉽게 꾸몄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닙니다만, [선지자의 밤]은 묵직한 소재를 회피 없이 정면으로 다룬 인상적인 스릴러입니다. 종교를 다룬 영화로는 지나치게 편리하게 종교적 신비주의로 도피한 [사랑이 이긴다]보다 훨씬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15/09/22)

★★★

기타등등
이미소와 아역배우 신수연은 그렇게 닮은 편이 아닌데, 그 때문인지 모두 눈 밑에 점을 붙이고 나오더군요.


감독: 김성무, 배우: 이미소, 김영필, 홍완표, 전인협, 허성태, 신수연, 황석하, 양비나, 다른 제목: The Night of the Prophet

IMDb http://www.imdb.com/title/tt427051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7188

    • [오타 신고]
      여주는 상당 콜센터 직원입니다. : 상담 콜센터

      20여년전 : 20여 년 전

      무얼하고 : 무얼 하고

      어처구니 없는 : 어처구니없는
      •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이 리뷰들이 영리적 목적의 출판물도 아니고, 개인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인데.. 모든 리뷰에 대해 띄어쓰기까지 일일이 지적하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사소한 오타들인데요.

        리뷰의 내용과 관련된 리플을 다시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 연민정 아역이었던 꼬마네요
    • 휴거 소동에 대해서라면 곽재식님의 이 글이 최고입니다.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요. http://egloos.zum.com/gerecter/v/3207974
      여기 정리된 내용에서도 아이들의 예지몽이 걷잡을 수 없이 영향력을 얻어가는 과정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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