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강박관념 Magnificent Obsession (1954)


더글러스 서크의 [거대한 강박관념]의 주인공은 밥 메릭이라는 남자입니다. 아버지로부터 자동차 회사를 물려받은 무례하고 방탕한 남자예요. 어느 날 이 사람은 새로 산 모터보트를 시운전하다가 사고를 냅니다. 필립스라는 의사 집에서 빌려온 호흡기로 목숨을 건지는데, 하필이면 그 의사가 발작을 일으켜 죽어요. 그 호흡기만 집에 있었어도 필립스는 죽지 않았어요.

살아난 밥 메릭은 이 상황에서 좀 미칠 것 같습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너 같은 남자 때문에 필립스 박사가 죽었다고 욕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어쩌다 길에서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났는데, 하필이면 그 여자 헬렌은 죽은 필립스 박사의 아내예요. 밥은 어떻게든 보상을 하려고 하지만 자길 쫓아오는 이 귀찮은 남자를 피하려던 헬렌은 그만 사고로 시력을 잃고 맙니다.

"좀 대충 살지!"라는 생각이 종종 드는 영화입니다. 헬렌이 메릭의 보상금을 받았다면 시력을 잃는 일도 없었겠고 메릭도 대충 일을 마무리 짓고 자기 인생으로 돌아갔겠지요. 무엇보다 죽은 필립스 박사가 아내와 딸의 경제 문제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처음부터 두 여자에게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거고요.

필립스 박사는 왜 돈을 펑펑 썼던 걸까요. 다른 사람들을 도왔어요, 그건 요새 'Pay It Forward'라고들 부르는 개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보답을 거절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그 도움 받은 사람은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돕는 거죠. 좋은 일이지만 가족의 미래가 걸린 보험을 깨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필립스 박사의 친구의 화가 랜돌프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밥은 그걸 직접 실천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부자니까 필립스 박사보다 그걸 훨씬 손쉽게 할 수 있지요. 이건 이 사람에게 대단한 희생도 아니니까요. 관객들도 대단한 감흥은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만 하면 좀 설교 같겠죠. 사실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설교입니다. 로이드 C. 더글러스의 동명소설이 원작인데, 이 더글러스라는 사람은 전직 목사지요. 늘 자기 소설에 기독교 메시지를 담으려 했고. 단지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성의]와는 달리 이 이야기에선 종교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영화에선 중간에 예수 언급이 한 번 있을 뿐이고 성직자도 안 나와요. 사실 이 이야기는 꼭 기독교를 넣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그래도 설교인 건 어쩔 수 없지만.

영화는 밥의 이런 집착이 로맨스로 넘어갔을 때부터 더 재미있어집니다. 밥은 자신을 감추고 필립스 박사의 가족에게 보상을 합니다. 그리고 실명한 헬렌 주변에 돌다가 가명으로 그 사람에게 접근해요. 이 모든 행동은 선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만큼이나 불건전하지요. 이 영화의 매력 상당수는 이 건전한 설교 사이로 삐져나오는 위태로운 집착이 제공해주고 있어요. 그게 더글러스 서크의 그 호사스러운 50년대 멜로드라마 스타일과 섞이고 여기에 제인 와이먼과 록 허드슨을 넣으면 익숙한 재미가 나오는 거죠.

조금 더 좋은 화질로 봤다면 좋았을 텐데. 전 네이버 시리즈온의 구질구질한 버전으로 봤습니다. 오늘로 이 서비스가 끝난다고요. 제가 산 영화들은 그 뒤에도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보니 세 편밖에 없고 그리 자주 이용했던 서비스도 아니라 아쉽지는 않지만요. (24/12/18)

★★★

기타등등
원작소설은 1935년에 아이린 듄, 로버트 테일러 주연으로 먼저 각색된 적 있어요.


감독: Douglas Sirk, 출연: Jane Wyman, Rock Hudson, Barbara Rush, Agnes Moorehead, Otto Kruger, 다른 제목: 마음의 등불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47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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