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2014)


캡틴 아메리카가 나오는 첫 번째 영화 [퍼스트 어벤저]는 제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고풍스러운 모험담이었죠. 주인공인 스티븐 로저스도 그에 어울리는 단순하고 소박한 영웅이었고요. 영화가 끝날 무렵 그는 1940년대에서 21세기로 훌쩍 점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순식간에 21세기 사람이 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여전히 느릿느릿 세상에 적응합니다. 두 번째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70년대 스타일 음모론 스릴러예요. 그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건 아니니 여전히 시대배경은 21세기지만 기본 스타일과 아이디어는 당시 것이죠. 심지어 로버트 레드포드도 나와요. 그가 [콘돌의 3일]에서 맡았던 역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영화의 음모론은 그가 지구 평화를 위해 함께 일했던 조직 쉴드가 정체불명의 무리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고 그들이 세계정복을 위해 쉴드를 기반으로 한 무서운 계획을 짜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현실화되면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사람들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날아갈 뿐만 아니라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판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로저스는 쫓기는 몸이 되고 그러는 동안 블랙 위도우와 조깅하다 만난 전직 군인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합니다만, 이 영화에서 70년대 당시 영화들이 갖고 있던 무게감을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아무리 진지한 척 해도, 영화는 여전히 온갖 만화책 슈퍼영웅들이 뛰노는 판타지 공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세계와 아주 동떨어진 곳도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삐걱거리는 어색함이 남습니다.

그래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로 봤을 때, 이 영화는 논리적으로 맞습니다. 어벤저스에서 같이 일하는 다른 슈퍼영웅들과는 달리 로저스는 현실적인 영웅이죠. 아이언맨의 깐죽거림이나 토르의 멍청함 없이 시종일관 진지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에게 가장 맞는 주인공이죠. 액션도 진지하고 고민도 진지합니다.

[어벤저스] 영화도 아니면서 팀 플레이가 강한 영화입니다. [어벤저스] 영화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작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뭉쳐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모험을 하는 상황이라 오히려 더 좋더군요. 그래도 종종 왜 저들이 어벤저스의 다른 팀원들을 부르지 않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아무리 쉴드 내부 사람들을 믿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해도 블랙 위도우까지 받아들였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잖아요. 물론 그랬다면 또다른 [어벤저스] 영화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진짜 답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액션 장면들이 좋습니다. 물론 물리법칙을 적당히 무시하는 만화책 주인공의 황당한 액션입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능력이 잘 반영되어 있고 무엇보다 긴 호흡의 리듬이 좋아서 긴박감은 상당합니다. 단지 후반부는 그렇게까지 길 필요가 없었던 거 같아요.

많이들 이 영화를 최근 마블 영화 중 최고라고들 하던데,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습니다. 솔직히 1편보다 특별히 좋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마블 영화 중 상위권이고 관객들이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주고 있는 작품인 건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14/03/30)

★★★

기타등등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의 설정은 아무리 봐도 수상쩍습니다. 무슨 계획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작가들이 그냥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감독: Anthony Russo, Joe Russo, 출연: Chris Evans, Scarlett Johansson, Samuel L. Jackson, Anthony Mackie, Robert Redford, Sebastian Stan, Cobie Smulders, Dominic Cooper, Hayley Atwell, Emily VanCamp

IMDb http://www.imdb.com/title/tt184386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6327

    • 1. 블랙 위도우가 거의 주연급으로 활약해주어서 더 좋았어요.

      2. 스티브 로저스 수첩의 다양한 로컬 버전 내용들이 궁금해집니다.

      3. 팔콘이 일회용으로 소비되진 않을텐데, 캡틴 아메리카 후속편에만 등장할지 어벤져스2에도 등장할지도 궁금(찾아보니 어벤져스2 캐스트에는 없군요;;).

      4. 그리고 '교훈 : 어딘가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노크를 할 것'
    • 왜 어벤저스를 소집하지 않았을까에 대한 망상
      - 토르 : 연락할 방법 없음
      - 헐크 : 어디 있는지 모름. 게다가 늘 감시받는 사람이라 부르면 더 위험해 질지도...
      - 토니 스타크 : 캡틴이 싫어함.
      - 호크아이 : 이유야 어쨌든 한번 배신한적이 있음
      • 토니는 만다린때문에 망했고 브루스는 그를 치료했었고 토르는 섹스할 기회를 잡기 바빴고 호크아이는 할리웃의 로맨스 공식상 배제되었고..
    • 영화 속에서 졸라가 블랙위도우 프로필 읊어줄 때, 출생연도가 198X년 아니었던가요. 기존 설정하고 충돌하는 것 같아서 의아하긴 하더군요.
      • 실제 스칼렛 요한슨의 출생연도 1984년이었습니다.
    • 최근 마블 영화 중 최고라..제조업자스럽군요..
    • 마블의 영화속 세계관에 의하면 캡틴아메리카2, 토르2, 아이언맨3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하더군요.

      한참 캡틴이 열심히 싸울때 토니 스타크는 만다린이네 뭐네 집이 날아가네 마네 하고 있었겠고, 토르는 런던에서 외계인들(?)과 다시 싸우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다른 팀원을 부르는건 녹록치 않았다고 생각해요.
    • 네, 다른 사람들 다 뭐하는거야? 하는 의문들이 많은데 설정상 마블 영화들은 거의 다 동시기에 발생하는 사건들이죠, 시리즈 초기작들 사건과 어벤저스에 이르기까지 사건들이 다 일주일간 벌어진거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쉴드 요원들에게 주말은 먹는겁니다, 다들 왜 하이드라로 넘어가는지 아시겠죠?(...)
    • 놀란의 배트맨 다음으로 꽤 괜찮아요. 그런데 이런 영웅물들을 보다 보면 이상하게 옛날 '스폰'이 생각이 나요. 다시 보고 싶어서 여기 국립 도서관을 뒤졌는데 어이없게 이 영화는 없더군요. (여기 국립 도서관 소장수준이 꽤 좋거든요. 한국영화들도 꽤 많아서 저는 종종 이용하죠) 그래서 그냥 아련한 향수로 남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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