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프롬 어 스트레인저 Love from a Stranger (1937)

[러브 프롬 어 스트레인저]라는 1937년 작 영국 영화를 보았습니다. 유튜브를 뒤져 그 중 가장 화질이 좋은 버전을
골랐는데, 그것도 간신히 봐줄만한 수준이었어요. 영화 보기를 계속 뒤로 미루었던 것도 화질 때문이었는데.
영화의 주인공은 캐롤이라는 평범한 직장 여성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법 상금이 큰 프랑스 복권에 당첨이 돼요.
그런데 남자친구 로니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죠. 캐롤은 아파트를 보러 온 제럴드라는 남자를 프랑스로 가는
여객선에서 만나고 둘은 결혼합니다. 두 사람은 시골에 있는 작은 집을 사서 신혼을 보내는데…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익숙하시다면 여러분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독자란 뜻이겠죠. 크리스티의 단편
[필로멜 코티지]가 원작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단편을 각색한 프랭크 보스퍼의 연극이 원작이지요.
제목도 연극에서 가져왔고요.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장르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중반까지는 남자 둘 사이에 낀
여자를 다룬 삼각관계 로맨스처럼 보이기도 해요. 제럴드라는 남자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여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 이야기죠. 중반 이후에 제럴드는 확실히 악당처럼 보이는데, 그래도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결혼 이후 조금씩 자신의 삶을 박탈당하는 여자 이야기요. 남편이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마지막
날에야 알게 되는 원작과는 달리 영화는 결혼 이후 조금씩 남편의 폭력을 늘려갑니다. 물리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여전히 폭력이죠. 여러 면에서 [가스등]과 비교될 수 있는 묘사입니다.
크리스티의 원작이 가진 재미 상당부분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고립된 상황 속에서 연쇄살인마인 남편을
제압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려는 주인공의 노력 같은 건 비중이 비교적 낮아요.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소설엔 지문 없이는 주인공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부분들이 좀 있어서요. 그래도 아쉽긴 하죠. 원작과 다른 방식으로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면,
왠지 모르게 허술하면서도 그럭저럭 교활하고 전체적으로 맛이 갔으며 상당히 위험한 남편의
캐릭터 묘사입니다. 그런데 이 남자를 연기한 사람이 미래의 셜록 홈즈인 베이질 래스본이란
말이죠.
(24/12/28)
★★★
기타등등
1. 소품이지만 영화 음악을 맡은 사람이 뜻밖의 거장입니다. 벤자민 브리튼.
https://youtu.be/6fhceUQju-w?si=nni8eQzE2J1zcsk4
2. 그리고 거장이 한 명 더 있으니, 이 영화의 각색을 전설적인 프랜시스 매리언이 했으니까요.
3. 하녀 에미로 나오는 배우는 미래의 미스 마플인 조운 힉슨입니다.
감독:
Rowland V. Lee,
출연:
Ann Harding,
Basil Rathbone,
Binnie Hale,
Bruce Seton,
다른 제목: A Night of Terror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29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