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2014)


[제보자] 엔드 크레디트를 보면 '이 영화는 허구이고 실존인물이나 사건과 닮은 점이 있다면 우연의 일치'라는 말이 뜨는데, 읽으면서 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실제 사건과 닮은 점이 있는 건 우연이 아니에요. 10년 전 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줄기세포 스캔들이 모델이니까요. 이 경우에는 '실화를 소재로 했지만 몇몇 사건과 인물들은 창작되었다'가 더 그럴싸하겠죠. 영화 속 이장환 박사는 황우석이 모델이지만 윤민철 PD와 같은 인물들은 허구니까요.

왜 실제 사건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허구를 택했느냐. 그게 영화를 만들기 쉬워서였겠죠. 영화가 소재로 삼고 있는 [PD 수첩]의 황우석 줄기세포 사기 폭로에는 구체적인 주인공이 없습니다. [PD 수첩] 팀 전체가 주인공인데 이러면 이야기가 산만해지죠. 이들을 대표하는 주인공이 필요합니다. 기왕 그런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허구의 인물을 만들었다면 당시 상황을 보다 극적이고 단순하게 바꿀 수도 있겠죠. 원래 사건은 [PD 수첩]이 한 번 방영되고 모든 것이 대충으로나마 해결될만큼 간단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결과 만들어진 영화는 꽤 재미있습니다. 캐릭터 만든다면서 시간낭비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시작하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가고 그 뒤로도 나쁘지 않은 속도로 끝날 때까지 달리는 영화죠. 긴장감도 상당하고 분위기를 살려주는 유머도 적절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재미있는 언론 소재 스릴러예요. 이런 영화를 임순례가 만들었다니 재미있죠.

단지 허구라는 핑계를 지나치게 편리하게 사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사건의 모호함과 복잡성을 정리해서 알기 쉬워지긴 했는데, 그러다보니 현실 세계의 입체성이 많이 사라져버렸어요.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선과 악으로 나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립구조가 지나치게 단순해져버렸어요. 실화 소재의 영화가 '정의로운 언론 종사자의 투쟁기'라는 장르 안에 들어가버린 것이죠. 극장용 장편영화의 러닝타임 안에서도 이 이야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방법은 있었을 겁니다.

캐스팅은 좋지만 배우들의 최고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전문용어로 가득 찬 한국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배우들이 대사에 힘겨워하는 게 종종 보여요. 그냥 대사를 읊을 때도 그렇고 거기에 연기를 얹을 때도 그렇고. 하지만 이장환 역의 이경영은 거의 완벽하게 캐스팅된 배우입니다. (14/09/20)

★★★

기타등등
시대배경을 현대로 옮겼는데, 그 때문에 종종 헛갈리더군요. 일단 참여정부 때와 지금은 사정이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10년이면 생물학계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을 거고요.


감독: 임순례, 배우: 박해일, 유연석, 이경영, 박원상, 류현경, 송하윤, 다른 제목: The Informant

IMDb http://www.imdb.com/title/tt403441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8235

    • 원래 사건이 모호함과 복잡성을 정리해서 -> 원래 사건의 모호함과 복잡성을 정리해서
    • 현실의 악당은 영화보다 더 단순하고, 현실의 영웅은 영화보다 더 복잡하고,
      제가 경험한 안에서는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어떤가 모르겠네요.
    • 촛불을 든 민초들이 좀비들처럼 보이는 장면은 섬뜩하더군요.
    • 저도 간만에 재밌게 본 영화였어요. 의외로 유머코드가 적절하게 안배되어 관객들이 낄낄 대는 소리가 그냥. 저는 피디추적 에이스 이슬양때문에 많이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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