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 러너 The Maze Runner (2014)


보통 영화를 재미있게 보면 원작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마련인데, [메이즈 러너]의 경우는 예외였습니다. 원작도, 다음에 이어질 속편이 궁금하지도 않더라고요. 그러려면 영화가 그리는 세계에 관심이 있어야 하고 그 세부묘사가 궁금해야 하는데, [메이즈 러너]는 전혀 안 그랬어요. 관심을 가지기엔 설정이나 설명이 너무 엉망이었죠.

어떤 설정이냐고요. 이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 젊은 남자애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박스'라는 기계를 통해 미로로 둘러싸인 공터로 운반되어 옵니다. 거대한 콘크리트 미로는 낮에는 열려있다가 밤만 되면 닫히는데, 밤이 되면 '그리버'라는 괴물이 그 안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 때는 절대로 미로 안에 들어가서는 안 돼요. 아이들은 매일 구조가 바뀌는 미로 안에서 탈출구를 찾기 위해 특별히 훈련된 애들을 미로 안에 보내는데 그 애들이 '러너'고요. 아, 그리고 걔들이 사는 넓은 공터는 '글레이드'고요. 요새 영 어덜트 SF 소설들은 이름 붙이기를 왜들 그렇게 좋아하는지.

척 봐도 설정을 위한 설정이죠. 이 애들을 갖고 무슨 실험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에너지와 자원이 많이 드는 놀이가 아닙니까? 일단 거대한 건물만한 콘크리트 벽을 매일 움직이는 데에 에너지가 얼마나 드는지 상상해보세요. 거의 [트루먼 쇼] 수준이지요. 제대로 된 설명이 거의 불가능한데, 정말 막판에 나오는 설명은 어이가 승천할 정도로 엉터리더군요. 게다가 애들이 3년 넘게 이 안에 갇혀 있었으면서 미로의 외벽에 오르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려워요. 도입부에서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자기네들도 그걸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다고 하던데 전 믿기지 않더군요. 그 정도 인원에, 그 정도 장비로 3년이라면 벽 꼭대기까지 계단도 만들었겠네요.

그런데 영화가 재미있더란 말입니다. 적어도 그 말도 안 되는 설명이 나오기 전까지는요. 주인공 토머스가 깨어난 뒤 일어나는 일들은 적당히 물에 탄 [파리대왕]에 [피터팬]을 섞은 거 같죠. 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설정이 엉망이어도 고대 신화의 그림자가 깔려 있는 이 사악한 음모에는 무시못할 매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괴물이 숨어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미로를 질주하는 아이들의 이미지는 강렬하기 짝이 없고 서스펜스도 풍부합니다.

무엇보다 캐릭터와 캐스팅이 좋더군요. 다른 영 어덜트 소설 각색물보다 특별히 더 좋은 배우를 쓴 건 아니에요. 캐릭터도 기능적인 수준 이상은 아니고. 하지만 배우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그들의 이미지와 연기가 캐릭터에 잘 녹아들어 있으며 앙상블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기죽지 않은 젊은 에너지가 넘쳐요. 이 정도면 채식주의자 뱀파이어의 맥빠진 연애질을 구경하는 것보다 훨씬 좋죠. (14/09/20)

★★★

기타등등
한국인 캐릭터가 한 명 나오는데 의외로 비중이 크고 이름도 제대로 지었습니다. 들어보니 3편까지 계속 나오고 인기도 좋다고 하더군요.


감독: Wes Ball, 배우: Dylan O'Brien, Aml Ameen, Ki Hong Lee, Blake Cooper, Thomas Brodie-Sangster, Will Poulter, Dexter Darden, Kaya Scodelario, Chris Sheffield

IMDb http://www.imdb.com/title/tt179086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5015

    • 세번째줄 [이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 젊은 남자애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박스'라는 기계를 통해 미로로 둘러싸인 공터는 운반되어 옵니다.]에서
      공터'는' 운반되어 옵니다.가 아니고 공터'로'가 맞겠죠?
    • '무엇보다 기죽지 않는 젊은 에너지가 넘쳐요' 에 공감합니다. 오로지 그거에 몰입해서 본 거 같네요. ㅎㅎ
    • 분명 원작을 읽었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납니다. 그 내용을 알기 위해 영화를 봐야 하나 고민되네요.
    • 마지막줄에서 빵 터졌어요ㅋ봐야겠어요 ㅋ
    • 글레이드 glade 뜻이 원래 '숲 속의 공터'고, 달리는 애들이니까 runner...딱히 따로 이름을 붙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거 같고요. 번역하는 과정의 차이겠죠?
      • 그리버 griever도 찾아보니 있는 단어인데 '슬퍼하는 사람, 고충처리위원회의 근로차측 위원' 이건 좀 어색하군요. ㅋㅋ
    • 친구가 보내준 책들 중 하나가 이 소설 시리즈라 첫권을 막 끝냈고 두번째 권을 거의 반넘어 읽었습니다. 조금 오역이라든지 과역을 한 부분이 없잖아 있긴 한 거 같지만 책장을 넘기는데 그다지 방해되지 않고 내용 때문에 거의 단숨에 읽어내려갔어요. 이 소설 매력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를 보면 실망할 것 같아 망설였는데 듀나님 덕분에 봐야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정확하게는 용기라기 보다 호기심이 큰 거 같네요.^^ 그런데 민호의 역이 크고 제대로 된 건 소설에서도 비중이 아주 크고 제대로 알고 이름 지어 준 작가 때문인 거 같아요. 그런데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이런 이름을 지어주었을까요? 아무래도 옆에서 도움 준 사람이 있겠죠. 그것도 한국인이...이 소설 3권을 다 읽으면 영문으로 도전 해 보렵니다. 그리고 알고 봤더니 4권까지 나왔더군요. 한국에선 3권까지만 번역된 거 같지만...5권도 나올 거 같던데...너무 가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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