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레드 The Woman in Red (1984)


[우먼 인 레드]는 1984년에 나온 진 와일더의 감독 각본 주연작입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았지요. 제가 이 영화를 전에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봤다고 해도 기억은 전혀 안 나고 어제 거의 처음 보는 것처럼 봤습니다. 거의라고 말한 건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당시 영화 음악 프로그램이나 영화잡지에서 스포일러를 노출시켰고 전 그것을 기억합니다.

리메이크작이에요. [Un éléphant ça trompe énormément]라는 제목의 프랑스 영화가 원작인데, 속편도 하나 있다고 해요. 이브 로베르가 감독했고 장 로쉬포르가 주연인데, 리메이크와 얼마나 비슷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히트작이었어요.

건물 외벽에 고립된 테디라는 남자의 회상으로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이 사람은 지금까지 행복한 유부남으로 살아왔고 바람 한 번 피운 적이 없는데, 그만 우연히 만난 빨간 옷을 입은 여자에게 반합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사람은 테디가 일하고 있는 홍보회사가 작업 중인 전차 광고의 모델이에요. 이 정보로 영화의 배경이 샌프란시스코라는 걸 알 수 있지요.

이후 테디의 유일한 목표는 어떻게든 그 여자를 유혹해 동침하는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여러 오해와 실수가 발생하고요. 결말이 망신살이라는 건 말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바람 피우지 말라는 교훈담이기도 하고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자조이기도 합니다.

지금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그렇게까지 재미있지 않고 여러 면에서 불쾌합니다. 아무래도 80년대 미국 코미디 영화의 남성중심주의가 신경 쓰이지요. 영화는 이 사람들을 그렇게까지 호감가게 그리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이 사람들의 입장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교훈이 필요한 객관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보다보면 남자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히 보고 싶지는 않고 테디의 아내 입장을 조금 더 알고 싶습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사람인데 별로 길지도 않은 러닝타임 동안 남편의 불륜시도를 뉴스를 통해 알게 되고 딸의 남자친구에게 성추행을 당한단 말이죠. 그러면서 이 캐릭터에게 아무 결말도 안 줘요. 이게 뭔가요.

이 영화를 아직도 사람들이 기억한다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이겠죠. 하나는 켈리 르브록의 미모인데, 이 영화는 [위어드 사이언스]와 함께 이 사람의 대표작입니다. 대표적이라는 게 모두 비슷한 시기에 나온 초기작이고 둘 다 ’남성 관점에서 완벽한 외모의 여자‘ 역할이라면 좋은 소식이 아니죠. 이 사람은 그 뒤 스티븐 시걸과 결혼해서 애도 좀 낳고 이혼하고… 하여간 영화는 당시 르브록의 미모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기는 하는데, 제대로 된 캐릭터는 주지 않습니다. 그냥 아름다운 플롯 도구 같은 존재예요. 원작에서도 그랬을 거 같긴 한데.

다른 하나는 노래입니다. 스티비 원더가 부른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요. 당시 엄청난 히트작이었고 아카데미상 수상작이었으며 지금도 사랑받는 노래죠. 노래는 주인공 테디가 샌디애고 공항에 갇혔을 때 나옵니다. 영화음악으로서 꼭 필요한 곡이었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그냥 좋은 노래였을 뿐이죠.

진 와일더의 감독작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지만, 이걸 와일더의 대표작이라고 부르면 민망할 거 같습니다. 더 좋은 영화들이 있어요. 저에게 이 영화는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아주 궁금하지는 않았던 여러 영화 중 하나입니다. 재미없었지만 그래도 봤으니 됐어요. (24/12/24)

★★

기타등등
테디와 조금 안 좋게 엮이는 여자 직원으로 나오는 길다 라드너는 이 영화를 찍고 진 와일더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1989년에 암으로 죽었어요. 남편이 감독하고 공연한 [Haunted Honeymoon]이 라드너의 마지막 영화입니다.


감독: Gene Wilder, 출연: Gene Wilder, Charles Grodin, Gilda Radner, Joseph Bologna, Judith Ivey, and Kelly LeBrock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88414/

    • 영화는 아직도 못 봤는데 'The Lady in Red'라는 노래 뮤직비디오로만 많이 구경했습니다. 그래서 맨날 제목을 헷갈려요. 우먼 인 레드. 레이디 인 레드. ㅋㅋ

      https://youtu.be/pJjQ9GmbFEw?si=FibSX0q_Z1yS1GGj
      • 크리스 드 버의 노래 Lady In Red 는 1986년, 진 와일더의 The Woman In Red 는 1984년. 노래와 영화는 제목과 소재가 유사하지만 연관은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링크의 Lady In Red “official” 뮤직 비디오는 진 와일더의 영화 장면만 줄창 나오는 걸까요. 거기다 Lady In Red 의 오리지널 뮤직 비디오는 따로 있는데.

영화 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334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2025) 2,170 01-16
2333 로봇 대 아즈텍 미이라 La Momia Azteca contra el Robot Humano (1958) 1,417 12-29
2332 러브 프롬 어 스트레인저 Love from a Stranger (1937) 1,080 12-28
2331 위험 신호! Cause for Alarm! (1951) 806 12-28
2330 진홍의 도적 The Crimson Pirate (1952) 898 12-27
2329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An Almost Christmas Story (2024) 1 1,237 12-26
2328 나야, 문희 (2024) 1,587 12-24
2327 엠호텔 (2024) 1,108 12-24
열람 우먼 인 레드 The Woman in Red (1984) 2 1,214 12-24
2325 드라이브인 크리스마스 Christmas at the Drive-In (2022) 3 910 12-23
2324 캐리온 Carry-On (2024) 1 1,461 12-22
2323 맥켄나의 황금 Mackenna's Gold (1969) 676 12-21
2322 키스 미 데들리 Kiss Me Deadly (1955) 898 12-20
2321 드라이브어웨이 돌스 Drive-Away Dolls (2024) 1,209 12-19
2320 거대한 강박관념 Magnificent Obsession (1954) 827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